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출국금지 합의로 기독교여성 비비 안전·거취 안개 속
생명위협에 변호인 해외도피…언론 “헌법·민주주의 외면” 비난
파키스탄에서 이슬람 신성모독에 대한 무죄판결을 받은 여성 기독교인 아시아 비비의 석방이 이슬람 강경론자들의 거센 집단항의 때문에 다시 불투명해졌다고 AFP,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슬람 보수정파는 지난 2일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기독교 여성 아시아 비비가 다시 재판을 받도록 합의를 끌어냈다. 파키스탄 정부와 이슬람 보수주의 정당 TLP의 합의서에는 정부가 비비 판결에 대한 이의제기를 반대하지 않고 대법원 재심 전까지 비비가 출국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기독교 신자인 비비는 2009년 마을 우물에서 물 한 잔을 마셨다는 이유로 이웃 주민들과 언쟁을 벌였다. 그녀의 이웃들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사용하는 도구를 기독교인이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난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를 믿는다면 너희 선지자 무함마드가 인류를 위해 무엇을 했나?”고 말한 것이 이슬람 선지자 모하마드를 모독한 혐의로 2010년 사형선고를 받았다.
비비는 8년간 독방에 수감돼 있다가 대법원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모든 공소사실에 지난 달 31일 무죄를 선고해 석방됐다. 무슬림이 국민 대다수인 파키스탄은 모하마드를 나쁘게 말하는 이들을 극형에 처하는 신성모독죄를 운용하고 있다.
비비에 대한 무죄판결에 격분한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은 “비비를 잡아 죽이라”며 바로 항의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사흘 동안 대도시들의 도로를 막고 교통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항의시위를 벌여 파키스탄을 마비시켰다.
정부와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의 협상이 타결된 뒤 비비는 다시 자유를 잃어버릴 위기에 몰렸다. 시위대 측의 변호사인 카리 살람은 “비비가 해외로 달아나지 못하도록 그를 가능한 한 빨리 출국통제 명단에 올리라고 대법원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비비에 대한 무죄판결을 끌어낸 변호사 사이프-울-물룩은 정부의 무능과 비겁함을 질타했다. 그는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의 항의는 예상했지만 가장 아픈 건 정부의 대응”이라며 “파키스탄 정부는 대법원 명령조차 집행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의제기에 대한 대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종전과 비슷할 것”이라며 “감방에 들어가거나 안전 우려 때문에 홀로 갇혀 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이프-울-물룩 역시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며 지난 3일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이런 시나리오라면 파키스탄에서 사는 게 불가능하다”며 “비비를 위해 법률 싸움을 하려면 일단 내가 숨이 붙어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의 압도적 승리를 두고 파키스탄 언론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신문 ‘돈'(DAWN·새벽)은 전날 자 사설을 통해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믿지 않는 폭력적인 종교 극단주의자들에게 또 하나의 정권이 굴종했다”고 비판했다.
영국 BBC방송은 현재 여러 국가가 비비에게 망명을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기도 | 하나님, 인간을 향한 긍휼한 마음이 없는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사망은 더이상 하나님 사랑하는 자들을 주관할 수 없습니다. 뒤집힌 판결 소식에 비비와 그의 가족들, 성도들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마음을 붙들어 주십시오. 자신들의 신념이 옳음을 주장하려 한 영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이 얼마나 사악한 일인지 알게 해주십시오. 죽이고 멸망시키는 사탄의 궤략을 훤히 드러내시고 십자가의 승리를 믿는 성도들로 하여금 세상이 주님 사랑을 더욱 알도록 일하실 것을 압니다. 우리에게 날마다 이 믿음을 주시옵소서.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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