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중독성과 환각 효과로 ‘좀비 마약’으로 불리며 많은 중독자를 낳아 세계적 문제 거리가 된 펜타닐에 대해 여러 전문가가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우려했다.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14일 ‘좀비 마약 펜타닐, 한국은 안전한가’를 주제로 개최한 국민생활과학기술 포럼에서 참여 전문가들은 불법적인 펜타닐 유입을 차단하는 것뿐 아니라, 합법적인 마약류 의약품으로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진통제로 사용 가능한 펜타닐도 중독을 유발할 수 있기에 추적과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지낸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미국 등 사례에서 보면 합법적으로 처방됐던 아편계 진통제에서 헤로인 중독이 유발됐듯, 국내에서도 의료용 펜타닐 처방에 의한 중독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학계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극소량으로 강한 작용을 하는 펜타닐은 다른 마약에 비해 가격이 싸고 다른 약과 혼합하거나 가짜 약 형태로도 유통될 수 있어 문제”라며 “불법 제조 펜타닐의 국내 유입을 차단해야 하고, 펜타닐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에서 펜타닐 처방환자 수는 2020년 이후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주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정책과장은 2020년 186만 명이던 펜타닐 처방 환자 수가 2021년 194만 명, 2022년 195만 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아직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201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처방환자 증가와 달리 펜타닐 처방량은 2020년 1천451만여 개에서 이듬해 1천457만여 개로 증가하다 2022년 1천405만여 개로 증가세가 꺾였으며 지난해에는 1천322만여 개가 처방됐을 것으로 추산됐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인적·물적 교류가 많기에, 펜타닐이 광범위하게 퍼진 미국 상황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상황이 한국으로 넘어오지 않게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펜타닐 등 마약류 의약품의 처방과 조제 기록을 가지고 현장감시를 하고 있으며 지난해 펜타닐 오남용 처방 의사 15명에게 전 마약류 취급 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했다고 김 과장은 전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회장은 “의료용 펜타닐 사용 설명서를 보면 ‘이 약의 반복적 사용은 아편 유도제 사용 유사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제약사와 의료계는 소비자가 알 수 있는 말로 솔직하게 경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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