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전하는 일과 더불어 고아와 과부, 약한 자들을 위한 구제와 선행이 반드시 필요함을 주님이 말씀하시면서 내가 몸담고 있는 단체에서 긍휼사역이 시작되었다. 올해 초 나는 이 사역에 합류하게 되었다.
현재 치매 어르신 한 분과 이제 8개월 된 남자아이와 하늘가족을 이루어 선교사님, 동역자들과 함께 돌보고 있다.
십자가에서 거듭나기 전 나는 세속적인 신자로 하나님께는 인색하고, 약하고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것에는 전혀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밖에 모르던 사람을 여기까지 이르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신기하고 놀랍다.
나의 일과는 치매 때문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할머니를 돌보는 일로 시작된다. 식사와 간식을 챙겨 먹여드리고, 씻기고 입힌다. 틈틈이 아이를 전담하는 선교사님을 도와드리고 설거지와 빨래 등 집안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간다.
훈련학교와 선교 동원사역으로 현장에서 도전하며 성취감을 느끼며 달려온 나로선 전혀 다른 영역의 섬김이었다. 복음의 삶을 살고 있노라 생각했지만, 정작 나를 낮춰 몸소 섬기는 일은 생경하고 낯선 일이었다.
무한한 사랑과 섬김이 나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프고 연약한 처지에 있는 자의 형편을 헤아릴 수 없는 교만, 계속되는 돌봄과 관심에 금방 지치고 힘들어하며 인내치 못하는 것이 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더 큰 사실은 예수 그리스도가 내게 힘이 되시는 것이다. 죄인을 섬기신 그 분의 끝없는 겸손과 섬김은 나의 본이 되어주셨다.
이런 시간을 지나는 동안 나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가 누군가를 위해 드려지는 이러한 삶이 그리스도로 충만해지는 것이란 깨달음을 주셨다. 나의 만족과 유익을 구하지 않고 온전히 비워져 내가 ‘0’이 되고, 지체를 위해 나의 삶을 깨뜨리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삶이었다. 그리고 이제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시는 축복을 주신 것이다.
하루 종일 누워계시며 드시는 것도 쉽지가 않고 갈수록 쇠약해지는 할머니가 때론 나에게 미소 짓고 웃어줄 때, 자신의 힘으로 입을 벌려 음식을 드실 때, 나의 물음에 ‘어? 왜?’라고 짧지만 반응해 주실 때 나는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이제 막 기고 일어서는 남자아이를 돌보는 건 보통 고된 일이 아니다. 어느 날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던 리더 선교사님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씀하셨다.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아. 아기가 밥을 잘 먹어서….’라며 기뻐하신다.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으로 고단함이 사라진다.
지체의 작은 반응 하나에 웃고, 존재하는 것만으로 기쁨이 되는 경험. 하나님 아버지도 우릴 이렇게 기뻐하시겠다는 생각이 든다. 뭘 잘해서가 아니라 존재해 주고 주어진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마음껏 만족하고 누리는 것이 그 분의 기쁨이라고 말씀하신다.
하루일과를 마칠 즈음, 아이가 잠들기 전 불러주는 축복송이 있다. 민수기 6장이 배경이 된 찬양이다.
“… 그 얼굴을 네게 비취사 은혜주시기 원하며 그 얼굴을 네게 향하사 평강 주시기 원하네. 네 주의 은혜와 평강이 항상 너를 지키시리. 주의 은혜와 평강이 항상 함께 하시리라”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한없는 은혜와 사랑을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다. 나에게도 이 마음이 부어진바 되어 이웃과 지체를 사랑하며 섬기게 하시고 세상과 비교할 수 없는 행복하고 멋진 삶을 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린다. [GNPNEWS]
강지혜 선교사(ShAM 쉠· 전능자의 그늘 미니스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