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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영 칼럼] 한 사람의 변화

▲ 왼쪽은 청소 이전 모습. 오른쪽은 청소 이후 계속 유지되는 모습(사진 지소영 제공)

어느 날 가족대화방에 쓰레기 사진이 줄줄이 업로드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사진을 설명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슬이가 올린 글과 사진이었다.

“어느 나라 지하철역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나 그 구역을 깨끗이 청소하고 음악을 연주했더니 향기롭고 밝은 곳으로 변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정말 한 사람의 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궁금하여 실험을 했다.

분리 수거를 했다. 주위에 있는 박스와 비닐을 활용해서 200미터 떨어진 공공 쓰레기통을 오가며 학원 앞을 깨끗이 치웠다. ‘이곳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을 텐데… 담배 한 개비, 컵 한 개, 카페 앞이라 쓰레기가 이렇게 쌓였나 보다.’ 생각하며 힘든 담배 냄새를 맡으면서 결국 1시간 반 만에 모두 치웠다. 그리고 ‘향기로운 하루 되세요’라고 적은 종이를 붙였다. 그랬더니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던 분들이 다른 데로 갔다. 다음 주에 이곳이 어떻게 되어있을지… To be continued…“

대학 편입 시험을 위해 어학원에 다니던 아이가 학원 주변을 청소하고 온 것이다. 몇 주째 쓰레기가 쌓여있는 것을 보다가 그 구역은 청소 담당이 없는 것 같아서 치우고 왔다며 가정예배 때 감사나눔을 했다.

비싼 학원비를 지불했으니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며 아침 일찌감치 나가더니 청소가 웬 말인가 싶었다. 그것도 인산인해를 이루는 강남역에서… 보통 용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학원에서 돌아온 이슬이는 즐거운 표정으로 학원 앞이 여전히 깨끗하고 향기롭다며 기뻐했다. 그날 밤, 나는 이슬이에게 물었다.

“다음 달에도 학원에 계속 다닐 거니?”

“엄마, 처음으로 학원에 가서 공부하니까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와요. 계속 가고는 싶은데 학원비가 생각보다 비싸서 다음 달은 어떻게 할지 고민 중예요.”

“공부가 잘 될 때 열심히 하면 좋을 텐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니까 기도해 보자”

우리는 학원비를 이야기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이슬이의 선행을 알게 된 어떤 분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청소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종종 있고, 기쁜 마음으로 청소하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청소 후에 ‘향기로운 하루되세요’ 라고 적어서 일한 성과를 배가시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하면 그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을지 생각했다는 것이 기특합니다. 청소를 마치고 ‘향기로운 하루 되세요’라고 붙인 것에 대한 월급으로 다음 달 토플 학원 비용은 제가 내겠습니다. 앞으로 세상을 좋아지게 하는 일을 한 달에 한 번 이상 할 경우 그달 학원비도 내주고 싶습니다. 선한 일을 실천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할 일을 대신해준 것에 대한 수고비로 학원비를 받아주면 안 될까요? 저는 무작정 도와주려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하는 일을 대신해 달라는 것이고, 그만큼 제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 드리는 제안입니다.”

전날 밤, 우리 모녀의 대화를 들은 듯 학원비의 액수까지 정확히 제시하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나는 문득 미국의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내린 성공에 대한 정의가 생각났다. 그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성공에 대해 정의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서 살았음으로 인해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슬이는 세상을 좋아지게 한 대가로 6개월간 학원비를 지원받았다. 대가를 기대하며 한 일이 아니었는데 너무 큰 선물을 받는 것 같다며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사람의 영향력은 아주 미미한 것 같지만 때로는 작은 실천이 나비 효과처럼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곤 한다. 이슬이가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청소를 실천한 것처럼 말이다.

청소 에피소드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슬이는 얼마 후, 프랑스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는데 조건은 학력이나 경력이 아니었다. 강남역 주변을 청소한 것처럼 작은 작은 실천이면 된다고, 한 사람의 영향력으로도 세상은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 될 수 있다고, 우리는 그런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프랑스 회사 임원은 말했다. <‘153가정예배’(도서출판 두란노) 중에서>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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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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