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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잔치 잔치 열렸네

사진: 김봄 제공

나의 등장은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가 던져진 것처럼 온 동네를 술렁이게 했다.

나를 보기 위해 많은 아이가 숙소 마당으로 몰려왔지만, 정작 나를 보면 가까이 오지 못하고 쭈뼛거렸다. 내가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면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 도망을 쳤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힐끔거리며 쳐다만 볼 뿐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고,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뒷걸음을 쳤다.

어떤 이들은 나를 중국인을 비하하는 ‘칙총’이라고 불렀고, 혹은 백인을 뜻하는 ‘아파토’라고 불렀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쉽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이 필요했다.

현지 선교사님이 ‘샤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 ‘샤론’으로 이곳에 살면서 샤론의 꽃 예수님 같은 사랑을 흘려보내고 싶었다.

‘나는 중국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닌, 한국에서 온 샤론입니다. 여러분들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잘 지내봅시다.’

그렇게 나를 소개하고 인사를 하고 싶은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학교에 다니지 않은 아이들은 영어를 몰랐고, 어른들은 아프리카식 영어인 클리오 어를 사용했기에 거의 소통이 불가능했다. 언어는 현지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이 진리였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주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함께 밥을 먹는 것’이었다. 친해지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한 것이 없었다. 한국뿐 아니라 이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지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마을의 부녀회에 ‘우리 함께 밥을 먹어요. 내가 대접할게요.’라는 나의 뜻을 전했고, 그녀들은 흔쾌히 좋다고 했다.

그리하여 마을의 여인들이 앞장서서 주민들 300여 명을 위한 식사 준비를 한다. 카사바 잎을 잘게 다지고 장작을 피워 생선을 튀기고 밥을 한다. 시에라리온의 대표 음식인 ‘카사바 피쉬 스프’이다.

코로나 청정 지역인 이곳은 호시탐탐 축제 핑계를 찾는다.

빵 한 조각. 음료수 한 잔. 그것도 여의찮으면 음악만 있어도 그들에게는 잔치다. 틈만 나면 모여서 춤을 춘다.

가끔은 음악을 켜놓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이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는 그것이 전부라는 것을 알기에 불만을 표할 수가 없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 DNA에 흐르고 있는 유흥의 끼를 발산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다진다.

잔치를 준비하는 풍경은 풍요롭다. 음식의 종류와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함께’가 주는 풍요로움이다. 시에라리온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기독교는 몸을 이루는 종교다.

하늘에서 말씀만 하셔도 되었는데 예수님이 직접 몸으로 이 땅에 오셨다. 그렇게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한복음 1:14)

육신이 된 말씀이 우리와 함께, 우리 가운데 거하셨을 때, 비로소 우리가 은혜와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하나님의 영광이었다.

나의 가운데 거하신 육신이 된 말씀인 아버지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셨다. 함께 먹고, 함께 마음을 나누라고, 그렇게 내 마음 안의 아버지를 나누라고. 부름을 받은 하늘 시민권자 백성이 이곳에 보냄을 받은 것이다.

이곳 사람들과 건강하게 한 몸을 이루어 하늘나라의 가치관을 가지고 이들이 하나님 자녀의 특권과 축복을 누릴 수 있도록 통로가 되고 싶다. 그리하여 하나님을 믿는 우리 인생이 복음으로 매일 잔치의 날을 살았으면 좋겠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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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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