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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첫대선’ 대만, 中아닌 美선택…전세계 안보·경제 ‘출렁’

▲ 대만 대선 승리 라이칭더-샤오메이친.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중 대리전’서 친미 라이칭더 당선 “민주진영 첫번째 승리”…양안·미중관계 긴장 고조 관측
웃음 숨긴 美 “독립 지지안해·양안관계 평화”…심기 불편 中 “대만은 중국의 대만” 거듭 강조
양안, 위기의 일상화 우려도…中, 반도체 핵심 대만 노린 해상봉쇄 등 압박시 세계경제 추가 악재
한국도 외교·산업 등 직간접 영향 불가피…민진당, 첫 3연속 집권 속 의석 과반확보 실패는 부담

중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친미·독립 성향인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13일 치러진 대만 대선에서 승리했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첨예한 갈등 속에서 ‘지구촌 선거의 해’에 치러진 첫 대선인데다 세계 안보·경제에 중요한 대만해협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 하던 미중의 대리전이었던 만큼,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한 이번 결과로 글로벌 안보와 경제에 어떤 후폭풍이 발생할지 지구촌이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과 대만 ‘초밀착’ 관계에서 파생될 외교·경제적 파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여 치밀한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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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개표. (타이베이=연합뉴스 자료사진)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대선)에서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득표율 40.05%(558만6천표)로 친중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득표율 33.49%·467만1천표), 제2야당인 중도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득표율 26.46%·369만표)를 제쳤다.

라이칭더 승리로 민진당은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3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총통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있다.

대만에서는 1996년 직선제 도입 후 2000년부터 민진당과 국민당이 8년을 주기로 집권해왔다.

민진당은 대선에서는 승리했지만,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총선)에서 113석 중 51석을 얻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국민당이 52석, 민중당이 8석, 무소속이 2석을 각각 가져가 여소야대가 됐다.

전통적 안보가 아닌 민생 공약을 내세워 2030 유권자들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은 커원저 총통 후보 인기에 힘입어 민중당이 8석을 획득, 양당 구도에 균열을 내며 캐스팅 보트를 쥔 것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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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호하는 대만 민진당 지지자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선에서 중국 압박을 뚫고 승리를 거머쥔 라이 당선인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지구촌 첫 대선에서 대만이 민주진영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며 “대만이 전세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기존 차이 정부 8년에다 4년 더 친미 정권과 손잡고 중국을 안보·경제면에서 더 압박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은 웃음을 숨긴 채 중국을 자극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성으로 기자들에게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미국과 대만 관계는 경제와 문화, 대인 교류 등 다방면에 걸쳐 확장되고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민주주의를 내세워 대만과의 ‘초밀착’을 시사한 셈이다.

반면 라이칭더에 대해 ‘평화와 안정을 깨는 트러블 메이커’, ‘독립분자’라며 맹비판했던 중국은 선거 결과에 불편함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선거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다”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통신들은 대만 내 ‘친미 정권 연장’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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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호하는 대만 집권 민진당 지지자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차이잉원 정부 8년간 계속된 양안 갈등은 물론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갈등 파고 역시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

총통 취임식이 치러지는 오는 5월 20일까지 중국이 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경제적 타격을 노리고 세금 감면 중단, 특정 제품 수입 중단 등의 보다 더 강력한 경제 제재에 나설 것으로도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이 라이칭더 당선에 대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 “벼랑끝 전술과 긴장이 지속되고, 필시 더욱 심해질 것임을 사실상 확인한 것”이라고 짚었다.

켄턴 티보 애틀랜틱카운슬 디지털포렌식연구소 중국 선임연구원은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 행보에 대해 “경제적 강압, 안보영역 긴장 고조, 미국과 민진당이 아태 지역을 불안정하게 한다는 서사의 전략적 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군사적 압박을 통한 위기의 일상화, 대만산 제품에 대한 관세 감면 등 경제적 압박, 대만 수교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 등 대만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선거는 2024년 첫 번째의 지정학적 분수령이 될 것이며, 미국과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둘러싼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은 경제 악화로 진통을 겪고 있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 때문에 중국과의 대결에 집중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닌데다,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중 관계가 ‘관리모드’에 들어갔다는 점도 대결이 당장 격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블링컨 장관이 대만 선거일 하루 전 워싱턴 D.C.에서 중국 차기 외교부장 기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중련부장)과 회동한 점을 두고 이런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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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TSMC.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만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의 핵심 공급국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있다. 또 중국과 대만 사이를 가로지르는 대만해협은 국제 교역의 주요 항로다.

양안 갈등 고조로 중국이 대만에 대한 경제 봉쇄에 나선다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긴장 고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 경제에 추가 악재가 된다.

애틀랜틱카운슬의 훙쩐 비상임 선임연구원은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라이 당선인이 5월 취임 때까지 어떤 정책 언급을 하는지 중국이 주시하며 대만을 상대로 해상 봉쇄 초기 단계를 검토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중국 입장에서 실행 가능하고 위험도도 낮은 선택지라는 것이다.

그는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칩의 63%, 첨단 칩의 73%를 공급하는 글로벌 교역의 중요한 일부”라며 부분적인 해상 봉쇄만으로도 반도체 가격과 국제 공급망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 봉쇄에 나선다면 세계경제 국내총생산(GDP)이 5%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미 민간연구소 로듐그룹의 찰스 베스트 부국장은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상선 운항을 방해할 수 있는 군사 훈련을 하거나 대만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미 CNN 방송에 말했다.

한국도 대만 선거 결과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라이칭더 당선인은 자신들의 반도체 역량을 갖고 국제사회를 끌어들여 중국과 대항하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민주동맹을 기치로,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는 한국과의 협력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도 “라이칭더 당선으로 TSMC의 미국 투자가 확대되고, 미국이 한미일 협력에 대만을 포괄하는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정세 변화와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에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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