한 여인이 간음하다가 예수님 앞에 잡혀 왔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요 8:5)
율법으로는 여인을 구원할 방법이 없었다.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예수님이 당황하며 어떻게 율법대로 판단하는지 보려했고 자기들이 예수를 이겼다고 의기양양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때 예수님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8:7)고 하셨다.
너희들이 그렇게 율법 앞에 자신이 있으면 여인을 돌로 쳐도 된다는 말씀이시다. 자신들의 죄는 숨기고 뻔뻔하게 깨끗한 척하고 있는 자들을 책망하신 것이다. 집었던 돌을 내려놓고 한 명씩 그 자리를 떠났고 예수님 앞에는 여인과 죄만 남았다. 그리고 예수님은 넉넉히 이기는 사랑으로 구원을 베푸셨다. 은혜가 여인을 살렸다.
일어나사 여자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여자여 너를 고발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 대답하되 주여 없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요8;10~11)
주님 앞에 나온 여인의 죄는 사함을 받았지만 죄가 있으면서도 그 자리를 떠난 자들은 사함 받지 못했다. 예수님의 눈은 여인을 정죄하는 신랄한 시선들을 파하고 구속의 눈으로 덮어 주셨다. 예수님의 사랑은 교묘하게 들어 온 사단의 정체를 멸하셨다. 복음이다.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고 내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은 이 여인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일본에는 지금 약 60만 명의 재일동포(조선인)들이 살고 있다. 나는 이들을 일본 조선이라 부른다. (우리 조선은 지금 한국조선, 북한조선, 일본조선으로 나누어져 있다.)
경상북도 청송이 고향인 할아버지를 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어느 조선인 자매와 나눈 이야기이다.
‘조선학교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 재일조선인도 잘 모르겠다.’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는 우리의 존재는 무엇일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만나러 오면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우리 아이들을 보고 이해가 될까? 오해는 하지 않을까?’여러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내 귀에 들리는 소리는 ‘아이들이 불쌍하다, 가슴이 아프다’였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일본에서 태어나 조선 사람으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람이 불면 날리고 사라질 가냘픈 풀잎처럼 약한 존재들이긴 합니다.
하지만 분단된 우리나라가 통일될 그 날, 기어이 돌아가겠다는 이 한 마음으로 70년 넘는 세월을 버틴 것입니다. 조국이 우리를 버려도, 조국이 우리를 이용해도, 적국이라는 일본에서 온갖 차별과 멸시, 착취를 받으면서도 조국의 통일만을 그리며 뭉친 커뮤니티인 것입니다. 그러니 초라해도 우리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언어 교육을 할 때 3세대까지 이어지면 훌륭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5세대로 이어져있습니다.
우리(조선)학교가 있음으로 저는 우리말을 하고 쓸 수 있습니다. 이런 긍지와 자존심을 가지고 자라는 우리는 하나도 불쌍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두근두근 심장을 가지고 우리(조선)학교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받아온 마스크와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했다. 마침 종업식이라서 아이들이 강당에 모두 모이는 날이다.
먼저 도착한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아이가 우리를 보자 저 멀리서부터 뛰어온다. ‘와~목싸~님, 싸~모님~~~’큰 소리로 달려와 우리 품에 꼭 안겼다.
저녁에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 했어요. 오셔서 참 좋습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듣는 말이 있다. 너희는 뿔이 있으니 가까이 오지 말라고… 도살당할 양같이 여김을 받은 자에게 오늘도 살리시는 은혜가 있다. 복음이다. 이 복음이 포로 된 자, 눈먼 자, 눌린 자를 자유케 한다.
일본 조선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판단, 그리고 그 너머 웅크리고 있는 지난날의 아픔과 연약함을 지나가게 하소서. 그리고 예수님의 구속의 눈으로 덮어 주소서.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눅 4:18) [복음기도신문]
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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