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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를 살리자] ③“마약 중독은 범죄 아닌 심리·사회적 질병”

멕시코 중독 전문가 앙헬리카 오캄포 박사.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앙헬리카 오캄포 박사가 마약 중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사진)

멕시코 중독전문 오캄포 박사 “아픈 사람 처벌은 최선 아냐…적절한 치료 제공돼야”
중독 치료시설 자조모임·정부·민간시설 등 3종류…치료과정 완수 시 70%가량 약 끊어”

 “중독은 범죄가 아니라 질병입니다.”

마약 중독에 대한 중독 전문가의 입장은 한국이나 멕시코나 똑같았다. 중독은 질병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이슈팀이 지난 6월 국내 중독 전문가인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을 찾았을 때 조 원장은 마약 투약은 처벌하되 중독은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약 중독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만난 멕시코 중독 전문가인 앙헬리카 오캄포 박사도 마찬가지의 입장이었다.

중독치료전문대학 학장이면서 멕시코국립병원(HGM)에서 38년간 근무 중인 오캄포 박사는 “마약 투약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심리·사회적 질병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아픈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최선의 대처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두 전문가의 견해는 마약 투약을 범죄로 보느냐 여부에서 갈릴 뿐이었다. 이는 양국의 형사처벌 체계의 차이에 기인한다.

한국은 마약 투약뿐 아니라 소지, 소유, 제조, 매매 등을 두루 형사 처벌한다.

이와 달리 멕시코에선 마약 투약과 기준치 이하의 소량 소지는 처벌하지 않는다. 마약 투약을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에 맡기고 있다. 멕시코에서 마약 예방교육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캄포 박사는 멕시코에 마약 중독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친구들을 사귀려고 마약에 손을 댔다가 나중엔 친구들과 같이 지내기 위해서 마약이 필요한 단계로 발전한다. 결국엔 마약이 없이는 살 수 없는 단계로까지 나아간다. 몸이 마약을 갈구하는 수준으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캄포 박사는 “약물을 남용하면 남은 평생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중독자에게) 어떤 약물을 썼는지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멕시코엔 세 가지 종류의 치료시설이 있다.

우선 마약 중독 회복자들이 만든 자조 모임이다. 중독 경험자들이 다른 중독자들의 재활을 돕는 조직이다.

다른 하나는 ‘청소년 통합 중독예방 센터'(CIJ)를 포함한 정부의 치료시설이다. CIJ는 1969년에 민간에 의해 설립됐으나 1982년에 보건부 산하 기관으로 편입됐다.

오캄포 박사가 몸담고 있는 멕시코국립병원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의 치료시설이다.

단, 멕시코국립병원은 다른 정부 치료시설과 달리 최상위 병원인 3차 의료기관이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에 해당하는 사회보험(SS)이 있으면 약간의 병원비가 부과되고 사회보험이 없으면 무료다.

나머지 치료시설은 민간 치료시설로, 그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멕시코 중독 전문가 앙헬리카 오캄포 박사.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앙헬리카 오캄포 박사가 마약 중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사진)

중독 치료 효과는 현재로선 좋은 편이라고 오캄포 박사는 전했다.

그에 따르면 중독 치료 과정을 완전히 마치면 70%가량이 단약(斷藥)에 성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면 그 비율이 30∼35%로 떨어진다.

오캄포 박사는 술과 담배를 제외하고 멕시코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약물은 마리화나(대마초)라고 말했다.

이웃 나라인 미국에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펜타닐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오캄포 박사는 “당국이 지금까지 보고한 펜타닐 중독은 180건”이라며 멕시코 인구가 1억3천만명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적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멕시코의 ‘마약·알코올·담배 소비에 관한 전 국민 실태조사(ENCODAT) 2017’에 따르면 2016년에 가장 많이 소비된 마약은 마리화나였다.

12∼65세 남성의 경우 마리화나를 해 본 경험이 있다는 비율이 14%에 달했고, 여성은 3.7%였다.

12∼65세 중 약물 의존증이 있는 비율은 0.6%로 보고됐다. 남성은 1.1%, 여성은 0.2%였다.

하지만 18∼34세 청년층으로 한정하면 약물 의존증 비율은 남성이 2%, 여성은 0.3%로 올라갔다.

오캄포 박사가 1985년부터 멕시코국립병원에서 일하면서 치료한 중독자가 줄잡아 1만명에 달한다.

그런 그가 치료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결론은 “투약자에겐 약을 끊을 가능성이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오캄포 박사는 마약에 혹시나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마약은 너의 꿈과 너의 삶을 끝장내는 것”이라며 경고의 말을 남겼다.

멕시코국립병원(HGM). 멕시코의 중독 전문가인 앙헬리카 오캄포 박사가 일하고 있는 멕시코국립병원(HGM)의 전경 모습.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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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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