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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기도의 자리, 어느 날 러시아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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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로 부름을 받고 선교지로 나갈 때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언어? 신학? 전문성? 그는 언어 한마디 준비하지 못했다. 오직 복음과 기도만을 가지고 선교지로 나가 언어를 뛰어넘어 진리 안에서 생명의 교제를 이룬 김맹관 선교사를 만났다. 그의 이야기를 종합, 정리했다. <편집자>

선교를 시작하면서 사도행전을 떠올렸다. 주님이 교회를 어떻게 시작하고 이끌어 오셨는지 생각하면서 말씀과 기도에 전무해야겠다고 고백했다. 그저 말로만이 아니라, 나는 문자 그대로 말씀과 기도에만 시간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파송 단체와 이야기한 당초 계획은 1년 동안 우크라이나의 한 선교사님 가정에 합류해 말씀과 기도 사역만 하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복음스터디를 하면서 온 종일 말씀을 보고 기도만 했다. 당연히 언어 공부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었다. 그러나 1년 뒤 파송단체로부터 다시 우크라이나로 재 파송이 결정되면서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생각하게 됐다. 보통 선교사로 나갈 때 최우선적으로 언어를 준비해야 한다고들 한다. 물론 언어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말씀과 기도라는 사실을 붙들었다. 언어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열심히 해도 잘 되지 않았다.

성경 말씀으로 현지인과 교제하다

함께 하시던 선교사님 가정이 2개월간 한국에서 일정을 보내게 됐다. 그동안 나는 청년들이 세워져야한다는 마음으로 우크라이나 대학 캠퍼스를 돌며 기도를 하기로 했다. 그때 로마니(집시로 불리는 유랑민족) 출신 발로자 목사가 동행하게 됐다. 당시 나는 인사말과 기본적인 러시아어 몇 마디만 할 줄 아는 상태였다. 언어가 안 통하지만 교제를 해야 했고 진리를 나눠야 했다. 그나마 이미 번역된 성경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성경에 있으니 그 말씀을 찾아주고, 발로자 목사도 성경 말씀으로 내게 대답을 해주는 식으로 교제를 이어나갔다. 그러다보니 진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믿음을 주제로 얘기를 많이 나눴다. 로마서 1장 17절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와 갈라디아서 2장 20절을 많이 나눴다. 아침에 묵상한 말씀도 서로 읽고 손짓 발짓으로 어떻게든 나눴다.

이런 시간을 지나면서 언어를 배우는 차원이 아니라 생명의 교제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결국 생명의 교제가 말을 뛰어넘었다. 나중에 보니 성령의 역사였음을 알게 됐다. 믿는 자들에게 이런 표적이 따른다고 하면서 새 방언을 말한다고 하셨다. 언어를 뛰어넘어 진리로 교제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됐다.

어느 날, 현지 목회자 몇 명과 열방을 위해 릴레이로 기도하는 느헤미야52기도를 하게 됐다. 이미 러시아어로 번역된 기도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한국어 책자를 보면서 기도하고 그들은 러시아어 책자를 보며 기도했다. 통역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내가 한국말로 기도하는 것만 통역됐다. 함께 읽는 기도정보는 각자의 언어로 읽었다.

그런데 기도한지 3일째 되던 날, 러시아어 몇 마디가 들리기 시작했다. ‘기도합시다’와 같이 반복되는 말들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함께하던 한국 선교사님이 러시아어로 하는 기도 내용이 들리기 시작했다. 점점 한두 마디 하게 되고 발로자 목사와 더 자주 만나 교제하면서 언어를 배워갔다. 언어공부를 위해 현지인과 6개월 함께 살면서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실제 도움이 된 것은 성경으로 교제한 것과 개인적인 공부였다.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전도하기 시작했다. 짧은 언어지만 만나는 사람들과 교제하면서 성경을 보여주고 복음을 나눴다.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는 시간도 주어졌다. 선배 선교사님이 함께 할 때는 통역을 해주시기도 했지만 혼자 있을 때는 러시아어로 직접 준비해서 설교하기도 했다. 이런 기회는 더 많아졌다. 우크라이나 교회는 손님이 방문했을 때 간증을 청하는 문화가 있는데, 교회들을 방문하며 ‘소망의 이유를 묻는 자에게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라’는 말씀이 실제 되는 시간이었다. 그 이후 훈련을 받으면서 듣고 은혜 받았던 복음의 진리를 정리하고 러시아어로 번역해서 항상 가지고 다녔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언어는 의사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도구지만, 진리는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넘어 선포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설명을 잘하지 못해도 들으려는 마음만 있으면 상대는 알아들었다. 가장 기초적인 단어로 표현했음에도 알아듣고 복음의 도전도 받는 것이었다. 언어를 공부하며 무엇을 더 알아야 할까 고민했는데 진리만 알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만나는 모든 사람과의 주제는 오직 성경 말씀이었다. 성경 안에 있는 내용만 생각하다보니 성경의 이야기가 쉽지 다른 말들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느 때든, 누구에게든 복음만 나누게 되었다.

‘소망의 이유’를 항상 준비하다 

야고보서에 보면 선생이 많이 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데 내게서 가르치려는 태도가 늘 나타남을 본다. 그래서 어떻게든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가르쳐야 할 때도 있지만 그때도 주님이 나에게 가르치시는 것들을 배우려고 한다.

발로자 목사와 교제할 때도 일단 배우려고 했다. 그도 나의 러시아어가 너무 부족하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두 번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예를 들면, 내가 어린아이한테나 할 수 있는 표현을 늘 그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내게 다른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많은 오해가 풀렸다. 나는 내 마음과 나의 부족함을 그분에게 언제나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야 거짓 없이 진실하게 관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목사님은 내게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충고를 하기도 했다. 해야 할 말만 하라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내 마음을 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관계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내 마음을 모두 알고 있는 목사님은 이제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상처를 받지 않는다. 동기가 사랑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10년 정도 사역하신 선교사님이 나와 발로자 목사가 오직 진리로만 교제하는 것을 보면서 놀라셨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제자 양육 방법을 눈으로 보게 됐다고 감탄하셨다. 함께 살면서 모든 순간에 진리를 나누고 가르쳤던 방법이다.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지만 생명의 교제밖에는 다른 교제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시려고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로자 목사는 내가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아주 듣기 거북한 말을 해도 잘 이해하고 받아준다. 믿음이 없다는 말에 진리 앞에서 겸손하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도 한다. 발로자 목사의 변한 모습은 그의 친구들이 이야기할 정도라고 한다.

복음으로 교제하며 주님의 교회가 든든히 서는 것을 보면서 더욱 해야 될 일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곡식은 너무 많은데 추수할 일꾼이 없어 더욱 기도하게 된다.

“추수할 일꾼을 주세요”

내가 이곳에 와서 만났던 사람들은 집시라고 알려진 로마니였다. 덕분에 로마니를 사랑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인구의 10% 정도인 로마니들이 사는 모습은 60년대 한국의 모습 같다. 그들은 도시 변두리에 살거나 산에서 주거한다. 특별한 자재가 없는데도 나무로 텐트를 만들고 산에서 나는 것들을 먹고 산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

꽤 오래전에 이 땅에 로마니를 사랑하여 복음을 전한 증인이 있었다고 했다. 외국인 선교사 한 분이 로마니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전도를 했다. 20년 만에 모든 마을에 개신교회가 세워졌고 그때 처음 생긴 교회에서 발로자 목사가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 그 선교사님은 돌아가셨지만 그로 인해 주님을 만난 발로자 목사는 이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러한 생명의 아름다운 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주님 다시 오실 날을 소망하며 오늘도 오직 복음과 기도의 자리에서 그 날을 향해 달려간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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