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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

그림설명: 지오르지오 데 키리코, , 1960년 추정, 유화, 30x40cm

279호 / 뷰즈 인 아트

18세기 프랑스의 시계장인, 피에르 자케 드로(Pierre Jaquet-Droz)는 뻐꾸기시계를 최초로 발명하였다. 그러나, 예술가에게 자케 드로는 초기 형태의 로봇, 곧 오토마타(automata)를 만든 사람으로 더 유명하다. 그가 만든 오토마타는 각각 피아노 연주, 그림 그리기, 글쓰기의 자동기능이 탑재되었다. 이 오토마타는 당대를 넘어 1930년대에 활동한 초현실주의자들에게까지 큰 감명을 주었다. 생명은 없지만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로봇을 보노라면 매우 강렬한 감정이 일었는데, 이 섬뜩하고 오싹한 느낌 곧 ‘언캐니(uncanny)’에 초현실주의자들이 열광하였다. 그들은 어떡하면 자기 작품에서도 로봇 같은 강렬한 언캐니를 느끼게 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오토마타, 생명은 없지만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로봇

이탈리아 초현실주의자 지오르지오 데 키리코(Giorgio de Chrico) 역시 그중 하나였다. 1, 2차 세계대전을 지나온 유럽인들이 느낀 감정도 이와 유사한 공포와 불안이었다. 암울한 시대 배경은 데 키리코 같은 초현실주의자를 양산해낸 토양과 같았다. 그의 작품을 보면, 텅 빈 거리 중앙에 로봇이 서 있다. 가슴께 삼각자같이 생긴 물건은 이탈리아 음유시인들이 들었던 작은 하프 같은 악기로 보인다. 작가가 붙인 제목도 ‘II trovatore(음유시인)’니, 악기를 연주하며 러브 스토리, 가십, 뉴스를 전해 주던 음유시인 로봇임이 분명하다. 이목구비 없는 얼굴과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늦은 오후의 생기 없는 우울함을 더하고 있어 로봇이 전하는 뉴스가 그다지 밝지 못함을 깨닫게 한다.

음유시인, 이목구비 없는 얼굴과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의 로봇

4차 산업혁명 시대, 로봇은 지난 세기와 달리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2017년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독일 비텐베르크의 한 목사가 ‘축도 로봇’을 제작하였다. 그는 이 로봇을 통해 이 시대 목회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려 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실제 최근의 인공지능(AI) 기술은 가까운 미래, 목회자들의 역할을 전혀 다르게 변화시킬 것이다. AI가 영적 거장들의 설교를 딥러닝하면,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신학적 질문에도 답하고, 새로운 설교도 가능한 시대가 왔다. 이들의 생전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구현하여 상황에 맞게 음성의 강약, 표정과 제스처도 가능하다. 그뿐이랴, 마틴 루터의 디지털 부활도 가능하다니 순간 섬뜩해진다. 데 키리코 그림처럼 오싹한 현실은 이제 경고음을 울린다. 언제 어디서나 역사적인 설교를 들을 수 있는 AI 상용화 시대에, 하나님께서 ‘내 양을 먹이라’고 부르신 우리에게는 목자로서 무엇이 요구되는가? 나는 로봇 목자와는 무엇이 달라야 할까? [복음기도신문]

이상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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