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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용서와 사랑을 경험한 ‘폴’, 새 삶을 살다

사진: Ben-White on Unsplash

미션 보이들이 입학을 앞둔 대학교에서 결국 폴을 받아주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폴의 성적이 너무 우수하기 때문이란다. 처음부터 대학 측은 폴의 우수한 성적을 탐탁지 않아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도 모자랄 판에 받아줄 수 없는 대학이라니.

학장은 시골 대학에서 썩기 너무 아까운 인재이니 크고 좋은 도시의 대학에 가라며 충고까지 했다. 누가 몰라서 이러고 있는가?

누구보다 폴을 도시의 크고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이는 폴을 자식처럼 키운 선교사님이다. 하지만 폴을 도시 대학에 보낼 형편이 되지 않았다.

선교사님의 최선은 미션 보이들이 통학할 수 있는 가까운 대학교의 학비와 교통비였다. 크고 좋은 도시의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추가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대학에 보내야 할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고, 폴에게만 그런 혜택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학교 측에 부탁하고 상황을 이야기해서 겨우 입학 허가를 받았는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또다시 말이 달라졌다.

짐작건대 뒷돈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짐작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었다.

결국. 폴은 ‘입학 거부’라는 최종 통고를 받았다.

마을대학에서 폴을 받아주기로 했을 때, 폴은 새벽기도 때마다 흐느껴 울었다. 성적에 비해 좋지 않은 대학에 가게 된 것이 속상해서 우는 줄 알았다. 서울대에 가고도 남을 성적으로 서울 내도 아니고 듣도 보도 못한 지방 시골 마을 국립대학에 가게 되었으니 얼마나 원통하고 억울하고 속상할까? 싶었다.

그런데, 폴은 너무 감사해서 울었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인생이 대학생이 되었다며 눈물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폴은 대학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을 때도 감사하다며 울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대학의 꿈을 꿀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죄인이었던 존재가 용서받은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폴을 안고 나도 울었다.

하지만 나는 감사할 수 없었다. 하나님께 폴은 꼭 대학생이 되어야 한다며 떼를 쓰듯 울었다.

선교사님을 만나기 전 폴의 이름은 핫산. 무슬림 소년이었다. 선교사님은 가난 때문에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식구들이 많아 제대로 발 뻗고 잘 곳도 없는 폴을 센터에 데려다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키고 성경을 가르치며 양육했다.

똑똑하고 영특한 폴은 금방 선교사님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일 년도 되지 않아 각국에서 들어온 기부 물품을 빼돌리다가 결국 선교사님에게 들켰고, 구속까지 되었다. 그렇게 폴은 선교사님의 뒤통수를 쳤다고 한다.

하지만 선교사님은 잘못을 구하는 폴을 용서하셨고, 다시 기회를 주셨다. ‘용서’라는 사랑의 실체를 경험한 폴은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선교사님을 통해 받은 예수님의 사랑으로 삶을 소망할 수 있었던 폴이 꿈을 포기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뭐라도 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한국에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폴의 사정을 알리자, 몇몇 이들이 헌금을 보내왔다. 하지만 도시에 방을 얻고 생활비로 사용하기에는 아주 부족했다.

입학 날은 다가오고 방은 구하지 못한 상황에 다행히 코로나로 시에라리온 모든 대학이 입학이 연기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주어진 폴에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돈을 벌 기회가 주어졌다.

학교 공사장에서 일자리를 얻게 된 폴은, 벽돌을 찍고, 돌을 깨서 모은 돈으로 일 년에 360만 레온 짜리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일단, 집값은 해결되었으니, 모든 게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중 일은 나중에 고민하면 된다.

결국, 폴은 자신의 성적에 맞는 도시의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여러 이들의 사랑이 담긴 헌금과 열심히 일한 대가로 자취할 방과 생활비도 채울 수 있었다.

잘됐다고, 너무 축하한다는 나의 말에 폴은 하나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모든 게 하나님이 은혜라며 덤덤하게 고백했다. 맞다. 모든 게 하나님이 하셨다.

비록 대학에 갈 수 없게 되었더라도 폴은 똑같은 고백을 했을 것이다. 폴에게 있어 용서와 사랑은 그의 꿈보다 더 강력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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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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