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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터키는 100년 전 한국 같은 부흥이 일고 있어요”

터키에서 만난 그리스도인(2)

지난해 12월 중순 화요일. 해발 1000m 위에 세워진 도시 앙카라의 하늘이 유독 맑게 느껴지던 날, 한 대학을 찾았다. 주일날 현지 교회에서 만난 중미 카리브연안국 세인트 빈센트 출신의 유학생 샤일러 형제를 통해 들은 대학 성경공부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터키의 젊은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도착 시간은 저녁 식사 무렵. 대학 구내식당은 식당 밖까지 몇십여m 줄이 늘어서 있는 등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만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인 이곳에서 2텔레(약 400원)정도의 저렴한 금액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 나가면 최소 15텔레(약 3000원)를 줘야 먹을 수 있는 가격에 비하면 주머니 사정이 뻔한 대학생들에게 구내식당에서 한 끼 식사는 ‘은혜’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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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구내에서 성경공부를 갖은 학생들과 함께 했다.

대학 구내에서 성경공부 모임 열려

본격적인 성경공부 모임은 저녁 식사 이후 식당 테이블에서 이뤄졌다. 이미 여러 곳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스터디 그룹을 진행하고 있어, 이 모임이라고 특별히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날은 4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각자 짧게 한 주간의 삶을 돌아본 뒤, 마태복음 21장 31절부터 주인의 아들을 죽인 포도원 농부를 소재로 한 예수님의 비유를 본문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말씀의 의미와 말씀의 적용 등 주제 토의가 흥미로웠다. 참여 학생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소견을 피력했다. 모일 때마다 인도자가 바뀌는데 오늘 좌장은 로이 세린켄 형제. 대학 1학년치고는 성경 이해의 폭이 넓어 보였다. 어떤 청년일까? 몇 가지를 질문했다.

– 오늘 모임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나?

“이미 시중에 나온 자료를 포함, 많은 믿음의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자료의 도움을 받았다”

– 성경 본문에 대한 신학지식은 물론 다양한 관점을 갖고 얘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언제 예수님을 믿게 됐나?

“모태신앙으로 자랐다. 아버지가 목사님이다” 성경공부 시간에 형제의 목에 언뜻언뜻 내비치는 작은 금빛 십자가 목걸이가 눈길을 끌었다.

–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있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나?

“아무런 문제 없다. 오히려 목걸이를 보고 웃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 어떻게 해서 이렇게 담대한 믿음을 갖게 됐는가?

“터키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자유로운 서방국가에서 생활하는 것과 아주 다르다.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이 곧 핍박을 의미한다. 터키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되면 담대한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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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 세린켄 형제

담담하게 말하는 청년이 듬직해 보였다. 아들을 이렇게 믿음의 사람으로 키운 부모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졌다. 헤어진 뒤, 로이 형제에게 부모님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만남은 새로운 만남을 갖게 한다. 늦은 밤 답장이 왔다. 내일 만날 수 있다고. 예정에 없던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 마음의 소망을 품으니 주님이 걸음을 옮겨주신다. 다음날 점심 무렵. 앙카라에 있는 유일한 한국 식당으로 향했다.
전날 밤. 로이 형제의 설명대로 아버지 이스마일 목사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봤다. 유튜브를 통해 주일예배를 포함, 다양한 메시지를 터키어와 영어로 볼 수 있었다. 설교 중 그는 앙카라에서 대학 재학 시절 젊은 한국인 선교사를 통해 복음을 처음 듣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인 통해 전도 받은 이스마일 목사

다음 날 이스마일 목사와 부인 앙겔라 사모와 첫 만남인데도 이미 구면인듯 반가웠다.
아주 믿음 좋고 듬직한 아들을 두셨다고 덕담으로 인사를 건넸다. 아들 로이 형제에 관한 얘기로 우리의 대화는 시작됐다. 17살에 고등학교에 월반한 이야기며 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해 주변의 칭찬을 듣고 있다고 했다. 똑똑한 사람을 존경하는 터키의 문화에서 로이 형제의 영민함이 복음을 전하는데도 유용하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이스마일 목사가 믿음을 갖게 된 과정을 질문했다.

“20년 전 당시 앙카라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김요셉 교수(현재 터키 전문가로 유명한 아세아연합신학대학 중동연구원)님을 통해 예수님을 믿게 됐다. 당시 라오디게아에 있는 집을 떠나 앙카라에 유학중일 때, 교수님이 집으로 초대도 하고 가족처럼 대해줬다. 이분의 친절함과 따뜻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러다 그분이 믿는 예수님에 대해 알아가면서 예수님을 영접하게 됐다”

– 한국어를 배우려고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처음엔 일본어를 배우려고 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한국어를 택했다.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지나고 보니 교수님을 통해 나를 만나고자 하시는 주님의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 터키는 96%의 국민이 무슬림인 이슬람사회로 알고 있다. 교회를 섬기는데 어려움은 없나?
“현재 교회를 섬길 수 있는 것은 정부가 관용을 베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터키가 다른 이슬람 국가와 보이는 차이점이다. 감사하게도 주일날 예배를 드릴 때 경찰 40~50명이 와서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다. 요즘 거리에서 복음을 전해도 큰 어려움은 없다”

20여 년 전에는 거리에서 복음을 전하면 무조건 체포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고 이스마일 목사는 말한다. 그래서 요즘 텔레비전이나 소셜미디어 같은 매체로 사람들과 접촉하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 그는 유튜브, 페이스북을 비롯해 소셜미디어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2017년에는 구베르니아 천국이라는 소설을 단행본으로도 출간한데 이어 올해 영화로도 제작돼 시중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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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마일 목사와 앙겔라 사모

– 이렇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여건이 달라진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2007년에 말라티아 사건이 있었다. 그때 터키의 젊은 무슬림 청년들에게 세 명의 그리스도인이 무참하게 살해됐다. 그 사건 이후, 정부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특히 순교한 틸만 선교사 부인이 사건 직후 TV인터뷰에서 자신의 남편을 죽인 사람들을 용서한다고 말했는데, 당시 터키인들의 마음에 엄청난 충격과 도전을 남겼다”

터키 말라티아라는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20대 안팎의 청년들이 자신에게 복음을 전하던 독일 선교사와 터키 그리스도인을 의자에 묶어놓고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기독교인 핍박사건이다. 이 일로 독일 출신의 틸만 선교사 미망인은 TV 인터뷰를 통해 “그들은 알라의 이름으로 우리 남편과 동역자를 죽였지만,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들을 용서한다”고 담담하게 말해, 터키인을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가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증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스마일 목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님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했듯이, 그들의 십자가 사랑이 오늘 터키 기독교가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게 한 은혜의 통로였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복음화라는 관점에서 터키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하나님은 현재 터키 땅에 놀라운 일을 허락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에 대해 궁금해하고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있다. 100년 전 한국에 있었던 부흥의 순간이 지금 터키에 오고 있다고 믿는다. 믿는 자들의 가족들이 예수님을 영접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으면 일리아스, 호프, 라파, 시오나, 이런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과거에는 무슬림이 싫어하는 이런 이름을 아이들에게 붙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 언제 교회를 개척했나?

“라오디게아에 살고 있던 아버지가 10년 전 예수를 믿게 됐는데 그 무렵에 교회를 개척하려고 했다. 기회를 보다가 2009년 12월 24일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때가 첫 모임이었다. 마지막 때를 설명하려고 했다. 그래서 성경에 마지막 때의 징조가 지진이 올 것이라고 말씀하신 구절을 얘기하고 있는 도중 실제로 지진이 발생했다. 그때 주님이 이 땅은 내 땅이라고 내면의 음성으로 말씀해주셨으며, 그 모임을 계기로 교회가 세워졌다. 그때부터 앙카라에서 매주 500km 떨어진 라오디게아까지 방문해 교회를 섬겼다.

이를 계기로 교회가 유명해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기독교를 배척하는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와 시위도 하고 교인들을 쫓아내려고 했다. 경찰들도 수십 명이 왔다. 이런 풍경이 당시 미국 뉴스 채널 CNN에서 보도가 되어 전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주님이 평안을 주시고, 이곳에 주님의 나라가 세워지겠다는 마음을 주셨고, 지금은 안디옥과 앙카라 등 3곳의 교회에서 각각 수십 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 기도제목을 나눠달라.

“과격단체들이 우리 교회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공격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교회 건물에 총을 쏘기도 하고, 돌을 던져서 유리창과 전등이 깨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주님이 지켜주셔서 아직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 더욱 주님을 사랑하고 영혼들을 섬길 수 있게 기도해주시면 좋겠다”

루마니아 출신인 부인 앙겔라 세린켄은 18세에 선교사로 헌신해 터키에 와서 복음을 전하던 중 이스마일 목사를 만나 결혼, 현재 슬하에 2남 1녀의 자녀와 함께 주일예배에 찬양으로 교회를 섬기고 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앙카라(터키)=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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