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의 성경묵상2
“내가 편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하게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이시니라”(시 4:8)
우리는 저녁이면 잠자리에 들고 아침 해가 밝아오면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런 평안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예상외로 많다고 합니다. 자고 싶어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가 하면 고뇌와 염려로 뒤척이며 긴긴 밤을 보냅니다. 잠을 자도 깊은 잠에 빠져들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금방 잠을 깹니다. 자도 자는 것 같지 않고 피곤은 축적됩니다. 이것이 우리의 잠을 빼앗아 가는 불면증입니다. 편안한 잠을 자지 못하는 이들이 예상외로 많습니다. 꼭 불면증이라고 단정하지는 못해도 수면의 어려움을 겪는 수면장애 인구가 10명 중 3.5명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10사람 중 3~4명은 평안한 밤을 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스트레스나 우울증, 정신불안이 원인인데 여름철 열대야 현상도 한시적으로 수면을 방해합니다. 우리나라 불면증 환자는 계속 증가 추세라고 합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노인 2명 가운데 1명은 잠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잠을 자는 시간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노인 가운데서 남자보다는 여성이 더 많다고 합니다. 65세를 넘긴 노인 가운데, 남자들은 4명 가운데 1명 꼴로 불면을 호소하는데 비해 같은 나이의 여성은 2명 가운데 1명 꼴로 불면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왕 불면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좀 더 이야기할까요? 유명한 인물 가운데서도 불면증으로 고생한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도 그 한사람입니다. 그의 수면 시간이 보통 성인의 절반 정도였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불면증으로 고생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침실에는 두 개의 침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잠을 이루지 못하면 다른 침대로 옮겨 다니면서 잠을 청했다고 합니다. 마오쩌둥도 불면증으로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만이 아니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찰스 디킨즈도 불면증으로 고생했고, 빈센트 반 고흐, 마르린 먼로는 고질적인 불면증 환자였습니다. 작가 중에 이런 환자가 많았습니다. 미쉘 프로스트, 버지니아 울프, 윌리엄 워즈워스, 찰스 디킨스, 마크 트웨인이 다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고, 그들의 문학은 고통과 고뇌의 산물이었습니다. 프로스트가 아편 진정제, 모르핀을 의지한 것을 보면 그의 불면증은 만성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는 암시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저는 불면증이 얼마나 큰 고통인가를 압니다. 1990년 7월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시간 차를 극복하지 못했을 때 불면의 밤이 얼마나 고통스런 것인가를 체험했고 그런 경험이 그 후 오랫동안 나를 짓눌렀습니다. 예비불안을 경험했고 밤이 두려웠습니다. 그 경험 때문에 미국은 기피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는 그때 숙면의 복을 알게 되었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는 일이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잠은 축복입니다. 그러기에 다윗의 시는 나에게 내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이 있습니다.
다윗도 불면의 밤을 보낸 일이 적지 않았던 같습니다. 정치적 갈등과 대립, 음모, 암살자를 피해 도망 다닐 때 정신적 불안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죽음의 그림자는 항상 그의 곁에 있었습니다. 오죽했으면, “나와 죽음 사이는 한발자국 뿐이다”라고 했을까요? 아들마저 반란을 일으키고 부자의 연마저 마다하고 살기 등등한 정적(政敵)으로 나타났을 때 다윗이 어떻게 편안한 저녁을 보낼 수 있었겠습니까? 다윗이 아들 압살롬을 피해 도망 다닐 때 쓴 시가 시편 3편인데,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라.”(3:5) 여호와께서 지켜주실 때 그는 편안히 누워 자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윗의 고백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여호와여, 주는 나의 방패시오 나의 영광이시오 나의 머리를 드시는 자입니다.”(3:3) 다윗의 확신은 점증법적으로 상승합니다. “천만인이 나를 에워싸 진 친다 하여도 나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이다.”(3:6). 여호와가 그의 보호자이자 방패였습니다. 그의 보호 아래 있을 때 편안히 눕고 자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시편 4편은 3편의 연속이면서 동시에 3편과 대귀를 이룬다고 할 수 있는데 두 편은 아침 기도와 저녁기도로 되어 있고, 동일한 단어(shakab, shanah, 3:5, 4:8a)가 병행적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결론은 동일합니다. “내가 편안히 눕고(shakab) 자리니(shanah) 나를 안전하게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시니라.” 하나님이 다윗의 보호자였기에 다윗은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극한의 위기와 아픔, 정신적 갈등과 고뇌 가운데서도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보호하심이었습니다. 이런 점이 시편에서 계속 강조되고 있고, 시편 127편에 이르면 절정에 달합니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군의 깨어 있음이 헛되다.” 건물이나 안전이나 가족 보양, 그 어느 것도 그 여호와의 보호 없이는 헛것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시는 이 시편 127편 서두의 라틴어를 시의 모토로 삼았습니다. Nisi Dominus frustra(주님 없이는 헛된 것이다). 편안한 잠은 자기 백성에 대한 선물이자 하나님의 사랑의 표현입니다. “여호와께서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시는도다.” 하나님께 대한 신뢰,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을 때 우리는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따뜻한 우유 한잔,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유도 호르몬이 함유 되어 있는 체리 500g 혹은 따뜻한 물의 족욕도 수면에 다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밤이 깊어질 때 우리를 편안하게 쉬게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여호와의 품입니다. “하나님 밤이 깊었습니다. 이제 자겠습니다.” 이런 신뢰가 연속되는 열대야 가운데서도 편안한 안식을 줄 것입니다. [복음기도신문]
이상규 교수 | 전 고신대 교수. 현 백석대 석좌교수. 교회사가로 한국교회 사료 발굴에 기여했으며, 한국장로교신학회 회장과 개혁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한국교회와 개혁신학> 등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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