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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주세요“

오영철 제공

선교사로 30년 가까이 지내면서 현지 교회 지도자의 선교사를 향한 이런 표현은 처음인 것 같다. 마라 장로는 마음에 있는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예상 밖의 그녀의 표현은 선교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2024년 11월 6일, 카렌침례총회 역사책의 카렌어 번역을 나누기 위하여 마라 장로와 만났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난 뒤, 그녀는 미국 선교사와의 대화를 나에게 소개하였다.

“선교사 여러분들이 우리를 망쳐(spoil) 버렸습니다.”

그녀가 미국 침례교 선교사에게 한 이야기라고 했다. 나는 그의 표현이 너무 강하여 직접 그분의 면전에서 한 이야기인지 되묻기까지 했다. 그녀는 그 선교사와 가까웠기 때문에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고 했다.

사연인즉, 미국 침례교 선교사들의 지나친 도움이 카렌교회의 헌신을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지역발전 프로젝트 사역을 하면서 선교사들로부터 지원을 받은 카렌교인들이 약속대로 갚지 않아 탕감을 해 준 적이 있었다. 그녀는 당시 치앙마이 지방회 회계로서 그것을 해결하느라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선교사들은 좋은 의도로 도왔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진 그녀의 의견들은 같은 맥락이었다.

“오늘 많은 우리 카렌 교인들이 스스로 헌신하지 않고, 선교사나 태국 기독교총회(CCT)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기다립니다.”

“카렌 마을에 가면 사륜구동 차량과 좋은 차들이 적지 않습니다.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들은 교회 건축을 도와 달라고 선교사들에게 요청합니다.”

그들이 노력하고 희생하면 스스로 교회 건축을 할 수 있는데 요청하는 것을 지적했다.

“일부 카렌 지도자들은 그들 스스로 자녀들을 지원할 수 있는데 가까운 선교사들에게 요청하여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정작 어려운 카렌학생들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주는 것’이 축복인데, ‘받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의존성이 증가하는 교회 현상을 그녀는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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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제공

올해 74세인 그녀의 신앙 여정은 특별하다. 그녀는 카렌족이지만 태국 기독교총회 제1노회 여전도회 회장을 16년 동안 하였다. 태국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존경을 받았고 지도자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집안은 부유한 편이어서 고등학교를 치앙마이에서 졸업하고, 파얍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였다. 이후 기독교 병원에서 일하면서 치앙마이 제1교회에 출석하여 장로가 되었다. 태국 기독교 총회(CCT)의 중심 되는 노회의 여전도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섬긴 뒤 카렌침례총회에 속한 생프라팁 교회로 적을 옮겼다. 그 기간 동안 그녀는 교회와 기독교 기관을 위하여 땅과 재정으로 큰 헌신을 하였다.

그런 헌신은 그의 조상들부터 이어온 신앙의 유산이라고 했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목재 사업가이며 매사리앙 지역 최초의 기독교인이다. 그의 아버지와 시아버지(시부)는 프린스 로얄 중학교를 1회로 졸업하였다. 이후에 아버지는 매사리앙에 돌아가서 사업을 하면서 교회들과 많은 사람들을 돌보았다.

그녀의 시부는 프린스로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이후 치앙마이 상업은행 지점장으로 있었다. 그는 카렌교회는 물론 태국교회에서도 존경을 받았고 큰 헌신을 하였다. 그의 집안은 할아버지 때부터 헌신, 드림, 희생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부모세대가 헌신한다고 해서 후손들이 동일하게 헌신하지는 않는다. 그녀에게 왜 그렇게 헌신을 했는지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제가 매사리앙 집에 있을 때, 아버지는 갑자기 온 손님들이라도 늘 정성을 다해 식사를 섬겼습니다. 저의 집은 그런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의 섬김 이후 설거지 등 뒤처리를 하느라 피곤하고 싫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것이 복된 일이고, 큰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드리고 베푸는 것을 돕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런 실천을 보고 참여하는 것을 통하여 드림과 헌신을 배운 것이다.

“저는 태국교회에서 카렌교회로 돌아와 교회들이 ‘주는 복’, ‘헌신’을 하는데 기여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그녀는 단지 그녀나 그녀의 가족만이 아니라 카렌침례총회가 더욱 헌신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하고 있다. 이어서 하는 말은 중요한 교훈이 담긴 비유였다.

“아이들을 부모들이 너무 잘 대해주면 그것을 당연히 여깁니다. 그렇게 되면 어려움이 있을 때 헤쳐 가기가 어렵게 될 수 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어렵지 않은 비유를 통하여 교회의 의존성 심화 원인을 정확히 집어주고 있다. 교회가 외부 도움으로 편안한 것을 찾고, 희생을 하지 않으면 의존적인 교회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받는 것에 익숙하면 그 순간은 쉬어도 성숙한 교회와 사역이 어려울 것이다. ‘드림의 복’을 실천하는 것은 어렵지만 결국 그것이 건강한 교회가 되도록 한다.

그녀의 요점은 간단하다. 현지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한다. 일단 외부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 다시 스스로 희생하기보다는 외부 도움을 더 기대한다. 그녀의 표현에 비춘 나의 사역을 돌아본다. 나는 현지 교인들을 선교사인 나에게 의존하도록(spoil) 하고 있는가? 아니면 헌신하게 하는가? 이런 질문에 늘 헌신하게 했다고 자신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선교지에 필요한 도움들이 있으며 그것을 위한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억압받는 사람을 돕고, 지도력을 세우며, 긴급재난 지원을 하고, 선교하는 교회가 되도록 나누는 것 등등이다. 더 나아가 선교사와 현지 교회가 서로 의존하며 서로 배워야 할 것이다. 그녀의 중심은 현지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힘들더라도 현지인들이 희생해야 건강한 교회가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마음을 담은 부탁을 한다.

“선교사들은 고기를 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셔야 합니다.”

이 말은 모든 선교사들이 경청하고 되새겨야 할 말이다. 신학이나 선교학을 공부해 본 적도 없는 그녀이지만 그녀의 선교학적 통찰력은 놀랍다. 선교지 현지 지도자의 통찰력이 많은 선교사들보다 더 앞선 것이다. 드림과 헌신을 조부모 때부터 본인까지 실천해 온 지도자의 통찰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귀담아야 할 교훈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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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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