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동행] 의자밑에 떨어진 50원동전으로 버스비가 채워졌다

사진: UnsplashHaley Truong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17)

신학교 졸업 후 성경통신학교 전임 사역자로 밤이 아닌 낮에 즐거이 일했다.

이 프로젝트 담당이신 선교사님이 미국으로 아주 귀국하시게 되었으나, 우리 교단에서 이 전도사업을 인수할 재력이 안되어 성경통신학교 일은 중단되었고 나도 그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갑자기 일을 구하기가 막막했다.

마침 천안에 사시는 집사님이 공장 직원들에게 전도하고 싶다고 해서 주 하루씩 내려가서 집사님과 기도하고 교제하며 준비하는 것이 내 일의 전부였다.

하루는 집사님과 교제하다가 조금 늦게 출발했다. 늦었으니 자고 가라고 간곡히 부탁하심을 어색한 것이 싫어서 뿌리치고 나왔다. 터미널에 오니 막차는 끊겼다. 간신히 수원까지 오고 어찌어찌해서 서울까지는 왔으나 통금 시간이 되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우선 급한 대로 보니 건축 중인 집이 있어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애고, 앞집 개는 왜 그리도 짖어 대는지.

방범대원들이 오가고 가로등은 환한데 춥기는 왜 그리도 춥던지 몸을 잔뜩 웅크렸다.

“내 고집에 대한 훈련을 톡톡히 시키시는구나.”하며 “주님, 잘못했습니다. 이젠 아무리 어색해도 자고 가라면 자겠습니다.” 다짐했다.

아! 새벽기도회를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 버스 길로 나왔다.

집에 가는 방향 버스가 하필이면 좌석버스가 왔다. 일반버스는 20원인데 좌석버스는 25원이었다. 돈은 20원밖에 없는데도 하도 추워서 일단 승차해서 문 앞에서 두 번째 좌석에 앉았다.

기사님께 사정을 해 볼까? 아이구 죽을 노릇이다. 댓바람 새벽부터 동냥 양해를 구하자니 기가 막혔다.

걱정걱정을 하며 구걸 말을 연습하며 앞 바닥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무엇이 반짝였다. 동전이다. 얼른 밑으로 굽혀서 주웠다. 딱 50원짜리 동전 한 개였다.

“아니 어떻게 하나님은 꼭 동전 한 닢을 여기에 떨어뜨리셨을까? 만드셨을까?”

버스 기사님께 동냥질 안 하고 아주 돈이나 많은 사람처럼 당당히 내렸다. 그때 구질구질한 것 싫어하는 내 성격을 모질게도 깨끗이 청소하셨다.

집 식구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 채였다. 이렇게 대책도 없이 왔다갔다만 하니 어머니는 천불이 터지셨다.

“신학교 졸업하고 겨우 이거냐. 김장거리 없으니 시장에 가서 사람들이 버리는 배추 떡잎이라도 주워와야겠다. 내가 영세민 노동이라도 나가야겠다.”고 으름장을 놓으시며 나를 볶아 대신다.

나도 어찌해야 하나 성경만 보고 있는데 내가 읽어나가던 로마서 9장부터 주욱 내려가다가 11장 29절에 딱 눈이 멈췄다.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느니라”

졸업 반지를 뺏다 꼈다 하며 책상 위에 놓았던 것을 얼른 손에 다시 꼈다. 하나님의 주관이심을 깨달으며 저녁 땟거리가 없어도 새들은 찬양하는데 나는 아직도 찬양이 안 나오다니 에구 나도 좀 차원 있는 믿음이고 싶었다.

이튿날 새벽에 어머니가 벌벌 떨면서 나를 부르신다.

영세민 노동 나가서 돈 벌어오려고 새벽밥을 짓는데 그때 우리 집에 와있던 3살짜리 손주가 “할머니 하늘에서 혁아 오라 그래.”해서 머리를 짚어보니 열이 펄펄 끓는다. 어머니가 계속 이 고집으로 나오시면 큰 손자 하나님이 데려가신다는 사인으로 알아들으시고 나한테 오셔서 잘못했다고 말씀하셨다.

막 울면서 손자 안고 회개기도 하시고 나니 손자의 열은 씻은 듯이 나았다.

그날 낮에 내가 신앙 양육을 도와주던 간호사인 자매가 물어물어 우리 집에 찾아왔다. 주님 말씀에 복종하느라고 왔단다.

“하나님이 돈 좀 꾸어주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성경을 보는데 “가난한 자에게 주는 것은 여호와께 꾸이는 것이니” 이 말씀을 보며 내 생각이 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 원을 봉투에 가지고 와서 내민다. 나는 안 받겠다고 하다가 하나님 말씀을 보고 순종해보려는데 왜 안 받냐는 말에 할 말을 잃고 받았다.

그 돈을 어머니께 김장값으로 하나님이 주셨다고 당당히 드렸다.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어 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 주시리라”(잠 19:17)

신학교 졸업한 직후 앞날에 대해서 주님께 물으며 이 친구 저 친구 집에서 하룻밤씩 자는데, 이를 아신 멘토께서 댁에 와서 하룻밤 묵으라고 하셨다. 가서 저녁 잘 얻어먹고 아침에 큐티를 혼자 구석에서 했다. 잠언 21장 차례가 되어서 읽기 시작했다.

“왕의 마음이 여호와의 손에 있음이 마치 봇물과 같아서 그가 임의로 인도하시느니라”(잠 21:1)

이 말씀을 읽으면서 ‘보의 물’에 눈이 고정되었다.

하나님이 “너는 봇물과 같다. 내가 인도한다.” 말씀하셨다. 보의 물은 논농사에 쓰는 모아두는 물인데 물이 필요한 곳으로 둑을 터서 물을 흘려보내고 그곳에 물이 차면 둑을 막고, 또 필요한 논 쪽으로 둑을 터서 물을 흘려보낸다. 그때 갑자기 일단 어머니께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며 평안이 밀려왔다. 짐을 싸서 차를 불러서 어머니께 갔더니 어머니는 기절할 지경으로 반겨하신다.

그 전날 하나님께 내 앞날에 대해서 기도하시며 선숙이를 보내주시면 좋겠지만 주님 뜻대로 해 달라고 주님께 전권을 맡겼다고 하셨다.

나는 이때부터 하나님이 필요한 곳으로 나를 끝날까지 인도하시리라는 믿음이 왔다.

이번에도 주님은 내가 갈 곳이 없는 것이 아니고 정확한 곳에 인도하시는 중이라는 생각이 나를 평강으로 밀어 넣어주셨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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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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