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학자연맹(FAS)이 북한 보유 핵탄두를 30기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일 전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통상 핵보유국들은 보유한 핵물질 가운데 절반 정도를 무기화하는 관행이 있다. 따라서 FAS의 ‘세계 핵군사력 지위 지수'(Status of World Nuclear Forces)에서 나온 ‘30개 이상’의 의미는 조립해 놓은 핵탄두 규모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 군은 ‘2022 국방백서’에서 “1980년대부터 영변 등 핵시설 가동을 통해 핵물질을 생산하여 왔으며, 최근까지도 핵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 70여 ㎏,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통해 고농축 우라늄(HEU)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플루토늄의 경우 핵무기(핵탄두) 1기 제조에 대략 4∼8㎏이 사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일단 플루토늄 쪽에서만 핵무기 9∼18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한 셈이다.
고농축 우라늄(HEU) 쪽도 살펴봐야 하는데 북한은 지난 2010년 11월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 등 미국의 과학자 일행을 영변 핵시설에 초청해 자발적으로 원심분리기 2천개 등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적이 있다. 2천개의 원심분리기라면 연간 약 40kg의 핵무기용 HEU를 생산할 수 있다.
13년의 시간이 지난 것을 생각하면서 현재는 그 시설 규모가 대폭 확대됐을 뿐 아니라 영변 외의 다른 장소에서도 HEU를 생산하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HEU 생산 능력을 연간 130-240kg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매년 8-16개의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양이다.
그런데 우라늄 농축시설의 경우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속성으로 인해 영변이나 강선(또는 강성) 외의 장소에서 북한이 시설을 운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이 올 새해 첫날 직접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탄두 10기 이상이 분리된 무기고를 시찰하는 모습을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이 무기화했거나 앞으로 할 수 있는 핵물질 총량은 FAS가 밝힌 핵탄두수 30개 이상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FAS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핵탄두는 러시아가 5천889기로 가장 많았고, 미국 5천244기, 중국 410기, 프랑스 290기, 영국 225기, 파키스탄 170기, 인도 164기, 이스라엘 90기 순이었다. 북한이 조만간 이스라엘에 버금가는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FAS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간주해 핵탄두수를 발표하는데서 보듯 이제 한국은 ‘핵보유국’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비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이 부각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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