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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주님이 날 사랑하니, 세상이 감당 못하네

사진: 원정하 제공

어제는 순회 주일학교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성경공부, 기도회, 빈민가로 이동, 영상장비 세팅, 찬양인도, 만화영화 상영, 설교, 주기도문, 간식 및 달란트 나눔… 이 모든 일이 끝난 후, 장소를 제공한 가정에서 차 대접 및 환담. 지난 십여년 간 수도 없이 반복해 온 이 과정이 참 힘들게 느껴지더군요.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4월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더워졌기 때문인 듯 합니다. 또 새벽기도부터 시작해서 쉼 없이 이어지던 스케줄이 밤까지 이어지자 지쳤기 때문이기도 한 듯 하구요. 딱히 수면이 크게 부족한 건 아니지만, 마치 약간의 적자에 시달리는 CEO처럼 쫓기는 마음이 들 때도 많습니다.

스마트폰이 있으니 잠깐씩 자투리 시간이 나도 ‘땅에 쓰신 글씨 인도’, ‘땅에 쓰신 글씨 일본’, ‘땅에 쓰신 글씨 필리핀’, ‘히즈쇼 힌디어 더빙’ 등 여러 단톡방에서 그 사이에 올라온 사역 이슈들을 처리해 가며, 또 재정을 보내기도 하고, 들어온 재정을 정리하기도 하며 거의 쉬지를 못했습니다. 머리가 꽉 차지요. 그렇게 지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쓰려지다시피 누웠습니다.

매일 새벽기도 때마다, 주님께 도움을 구합니다. 이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 지치지 않을 수 있기를, 그리고 만화 전도 책자 배포 및 히즈쇼 더빙 사역, 장학회 사역, 그리고 관련 출장에 들 재정들을 공급해 주시기를… 그렇게 하루하루 견뎌 나가는데, 한 찬양(그의 빛 안에 살면)이 떠올랐습니다.

제 사랑하는 후배 채두식 목사님이 이 찬양을 들으면 형님이 생각난다고 악보를 주어서 알게 된 것이었는데, ‘주님이 날 사랑하니 세상이 감당 못하네’라는 구절이 떠오르더군요. 그러면서 지금은 당연해지다시피 한 사역들이 원래 어떤 장애물들을 넘어 시작됐었는지가 하나하나 떠올랐습니다.

사진: 원정하 제공

지금 130만 부 이상 찍은 만화전도책자들이, 처음에는 200~300부도 구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또 지금은 당연히 수십명씩 모아서 주일학교를 하는 어떤 빈민가는 마법사가 있다고 귀신들리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못 들어간다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또 지금은 우리 청년이나 중고등부들도 길에서 수백 팩씩 팍팍 나누는 절제회 전도팩 역시, 이전에는 ‘경찰에게는 주지 말자’, ‘경찰에게 주는 팩에서는 만화전도책자를 빼자’ 등 여러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지금은 경찰들에게 가장 먼저 나누어 주고 있지요.

1년간 2000만 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되어 2만 인분 이상을 공급한 빈민식사 사역도, 처음에는 제 주머니돈 920루피(한화 만 몇천 원)으로 시작했던 것이었지요. 히즈쇼 힌디어 더빙 사역은 뛰어들어 보니 그냥 아무 방법이 없어 무릎으로 울기만 했던 게 2~3년 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돈이 많아서’, ‘인맥이 좋아서’, ‘언어를 잘해서’, ‘인격이 성숙해서’, ‘체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주님이 날 사랑하니’ 세상이 감당치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님이 저를 붙잡아 주셨습니다.

돌이켜보면, 돈도 인맥도 언어 실력도 관계성도 충분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돈을 만들기 위해,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인격을 도야하기 위해,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적었습니다. 대학원 때까지만 해도, 현장에 나가서도 마음만 먹으면 계속 공부가 가능할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지요.

그리고 제 한정된 경험에서지만, ‘롱런’을 위해 그런 곳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신 분들이 도리어 ‘숏런’ 하시는 것을 보면서, 굳이 현장까지 와서 ‘자기 계발’에 그렇게 많이 투자하지 말자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허둥지둥 살아나가기도 바빴습니다. 다만 거기에 더해, ‘삶이 선교다’라는, 선교사의 게으름을 합리화하는 문장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교회 밖의 아이들을 위한 사역 한 가지, 프로그램 한 가지, 밥 한 끼, 만화책 한 권, 추억 하나를 더 만들어 주기 위한 몸부림들을 멈추지 않았던 게, 결국 여기까지 오게 해 준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노력을 주님께서 ‘사랑스럽게’ 보아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냥 현지 교회를 출석만 하면서, 혹은 언어학원이나 운동만 다니면서 ‘삶이 선교’라는 모토 뒤에 숨지 않겠습니다.

도리어 ‘선교가 삶’이 되게 하겠습니다.

사진: 원정하 제공

더 위험하고, 더 비위생적일망정, 한국의 직장인이나 사역자들보다 더 피곤한 삶은 아니니 그것만으로도 제 분복은 족합니다. 그리고 그 선교가 된 삶으로, 계속해서 저와 동역자들의 몸뚱이를 집이나 교회에서 빼내어, 빈민가와 박해지역들에 몰고 가서 주차라도 해 두렵니다. 그러면 그 장소에서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 일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우리를 감당치 못할 것입니다.

계속 그의 빛 안에 살며, 죽음의 골짜기도 주의 손 굳게 잡고 나아가겠습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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