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동행] 멘토를 만나다

사진: UnsplashBundo Kim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22)

거듭나고 교회에서 충성을 다하면 신앙은 저절로 크는 줄 알았다. 목사님은 완전 하나님으로 생각했다. 담임 목사님은 부흥사로 다니시기도 하며 명성이 났다. 그러나 여름성경학교를 내가 처음으로 책임 맡고 운영할 때 점심 먹으러 교사들이 오는 것이 좀 늦었더니 “이것들이 늦게 오네.” 하시며 말을 함부로 하시는데 나는 너무 무너졌다. 시간과 몸과 물질 드려 봉사하는 어린이부 교사들이 ‘것들’이란 대우를 받다니 기가 막혔다. 나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풋 신앙이라서 목사님께 막 대들었다. 교사들의 헌신이 그 정도 대우 밖에 못받는 거냐고. 내가 보기에 교사들은 내 살붙이 같고 귀하디 귀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목사님도 참담해 하고 나는 목놓아 울었다.

그날 점심도 못 먹고 하루 종일 어디서 그리 눈물이 나는지 온몸이 눈물이 되어 흐르나보다. 내게는 하나님이 죽은 것같이 목사님의 언행이 슬펐다. 내 일생 흘릴 눈물 그날 다 쏟은 것 같다. 그 이후 나는 부평초같이 헤매는 신앙이 되었다. 목사님을 못 믿으면 누구를 믿고 신앙지도를 받느냐였다. 이 숙제는 성경통신학교에서 일하며 풀렸다.

동양선교회(OMS) 한국 총무로 각광을 받던 분이 갑자기 건강 문제로 쓰러져 주님 나라에 갔다. 이 일로 선교회는 한국 직원들의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게 하는 등 각성을 했으나, 총무 자리는 한동안 비어 있었다. 그때 내가 성경통신학교 담당으로 들어간 것이다.

선교사님들은 죠이선교회에서 예수님을 믿고 육성 받고 뉴질랜드에서 교수 연수를 한 홍 목사님을 찾아내고, 이분은 동양선교회에 한국 총무로 부임했다. 전도의 열정으로 온몸과 삶이 뜨거운 분이셨다. 한국 동양선교회는 전도에 불이 당겨졌다. 학원 선교로, 군 선교로 담당 선교사님과 총무님은 한국 전역을 누비며 성령의 불을 붙여 운전하시는 장로님뿐 아니라 모든 종사자는 물론 수많은 사람이 거듭나고 헌신하고 기쁨의 도가니가 되었다.

우리 선교회 사무실에는 미국식으로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티타임을 늘 가졌다. 이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다들 로비로 나와 차 마시며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별거 아닌 대화에도 나는 구구절절 은혜를 받곤 했다. 이 총무님은 집에 가서도 부인과 함께 기도목록을 놓고 기도하시는 분이셨다. 나는 이분의 신앙 도움을 많이 입으며 은혜에 취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강의를 참석하고 있던 어느 날 왠지 머리가 복잡하여 더 이상 강의실에 앉아 있지 못하고 기숙사로 왔다. 갑자기 어린 시절 아주 큰 상처를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일이 떠오르는데 견딜 수 없고 폭발할 것 같이 괴로웠다. 나는 이 사실을 아주아주 멀리멀리 잊어버려서 내 생애에서 없어진 줄 알았다.

그러나 내 무의식의 태평양 한가운데 무거운 연자 맷돌에 달아 깊이깊이 넣었을 뿐인 것을 몰랐다. 이제 막 은혜받고 살아보려는데 이 웬일인가? 기억의 수면 위에 떠 올라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이었다. 더 견디지 못하고 참담한 슬픔을 안고 새로 오신 선교회 총무 목사님을 찾아갔다. 다짜고짜 “목사님 시간 있으세요?” 물으니 뭔가 하시던 일을 딱 멈추시고 시간 된다고 하셨다.

나도 모르게 그 상처를 줄줄줄 털어놓았다. 내가 얼마나 이 일을 슬퍼하고 있었는지 그날 흐르는 눈물을 보고 알았다. 흑흑 거리며 폭포같이 눈물을 쏟고 다 털어놓고 나니 두 시간도 더 된 것 같았다.

다 들으신 목사님은 아무 말도 안 하시고 다만 “기도합시다.” 하시곤 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셨다. 그 어떤 말씀도 없었다. 근데 나는 그 시간 이후로 날라갈 것 같이 속이 후련했다. 이 사건이 나의 자존감이 되어 나 자신 그렇게도 무가치하고 상처받은 하찮은 취급을 스스로 하게 하는 줄 나는 정녕 모르고 암 덩어리처럼 껴안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세상에 하나님께 말씀드리듯 깊은 것을 나눌 수 있는 형제자매는 하나님의 위대한 교제 원리임을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 총무님은 자연스레 나의 멘토가 되셨고, 그 멘토를 만나 교제하며 하나님 주신 자유를 만끽하게 된 것이다.

‘멘토’는 알렉산더 대왕을 탄생시켜 세상에 그 이름이 회자 되게 되었다지만, 하나님은 묘한 수학을 사용하셔서 그때 그 시간에 그분을 만나서 인생의 쓰레기를 저 깊숙이 찌든 때까지 벗겨내고 깔끔하고 윤나는 마음으로 만드시기도 하고, 서로 붙잡아주고 밀고 당겨주며 인생의 여러 길을 감당하며 걷게 하신다.

내가 멘토로 부르는 이 분은 사실 올려다보기에 너무 훌륭하고 존경받는 분이시다. 그러나 기회 있을 때마다 강원도 산골짜기 작은 여자아이를 늘 기억해 주셔서 불러서 식사도 대접해 주시고 작은 일에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다. 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하나님의 사람을 만난 것이다. 그분이 인간이기는 하다. 그러나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시고 받들어 주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감탄하며 감사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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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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