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러시아어로 복음을 나눠야겠다는 마음의 부담을 외면할 수 없었다. 러시아의 한 지역에서 복음학교를 진행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꽤 오래전 중앙아시아 지역을 섬길 때 배웠던 러시아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잠자던 언어 영역이 깨어나기를 소망하며 언어공부에 매진하던 어느 날, 이주민교회를 개척한 한 전도사님이 자신의 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먼저 복음을 나눠달라고 요청했다.
전혀 예상치 않은 일정으로 확정된 국내 러시아 이주민 대상의 복음학교는 그렇게 순종하는 마음으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중압감이 느껴졌다. 나의 러시아어 실력도 그렇거니와 한번도 해보지 않은 복음학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했다. 온전히 준비된 영혼들이 와서 누가 전해도 복음을 받고 변화되는 그런 사람들만 보내 달라고 기도했다.
참석하기로 결정된 훈련생들은 이주민 노동자로 이 땅에 들어와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이 5일을 휴가내고 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두 몇 달 동안, 직장과 가정 등에서 일정을 조정하여 참석했다. 주님이 우리의 부족한 그릇을 잘 아시고 정말 준비된 영혼들을 보내셨다.
막상 복음학교가 시작되고 말씀을 선포하게 되면서 얼마나 준비가 부족한지를 절감했다. 그러나 매 강의 때마다 오직 내 안에 계신 주님이 친히 역사하심을 느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어설픈 러시아어 메시지를 새벽부터 저녁까지 들어야하는 훈련생들 4명 모두 한 번도 졸지 않고 복음 앞에 진지하게 잘 반응했다.
비록 불신 환경에서 성장해 성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낮고, 찬양부터 가르쳐가면서 시작한 학교이지만, 복음의 내용이 들어가면서 성도들은 다양하게 반응했다. 진리의 성령께서 이들의 영혼을 깨우시고 복음을 받도록 도우신 것이다.
학교를 섬기기 위해 참석한 동역자들도 자신에게 복음이 실제 되는 과정을 진솔하게 나눈 것이 이들의 심령을 뒤흔들어 증인의 말이 역사하는 힘이 있음을 함께 보기도 했다.
학교를 요청한 허엘레나 전도사는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러시아어는 조금 어눌했지만, 표현이 너무 은혜로워요.” 또 훈련생들은 이렇게 고백하였다. “러시아어는 못하지만 내용이 너무 좋아요.”
학교를 마칠 무렵, 이들은 모두 십자가에서 자아의 죽음을 선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살 것을 믿음으로 결단했다.
이제 러시아에서 본격적으로 치르게 될 복음의 축제를 향한 믿음의 순종만이 남아 있다. [복음기도신문]
강정구·윤영지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