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29)
목사님은 교역자들에게나 특히 잘못하는 교인들을 야단치시는 일이 별로 없으셨다. 목사님은 그렇게 교회가 견고해지고 든든히 세워지면서 교단 총회 일도 좀 돌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신 듯했다.
어느 해 목사님은 총회장에 출마하셨다. 그 당시 공직에 근무하시는 장로님 댁에 심방 갔는데 그 장로님이 면전에서 “목사님, 총회장 나가지 마세요.”라고 했다.
근데 목사님은 교단 총회장에 출마하셨고 총회장직을 지내셨다. 이러한 선택이 교단에는 유익했으나 목사님께 큰 난관의 씨가 되었다.
이때 목사님이 교회 돈을 한 푼도 안 썼으나, 교회 돈으로 총회장 선거에 나갔다는 소문이 났다. 급기야 공인회계사를 투입해 감사한 결과는 ‘이상무’였다. 그러나 이미 교인들에게는 중고등부, 학생, 교사, 청년, 장년에 이르기까지 오해의 파장이 커졌다. 이 일에 주동이 된 사람들은 대체로 목사님의 큰 사랑을 입고 목사님의 주선으로 취직과 보살핌을 많이 입은 분들이었다. “내 떡을 먹는 자가 내 발꿈치를 들었다.”라는 말씀이 응한 것이었다. 공예배 때 어떤 장로가 나가서 선동까지 했다.
이 모든 일에 대해서 목사님은 한없이 고개를 숙이며 변명 한마디 없이 “다 이 종이 부족해서입니다.”하고 떠안으셨다.
몇몇 주동하신 분들이 뜻대로 안 되었다고 몇 교인을 데리고 그 당시 떠오르는 이웃에 있는 큰 교회로 갔다. 그래도 그해 재정 결산을 해 보니 전년 대비 전혀 축이 안 났다. 버블만 없어진 것이다.
이런 환난은 약 1년여 계속되어 그동안 ‘새벽기도 인도, 교인 심방’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하루 종일 심방하고 새벽기도회 준비를 하고 자려고 시계를 보면 새벽 3시 정도 되었다. 정말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며 오직 교회를 지키며 아픔까지 껴안는 일은 진땀과 뼈를 깎는 일이었다.
불상사가 또 있었다. 대학 진학을 못한 한 청년이 부모님의 성화에 그만 자살을 시도했다. 그 청년은 부모님의 꿈을 매일 잔소리로 어깨에 짊어지고 우울증이 너무 깊어서 일어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과 심하게 다툰 후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내가 죽기를 원하시면 죽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늘 준비해 두었던 농약을 먹었던 것이다. 위가 평소에도 안 좋았던 그 청년은 치사량이 심해서 위 세척을 해도 결국은 깨어나지 못했다.
이때 나는 교사들을 데리고 교육차 출타 중이어서 부재중에 이 큰일이 벌어졌다. 덩치 크신 장로님이 사택 문을 벌컥 열고 문 앞에서 눈을 크게 뜨고 소리를 지른다.
“전도사님, 사표 내고 교회를 나가세요.” 한다.
가뜩이나 가슴 멍이 들어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하며 머리를 못 드는데 와서 삿대질이었다. 그 시로 사표를 써서 목사님께 가지고 갔다.
“가만히 있어요. 그 말이 전도사님한테 하는 것이 아니고 나한테 하는 말이에요.”하시고 사표는 거들떠 보시지도 않으셨다. 나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말씀을 붙들고 매달리는데 내가 감당할 일이 아니었기에 나를 치워놓으셨다고 주님은 내 충격을 어루만져 주셨다.
이런 환난에 고통받는 목회자들이 상처를 말끔히 치료받지 못하면 평생 가슴에 못이 된다. 오랜 후 교회에 잘 안 나오는 한 청년이 나에게 “그때 그 형이 자살하는 것 왜 못 막으셨어요?” 한다. 그 상처로 그 청년은 교회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 것이었다.
목회자란 참 힘들다. 1초도 방심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안정이 오면 총력 힘을 모아 외부의 적을 향해 ‘전도 돌진, 봉사 돌진!’하여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이 사건으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목회 안정으로 모아지는 힘은 오직 복음 발전을 위해 피나는 전투에 써야 한다는 것을! 안정은 최고의 적이라고 느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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