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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인도 마니푸르 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의 내막

▲ 난민캠프가 된 쿠키족 학교, 2023. 6. 29. 사진: 원정하

현재 인도 북동부의 ‘메이떼이’ 사람들과 ‘쿠키’ 부족 사람들 간의 무력 충돌이 두 달 이상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백 개의 마을과 교회가 불에 타고, 수백의 사상자가 나왔으며 5만여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국내 기독 언론에서는 ‘인도 정부의 참혹한 기독교 박해’라는 식의 정보가 돌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 이곳이 ‘마니푸르’ 주 입니다. 사진: 위키피디아 캡처

저는 해당 지역을 이전부터 주기적으로 방문해 왔고, 지난주에도 내전 현장에 뛰어들어 여섯 곳의 난민 캠프와 세 곳의 고아원에서 구호사역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현장에 보고 들은 정보를 나누고자 합니다.

‘마니푸르’주의 주 집단은 ‘메이떼이’ 종족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힌두교이며, 주 인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나가, 쿠키, 미조 등 여러 부족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별히 쿠키족은 약 천 명 단위의 작은 마을마다 각기 부족장(주로 영어 단어 King으로 호칭합니다.)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체적인 무력(!)과 실질적인 사법권을 갖고 정글 곳곳에서 문명 밖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선교사들의 끊임없는 헌신으로 이 종족들은 이제 거의 복음화가 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비옥한 평야지대를 확보하고 농경문화를 유지하던 메이떼이 족들과 달리 수렵채집과 화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정글 부족들은 마치 미국의 원주민(아메리카 인디언, 혹은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처럼 보호구역의 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토지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또 부족민들의 인구 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메이떼이’족이 우리에게도 소수민족 보호구역 토지를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내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 쿠키 부족민들. 사진: 페이스북 계정 The Hakha Post 캡처

다음은 현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메이떼이 사람과 쿠키종족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소개했습니다. 현지 상황이 너무나 극단적이기에, 취재원 보호를 위해 ‘가상의 대담’ 형식을 도입했음을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메이떼이 : 우리 ‘마니푸르’주는 원래 우리 메이떼이족의 ‘마니푸르 왕국’이 수백 년간 통치하던 곳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랫동안 너희, 왕국 내의 소수 정글 부족들을 용인해 왔다. 그런데 이제 도리어 ‘역차별’을 받고 있다. 종교 비율이나 인구 비율이 거의 대등해졌는데, 왜 당신들만 정글 소수 부족이라는 이름으로 넓은 땅을 확보하고 있는가? 현재 부족 집단이 차지하고 있는 땅은 너무 넓다. 우리 ‘메이떼이 부족’도 부족 지정 땅을 나누어 갖겠다.

정글 부족들 : 너희 ‘메이떼이’ 사람들은 부족이 아니다. 당신들은 수백 년 된 왕조와 궁정, 군대, 문자와 행정체계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고, 그걸 자랑스러운 역사로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당신들의 언어(메이떼이 어)가 ‘마니푸르’ 주의 공용어 아닌가? 왜 이제 와서 스스로를 ‘부족집단’이라고 하는가? 너희가 ‘정글 소수민족’으로 지정되면, 우리 마니푸르 주는 인구의 100%가 ‘소수민족’이 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되지 않겠는가?

▲ 19세기 ‘마니푸르 왕국’ 군대 사진. 사진: 위키피디아 캡처

메이떼이 : 원래부터 살던 나가족 등 다른 부족들은 인정해 준다고 하자. 하지만 쿠키족은 애초에 본가가 미얀마 아닌가? 당신들은 외국인이다. 1947년 인도 건국 이전부터 살고 있던 쿠키족들의 시민권 및 영토는 인정해 주겠다. 그리고 나머지 쿠키족들은 ‘외국 난민’으로 받아주겠다. 당연히 그들에게는 정부의 부족 지정 땅을 줄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1961년 이정부터 거주한 증명이 있으면 인도인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쿠키족 : 우리 부족들은 아주 옛날부터 인도 땅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인도와 미얀마의 국경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부터 사냥과 화전 등으로 이동하고 교류하며 살기도 했다. 멀쩡한 인도 시민권자인 우리를 갑자기 외국인으로 만드는 이유는, 결국 우리 땅을 메이떼이에게 넘기기 위한 술책 아닌가? 우리는 문자도 없고, 기록도 없어 구전 외에는 우리가 이 땅에 몇 년부터 살아왔는지를 증명할 자료가 많지 않다.

▲ 인도와 미얀마에 걸쳐있는 쿠키족 영역. 사진: 위키피디아 캡처

메이떼이 : 그것이 싫다면, 너희들은 모국인 미얀마로 돌아가라! 그리고 너희 종족 중 일부는 자기네가 이스라엘에서 왔다고 주장하니, 이스라엘로 돌아가라! 그리고 이 땅은 메이떼이에게 넘겨라! 일개 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어떤 자원이 묻혀있는지도 모르는 광활한 정글 지역을 다 자기네 땅으로 인정해 달라는 난민집단은 인정할 수 없다. (관련 기사)

쿠키족 : 미얀마는 공산주의 군사독재 국가다. 기독교인인 우리에게 그곳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그리고 ‘쿠키족 유대인 설’은 DNA 검사와 같은 과학적인 방법으로도, 인류학적으로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단지 극히 일부 쿠키족이 한국과 미국의 극단적인 ‘알리야’ 운동가들의 부추김으로 유대교로 개종해 넘어간 것뿐이다. 우리 쿠키족은 98.1%가 기독교다. 유대교로 개종해서 이스라엘로 가라고 한다거나, 공산정권 치하의 미얀마로 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에게는 지파별로 왕들이 있고, 군대도 있다. 우리는 부족의 땅을 지킬 것이다.

메이떼이 : 너희 쿠키족들은 인구 천 명 수준의 부락마다 왕의 한마디에 300-400명씩 군대가 소집되는 전투적인 민족이다. 게다가 AK-47 등 중화기를 미얀마와 중국에서 대량으로 갖고 오지 않았는가? 게다가 부족 내에서 자체적으로 총기를 생산까지 하고 있다고 들었다. 왕이 실질적으로 재판까지 하는데, 그러면서 너희가 무슨 인도 공화국의 시민이냐? 인정할 수 없다.

쿠키족 : 부족에 왕이 계시고 전사들이 있는 것은 고대로부터 당연한 전통이다. 게다가 정부에서 우리 부족 땅 구석구석에 공무원이라도 보내주었나? 경찰서라도 설치해 주었나? 전기나 수도라도 넣어 주었는가? 당연히 우리끼리 재판하고 치안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도리어 인도의 중앙 정부에서 힌두교인들로 이루어진 군부대를 보내고, 부대에서 메이떼이 족에게 총기를 몇천 자루씩 나누어 주고 있지 않나? 너희도 온갖 편법으로 무장하면서, 왜 우리의 자위권만 건드리는가?

인도 정부군 : 우리는 무기를 메이떼이 족에게 ‘나누어 준’ 게 아니라 ‘도둑맞은’ 것이다. 아무튼, 양측 모두 일정 기간 안에 무기를 반납하면 죄를 묻지 않겠다.

쿠키족 : 결국 일부러 도둑맞아 준 것 아닌가! 정부군의 피를 덜 흘리기 위해서, 혹은 정부군의 손을 덜 더럽히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정부가 메이떼이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무장시키면서 쿠키족의 무기만 반납받으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메이떼이 : 당신들 쿠키족은 정부 국유림 곳곳에 너댓 명 짜리 핵가족이 들어가서 아버지는 왕이고, 어머니는 여왕이고, 아들은 왕자라는 식으로 ‘알박기’를 해 오지 않았나? 그렇게 해서 급조된 부족들이 얼마나 많은가? 다산하고, 다른 부족 아웃사이더나 미얀마 쿠키족 난민들 받아 마을 키우고, 역사를 왜곡해서 등록 안 되었던 오래된 부족인 척 하고.. 이런 식이면 도대체 국유림이 남아나기나 하겠는가? 이 악한 고리는 끊어야 한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쿠키족 : 나가족에게는 ‘나가랜드’라는 그들의 주가 있다. 메이떼이 족은 마니푸르 주의 임팔 시 등의 평야 지대를 모두 갖고 있다. 우리에게도 ‘쿠키랜드’ 주가 필요하다! 아니면 우리 부족들의 땅을 쿠키족이 더 많이 사는 ‘미조람’주와 합치게 해 달라.

▲ 인도의 ‘7자매 주’. 사진: KBS 뉴스 캡처

메이떼이 : 그럴 수는 없다. 우리 주의 땅은 원래 1940년대까지 ‘마니푸르 왕국’의 영토였다. 단 한 치도 작아질 수 없다. 우리는 부족들의 땅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라, 원래의 우리 땅을 불법 점거자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나가족 등 다른 정글 부족들 : 우리는 90년대까지 오랜 시간, 쿠키족과 부족 전쟁을 벌여왔으니 쿠키족 편을 들기는 어렵다. 게다가 쿠키족에 대한 메이떼이 사람들의 지적도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같은 정글 부족으로서, 부족 지정 땅이 메이떼이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우리 종족 땅도 결국 메이떼이가 가지려 할 것 아닌가? 그리고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쿠키족을 기독교를 박해하는 이스라엘이나 미얀마로 보내자는 이들의 언행도 신앙 양심상 동의하기 어렵다. 일단은 중립을 지키겠다. 다만, 쿠키족 중 우리 나가족의 땅까지 ‘쿠키랜드’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은 묵과할 수 없다.

내전의 본질은 결국 토지 문제

언제, 누가 먼저 총을 쏘아서 무력 충돌이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지난 2023년 5월 3일, 6만 명의 쿠키족들은 ‘부족 지정 땅을 메이떼이 사람들에게 주지 말자.’는 시위를 했습니다. 그때 메이떼이 사람들은 SUV 차량에 폐타이어와 기름을 담아와서, 쿠키족의 오래된 기념물(그들이 인도에 오래 있었음을 증명할 만한)을 불태워 버립니다. 그리고 복수극이 곳곳에서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메이떼이 사람들이 중무장을 하고 정글의 부족 지정 땅을 확보하러 들어오면, 쿠키족 역시 무기를 들고 맞섰습니다. 마니푸르 주의 주도인 ‘임팔’시 및 인근 쿠키 쿠키족 마을들(+교회)은 메이떼이 사람들에게 불타고 약탈당했습니다. 살아남은 쿠키 사람들은 난민이 되어 동족이 더 많은 땅들로 몰려갔습니다. 마찬가지로 쿠키족이 주로 살고 있던 ‘추라참푸르’ 일대의 메이떼이 마을들(+힌두교 신전) 역시 불에 타고, 약탈당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메이떼이가 더 많은 지역으로 난민이 되어 도망갔습니다. 이렇게 5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하며, 피의 인구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지요. 2만여 명의 인도 정부군이 분쟁지역들에 주둔했고, 인터넷 등은 완전히 끊겨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메이떼이’ 다수 지역에서도, 쿠키족이 아닌 다른 종족들의 교회는 공격받지 않았습니다. ‘쿠키’ 다수 지역에서도 메이떼이 종족이 아닌, 다른 종족의 힌두교 신전들은 공격받지 않았지요. 그 이유는 메이떼이 종족도, 쿠키 종족도 적을 늘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도 중앙 정부 역시 이 사태가 ‘정부에 의한 기독교 박해’로 비추어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결국 본질은 토지 문제인데, 자칫 기독교 박해로, 심지어 유대교 박해로 왜곡된 정보가 퍼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메이떼이족 기독교인’들이 동족들에게 핍박받기 시작했다 합니다. 만일 외부에서 ‘박해받는 쿠키 기독교인 vs 박해하는 메이떼이 힌두교인’ 구도의 기사를 계속 생산하면,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심지어 ‘박해받는 유대인을 구해서 이스라엘로 보내자.’는 식의 이야기까지 나오면, 이는 메이떼이족의 쿠키족 영토 침범의 정당성을 더 강화시켜 주는 결과까지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외부의 기독 언론들을 통한 왜곡되고 과장된 뉴스는, 정부군이나 메이떼이족을 자극해서 실제의 박해까지 불러올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입니다. 도리어 북동부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며, 메이떼이와 쿠키의 난민들을 차별 없이 돕고 섬겨야 할 때입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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