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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영 칼럼] 마늘을 까며

사진: 지소영 제공

“마트에 가면 깐 마늘이 있는데 왜 굳이 흙 묻은 통마늘을 사서 고생하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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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소영 제공

딸의 철없는 푸념에도 엄마는 해마다 통마늘을 사다가 까셨습니다. 저에게는 손끝 아리다고 만지지 말라며 그 많은 마늘을 혼자 다 까서 장아찌도 담고, 양념으로도 저장해두셨습니다. 오늘 마늘을 까며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는데 불현듯 한 편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

그 시절, 엄마들 삶은 대부분 비슷했나 봅니다. 시인의 글에서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그대로 오버랩됩니다.

저는 엄마를 잘 도와드리지 못했는데 제 아이들은 무슨 일이든 곁에 와서 도와줍니다. 오늘도 마늘의 절반 이상을 아들이 까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엄마께 더욱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만… ” (옛날 유행가가 딱 맞아떨어집니다.)

마늘 향이 오래가네요. 몇 번을 씻었는데도 손끝에 아직 마늘 향이 남아있습니다. 이 마늘 향을 따라가면 어딘가에 엄마가 계실 것만 같습니다. 마늘 향이 아무리 강해도 엄마의 향기만 할까요.

마늘의 매운 향 때문인지 엄마를 향한 그리움 때문인지 마늘을 까는 내내 눈앞이 침침했습니다.

철없던 저는 이렇게 해마다 마늘을 까며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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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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