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에 아마도 유일하게 이승만의 이름이 또렷히 새겨진 곳을 다시 다녀왔다. 올해는 워싱턴에 벚꽃 시즌이 빨리 와서 때마침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었다. 아메리칸 대학에 있는 코리안 가든이다. 딱 80년 전(1943.4.8)에 이승만이 직접 심은 벚꽃나무가 있는 곳이다.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는 관리가 부실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그 사이 현대그룹 정몽용 회장(’91년 MBA 졸업생)의 후원으로 아예 “코리안 벚꽃 숲길”을 조성하면서 아주 풍성한 벚꽃 가든이 되어 있다. 이곳 이승만의 벚꽃나무 네 그루는 당시 대한민국 임정 수립 24주년을 기념하며, 한국 선교사의 아들이었던 이 대학 폴 더글라스 총장과 이승만이 심은 것이다.
제주 묘목은 당시 하와이 한인들이 기증했다. 참고로 이곳에 한국 벚꽃나무가 심긴 사연은 이렇다. 워싱턴 포토맥 강변에는 가츠라-태프트 조약 이후 일본 동경시장이 기증한 수천 그루의 벚꽃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반일감정이 일어나 일본 체리숲(Japanese Cherry Trees)이라고 불리던 이 나무들을 해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격한 사람들은 도끼를 가져와 나무를 찍기도 했다. 이때 워싱턴에서 일본내막기(Japan Inside Out)이라는 책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이승만은, 일본의 벚꽃이 사실 다 제주와 울릉도에서 건너간 것이니 벚꽃나무의 원조가 한국이라며 이 나무들을 대신 Korean Cherry Tree 라고 부를 것을 제안했다. 나무도 살리고 한국의 독립운동도 알리는, 기가 막힌 민간외교였다.
그러나 “코리안 체리트리”라고까진 부르지 못하고 대신 “오리엔탈 체리트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결정에 이승만이 크게 실망하자 그의 절친이자 자문역할을 했던 폴 더글라스가 자신의 대학 교정에 코리안 체리를 심자고 한 것이다.
그리고 당시 최초의 여성 연방의원이었던 자넷 랜킨 하원의원은 미 의회에서 일본 체리나무(Japanese Cherry Tree)가 사실 한국산이라는 의견서도 제출한 바 있다. 자나깨나 나라의 독립을 위해 고민하며 강국들을 상대로 놀라운 외교력과 영향력을 발휘했던 우리의 국부 이승만의 위대한 흔적이다.
대학 홈페이지에는 매년 벚꽃 시즌마다 한국 대사가 이곳을 방문한다고 되어 있는데, 정말 그런지 의문이다. 이곳이 더욱 많이 알려져서 벛꽃 시즌마다 미주 한인들이 이곳을 찾고, 워싱턴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필수 관광지가 되길 바란다.
얼마 전 보훈부 박민식 장관님이 방미하셨을 때 이곳을 찾아와 주셨다고 해서 참 감사했다. 더 나아가 보훈부와 외교부가 이곳을 귀중한 독립운동의 사적으로 관리하면 좋겠다. 구글지도에 Syngman Rhee Garden 이라고 등록을 시도했는데 승인이 안나더니, Korean Cherry Trees 라고 등록하니 방금 승인이 되서 구글맵에 뜬다. [복음기도신문]
조평세 | 트루스포럼 연구위원. 영국 킹스컬리지런던(KCL)에서 종교학과 전쟁학을 공부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트루스포럼 연구위원으로 미국에 거주하며 보수주의 블로그 <사미즈닷코리아>(SamizdatKore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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