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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아이 교복을 팔아 한 끼 식사를 떼우다

사진: Mwesigwa Joel on unsplash

마욜로 마을에는 2개의 학교가 있다.

국가의 정식 인가를 받은 무슬림 학교와 천주교인이 설립하고 마을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세인트 피터 스쿨’ 이다.

무슬림 학교는 나름 번듯한 건물이지만, ‘세인트 피터 스쿨’ 건물은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버려지다시피 한 축사 같은 건물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책상, 의자, 칠판, 운동장 등 학교가 당연히 갖추어야 할 아주 기본적인 시설은 기대할 수 없다. 그나마 햇볕을 가려주는 지붕이 있고, 바람을 막아주는 벽이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니 학교라는 시설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을 아이들에게는 행운이다. 적어도 교육에 관심이 있는 어른들이 있다는 거니까.

교과서가 있는 아이들이 열 명 중의 한 명도 안 되는데 가방이나 연필 공책 등 학용품의 보급률은 오죽할까?

하지만 무엇보다 이 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교사가 없다는 것이다.

가끔 글을 읽을 수 있는 동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알파벳이나 숫자를 가르치는데, 집안에 일이 있거나 몸이 조금 좋지 않다 싶으면 나오지 않는다.

사정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설거지나 빨랫거리가 있거나, 땔감을 구해야 하거나, 동생을 돌봐야 한다면 부모들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아이의 교복을 팔아 한 끼 끼니를 때우는 집도 있다. 이제 그 아이는 교복을 입지 않으면 학교에 들어올 수 없다는 원칙 때문에 앞으로 학교에 다닐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주일에 3일은 휴교이며 일 년의 반이 방학이다. 그런데도 이런 학교에 다니고 싶어서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한 달 육성회비가 1만 레온(한국 돈으로 1000원). 그 돈마저 없어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이다.

아이의 부모들도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먹고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지의 아픔이 굶주림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다. 오늘 해결해야 할 한 끼의 밥이 아이들의 미래를 덮고 있다.

물론,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자신들의 삶보다 아이들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부모들도 있다. 그러니까 그나마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 거다.

부모들의 바람은 아이들이 알파벳이라도 익히고 숫자라도 배워서 문맹에서 벗어나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이지만, 이곳에서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배우지 않으면 가난의 굴레는 끊을 수가 없다.

시에라리온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 교육이다.

하지만 취학 아동의 60%만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1/3만이 중학교에 진학하고, 그중에 1/5만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고 하니, 시에라리온의 대학생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을 딴 경우이다.

이러다 보니 국민의 75%가 문맹이다.

배우고 익혀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꿈은 있지만, 꿈의 싹이 뿌리내릴 대지가 너무 척박하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한 명의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부모뿐 아니라 공동체의 사랑과 헌신이 필요하다.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로 키워내는 건강한 공동체 안에서 자란 아이들이 건강한 어른이 되고, 다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이곳의 아이들에게 한 명의 어른이 절실해 보인다. 아이에게 한 마을 같은 어른 한 명만 있어도 이곳의 아이들은 적어도 문맹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어른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거의 없다.

내전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가 없어 보인다. 한 마을 같은 누군가가 필요한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어른들도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복음이 더욱 필요하다.

이곳에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 이유다.

한 마을 정도가 아니라 우주보다 더 큰 존재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이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며 자라게 할 것이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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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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