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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칼럼] 홍수(洪水)

사진: Unsplash

십수 년 전 미국 헤리스버그 장로교회 집회를 인도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강송중 목사님으로부터 펜실베니아주 랑케스트(Lancester) 대공연장에 「Noah」라는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고 해서 함께 관람을 했다. 「노아」를 무대에 올린 공연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은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공연장과는 전혀 달랐다. 무대는 노아의 8식구들의 생활이며, 「노아의 방주」 실제 크기로 무대 전면과 좌우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노아 방주에 모든 동물들이 뒤에서 무대 앞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연출했다. 무대 뒤에서 소, 양, 낙타, 말이 들어오고, 칸막이에 있는 모든 동물들의 움직임은 청중들의 눈과 귀를 뺏기에 충분했다. 나는 평생 이렇게 웅장하고 완벽한 무대는 처음 보았다.

사실 「노아」라는 무대는 몇 개월씩 공연하고 다시 「Moses」나 또 다른 것을 공연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 「노아」란 무대의 내용은 구약 성경 창6~9장에 나오는 <노아 대홍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지만, 화려한 조명과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에 관중들은 넋을 잃고, 노아의 홍수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노아의 대홍수 사건은 설화나 신화가 아니고, 역사적 사건(Historical Fact)이다.

성경을 모르는 사람은 그 내용을 옛날이야기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성경에는 노아가 왜 산꼭대기에 방주를 지어야 하는지, 그 의미와 노아의 살아가는 연대와 세 아들의 이름까지 정확히 기록되어 있고, 그 자부들이 함께 있었음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노아 시대의 대홍수 사건을 날짜별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오늘의 T.V 방송국에서 홍수와 장마를 그대로 생중계하듯 하다.

모든 사건은 기록되어야 역사(History)가 된다. 노아 시대의 대홍수 사건은 성경의 기록이자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것으로, 인간의 부패와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세상이 썩고 부패했어도 그래도 의(義)와 진실을 따라 사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하나님은 노아에게 사명(使命)을 주셨다. 대홍수로 모든 인간의 멸망 중에도 노아의 8식구와 동물들의 종을 보존키 위해서 암수 한 쌍 식 방주로 들어오게 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방주의 구체적 설계와 방주를 짓는데 재료까지 준비하도록 했다. 이것은 역사적 사건 기록이다.

그런데 노아는 산 위에 배를 만드는 어리석은 늙은이가 아니라, 그 시대의 선지자로서 인간이 하나님을 떠나서 음란, 방탕하고 죄악을 물 마시듯 하는 인간들에게 끝까지 회개를 외쳤지만, 아무도 노아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는 마지막 때를 준비하라고 외쳤지만, 모두가 노아를 무시하고 빈정대고 코웃음을 쳤다.

드디어 대홍수가 터졌다. 40일 동안 하늘에서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진 것뿐 아니라, 땅에서도 물이 솟는 현상이 나타났고 결국 온 천지는 물바다가 되었고, 방주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과 동물들은 모두 물속에 수장되고 말았다. 드디어 물은 아라랏 산까지 집어삼키고 나서야 노아가 만든 배는 두둥실 떠올랐다. 대홍수 때 노아의 8식구와 거기 함께 탄 생물들은 살아서 종족을 잇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 다시는 홍수로 인간을 멸하지 않겠다는 표로써 <무지개>를 보여 주셨다.

사실 노아는 공의가 없는 시대, 불의와 불법이 세상에 창궐할 당시에 그는 <의의 설교자 노아(Noah, Preacher of Righteousness, 벧후2:5)>였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 늙은이를 통해서 그 시대를 경고하고 있다. 나는 랑케스트의 극의 마지막 부분에 와서 청중들을 향해서 <오늘의 노아>가 된 배우가 뱃머리에 서서 뜨거운 가슴으로 오늘의 죄악을 질타하는 소름 돋는 메시지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하나님의 뜻을 버리고, 인간 스스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인생들은 들으라! 인간의 부패, 탐욕 즉 온갖 비리와 부정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만에 하나 회개하고 돌이켜 하나님께 돌아오지 않으면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회개하라! 죄악에서 돌아서라! 하나님께로 돌아오라!」

기후 변화로 지구는 갈수록 병들어가고 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각 대륙 마다 옛날에는 생각지 못했던 폭염과 장마가 일어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가물어 영상 40도에 가까운 폭염으로 사람들도, 동물들도 푹푹 쓰러지고 있다. 한편 중국과 인도에는 온 나라가 물바다가 되어 수천 명이 죽고 수십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장마 전선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서울 경기는 말할 것도 없고, 충청도와 전라도와 경상도에 쏟아부은 폭우로 50여 명이 죽고 집과 재산과 농작물과 일터를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여기저기서 부르짖고 있으니 전 지구적 사건 중의 하나이다. 이번 사건으로 <귀촌>의 꿈도 사라지고, 지방도 어렵게 되고 지방대학도, 농촌교회도 버티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정부의 발 빠른 구호와 안정대책이 필요한 것도 맞지만, 수해를 맞은 어려운 이웃을 두고 이 기회에 무슨 정치적 꼼수를 부려 이득을 보려는 자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 때, 목회자와 성도들은 <오늘의 노아가>가 되고, 한국교회는 부도덕하고 타락한 세상을 과감히 책망하는 <오늘의 구원의 방주>가 되었으면 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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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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