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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순종과 충성으로 맛보게 된 시에라리온 옥수수

사진: Jen-Theodore on unsplash

그를 처음 만난 건 동역하는 선교사님의 개척 교회가 있는 마을, 모얌바에서였다.

맨디 종족이 사는 모얌바는 마욜로에서 차로 꼬박 6시간을 가야 하는 시골 마을이다.

선교사님의 제자이자 모얌바 교회 리더였던 그는 아내와 함께 복음을 전하며 예수님의 사랑으로 마을 주민들을 섬기고 있을 뿐 아니라 부모 잃은 조카들을 데려다가 자식처럼 키우면서 성육신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그를 선교사님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셨다. 하나님께 충성은 두말할 것 없이 스승인 선교사님에 대해서도 죽으라면 죽는시늉을 할 만큼 충성을 다한다고 했다.

‘보이는 지도자에게 충성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나님께 충성한다고 할 수 있으며, 교회의 질서에 순종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나님의 나라의 질서에 순종할 수 있겠는가?’라는 선교사님의 말씀에 공감은 하지만, ‘왜 사랑하는 제자에게 죽음을 강요할까?’라는 의문 때문에 선교사님의 말씀이 깊게 와닿지는 않았다.

모얌바를 떠나온 지 2주 정도가 지난 어느 날, 그가 모얌바 생활을 접고 마욜로에 왔다. 선교사님의 사역을 돕기 위해 자신의 고향과 아내와 교회를 떠나온 것이다. 마욜로는 맨디족에게 텃세가 심한 팀니종족의 마을이다.

몇 년 전 맨디족인 그가 견디지 못하고 떠났을 정도로 맨디족을 적대하는 이곳으로 그는 ‘오라’는 리더의 명령에 ‘네’하며 순종하며 다시 왔다. 제자가 스승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하면서도 선교사님은 그에게 고마워하셨을 뿐 아니라 그를 자랑스러워하셨다.

나는 왜 모얌바에서 사역 잘하는 그를 굳이 이곳에 불렀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이해가 되었을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순종과 충성은 우리의 이해를 뛰어넘는 성령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기에 모든 의문을 덮고 그를 통해 일하실 하나님을 기대하기로 했다.

공동 화장실이나 창고, 잡초 무성한 버려진 공터처럼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그가 있었다.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지만,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 청소하고 잡초를 뽑고,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는 그의 입에서는 언제나 찬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고향이 그립지 않나요? 당신의 교회가 걱정되지는 않나요? 아내와 조카들은 보고 싶지 않나요?’ 하지만, 그의 찬양이 대답하고 있었다.

Since Christ my soul from sin set free
This world has been a Heav'n to me
And 'mid earth's sorrows and its woe,
'Tis Heav'n my Jesus here to know
O Hallelujah, yes, 'tis Heav'n
'Tis Heav'n to know my sins forgiv'n
On land or sea, what matters where?
Where Jesus is 'tis Heaven there.

그리스도께서 내 영혼을 죄에서 자유롭게 하신 후로부터 이 세상은 나에게 천국이 되었어요. 
그리고 세상의 슬픔과 고통 중에 있을 때도 여전히 이곳은 낙원이죠.
나의 예수가 여기 함께 계시는 것을 아니까요.
오 할렐루야. 그래요. 바로 이것이 천국이에요.
나의 모든 죄가 용서받았다는 것을 안다는 것, 정말 낙원에 있는 것 같아요.
땅이든 바다든 그게 어디든 뭐가 문제겠어요?
예수가 계신 곳 그곳이 바로 하늘나라예요.

교회에서 하지 않을 때는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복음을 전했다. 말로만 전하는 복음이 아니었다. 손발을 움직여 그들을 도왔다. 망고를 집어 던지고 대놓고 멱살을 잡고 너희 종족으로 가라며 그를 핍박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는 한결같이 복음을 전했다.

이것이야말로 충성이구나. 싶을 정도로 그는 말없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섬기며 순종했다. 글로만 읽고, 귀로만 듣고, 머리로만 이해했던 충성의 실체인 그를 볼 때마다 나는 부끄러우면서도 도전이 되었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어느 날. 교회 리더들과 한국 팀들이 교회 내부의 페인트칠을 하고 잠시 쉬는 시간. ‘이런 날, 간식으로 옥수수가 딱 인데,’라며 지나가는 바람결 같은 이야기에 모두가 ‘좋아!!’라고 반응했다.

둘이 먹다가 한 명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는 시에라리온 옥수수를 먹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들이었다. 문제는 장날도 아니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누가 옥수수를 구해올 것인가?’ 였다. 몇 명의 현지인들을 심부름 보냈지만, 모두 다 고개를 저으면서 돌아왔다.

‘어디에도 옥수수는 없다’라고 했다. ‘날씨 때문에 상인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는 그들의 말에 선교사님은 ‘어디까지 가봤냐?’라고 물었다. 그들은 ‘구석구석 다 가봤다’라고 했다.

선교사님은 그를 불렀다. 이미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고 있었고, 장대비를 머금고 있는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옥수수를 먹고 싶어 했던 이들은 괜찮다고 말렸지만, 선교사님은 ‘먹고 싶은 건 먹어야지’ 하면서 나도 그와 함께 가라고 했다.

‘옥수수 이게 뭐라고 비도 오는데…. 굳이 먹어야 하나. 왜 고생을 시키나’라는 마음이 컸다. ‘난 어쩌자고 옥수수를 먹고 싶어 했단 말인가?’라며 나를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마음과 달리 그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나도 할 수 없이 그의 뒤에 탔다.

출발하자마자 빗줄기가 굵어졌다. 나는 돌아가자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옥수수 먹지 않아도 된다. 죽고 사는 일도 아닌데 애쓰지 않아도 된다’라며 설득했지만, 그는 ‘맡은 일이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했다.

빗줄기는 굵어져서 이미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속옷까지 다 젖은 상태에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그는 찬양까지 흥얼거리면서 옥수수를 찾기 위해 빗속을 달렸다.

얼마나 다녔을까. 마침내 옥수수 상인을 만났다. 비가 와서 들어가려고 하는 그녀를 우리는 마치 재림한 예수님을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며 목청껏 불렀다. 그녀는 아침부터 본래 자신의 자리인 시장 입구에 있었다고 한다.

앞서 심부름을 했던 이들이 빗방울이 떨어지고 큰비가 올 것 같으니까 발걸음을 돌렸던 것이다. ‘그들이 제대로 심부름을 했으면 그와 나는 고생을 하지 않았어도 되었을 텐데.’라는 원망이 들뻔했는데, 옥수수를 구했다는 기쁨으로 충만한 그의 모습에 나도 감사를 선택하기로 했다.

‘빗속을 뚫고 옥수수를 구해오는 일’이 얼마나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명인가? 사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찮은 일이다. 옥수수를 구하지 못한다고 한들, 옥수수를 먹지 못하는 것 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하지만, 그 먼지보다 작아 보이는 작은 일의 순종과 충성이 집과 가족을 떠나 지시하는 땅으로 가라는 명령에 순종하고 충성할 수 있게 했다. 이해할 수 없음에도 순종할 수 있는 믿음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초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옥수수 심부름에 최선을 다하는 순종이 쌓이고, 묵묵히 잡초를 뽑고 청소를 한 충성이 쌓여야 한다. 그렇게 매일 매일 십자가에서 죽지 않으면 목숨보다 위대한 사명에 순종할 수 없는 일이다.

그의 순종과 충성과 헌신으로 우리는 맛있는 옥수수를 먹는 기쁨을 누렸다. 심부름 보낸 이의 칭찬이 있었고, 그는 우리의 자랑이 되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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