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TGC 칼럼] 가장 힘들었던 대화,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 이유

사진: Zahra Amiri on Unsplash

그는 가족이었다. 나에 대해서 좋은 점, 나쁜 점, 모르는 게 없는 가족이었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언제 일어나셨는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해가 뜨기 훨씬 전이라는 건 분명했다. 할아버지에 관한 내 최초의 기억은 그가 매일 아침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또 신문을 읽던 작은 식탁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할아버지의 지하실 벽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받은 각종 상과 사냥감을 들고 찍은 사진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욕을 섞지 않고서는 단 몇 문장도 하지 않는 할아버지에게서 나는 욕을 배웠다. 보기에 따라서 무섭게 느낄 수도 있지만, 할아버지의 미소와 배꼽이 빠져라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그런 느낌은 바로 사라졌다. 할머니를 향한 할아버지의 사랑은 내가 살면서 거의 본 적이 없는 수준의 서비스와 부드러움으로 가득했다. 할머니가 방에 들어오면 할아버지는 바로 일어나서 모든 수발을 들었다. 

할아버지는 가끔 교회에 갔다. 지극히 사적인(private) 믿음을 갖고 있었다는 게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우리 가족의 최고 어른으로서 식사 기도는 할아버지의 몫이었는데, 우리나라를 주신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와 백악관의 주인을 향한 욕이 주된 내용이었다. 나는 할아버지가 성경을 읽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예수님의 이름도 욕할 때 외에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영적 부담

2011년, 우리 부부는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으로 가는 여름휴가 여행을 계획했다. 해변 때문이기도 했지만, 진짜 이유는 거기 사는 조부모님이 우리 갓난아이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휴가 날이 가까워질수록 우리 가족은 바빠졌지만, 내 마음에는 어떤 묵직한 부담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강권하심이었다. 사실 몇 년 동안 할아버지의 구원 때문에 부담을 느낀 건 사실이지만, 그런 대화를 직접 나누는 것을 왠지 나는 꺼리고 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이제 여든이 넘었고, 건강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나는 주님께서 이번 휴가를 허락하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것이다. 

복음을 나누는 데에 있어서 나는 다른 사람과 하나 다를 게 없다. 복음을 믿는 내 마음은 진심이지만, 그리스도의 이름을 선포할 때마다 언제나 긴장한다. 할아버지와 나눴던 오래전 어렴풋한 대화는 내가 느끼는 긴장과 두려움을 아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는데,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할아버지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강철의 사나이, 나보다 거의 네 배나 더 오래 산 사람에게 진리를 말한다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내가 앞으로 알게 될 지식보다 할아버지가 이미 잊어버린 게 아마도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죄를 회개하고 왕이신 예수님을 믿으라고 선포할 생각을 하니, 너무 초조해서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둘째, 할아버지는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가 들은 설교만 해도 수천 번이 넘는다. 그러나 좋게 말해야, 할아버지는 복음에 조금 관심을 보이는 정도의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다. 비록 흠잡을 데 없이 반듯하고 성실한 분이지만,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이 보여주는 열매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었다(마 7:16갈 5:22-23).

셋째, 그는 가족이었다. 나에 대해서 좋은 점, 나쁜 점, 모르는 게 없는 가족이었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내가 종교를 조롱하고 우리 가족을 욕되게 하던 바람둥이 시절의 내 모습도 고스란히 지켜본 사람이었다. 비록 예수님이 내 인생에서 놀라운 일을 하신 건 사실이지만, 할아버지가 내 과거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할아버지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시고, 내게 진리를 담대하게 선포할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간구했다. 또 주변에 중보기도를 부탁했다. 그리고 내 기도에 주님께서 응답하셨다. 여행 마지막 날, 우리는 약 30분 동안 복음에 관해서 분명하게 대화를 나눴다. 할아버지는 의문을 제기하고 또 의심 가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기꺼이 복음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나중에 나는 할아버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적은 편지와 그와 관련한 성경 구절, 그리고 내 친구 마이크 맥킨리가 쓴 훌륭한 책, 나는 참 기독교인인가?(Am I Really a Christian?)를 보냈다. 그 후로 우리는 한 번 더 대화를 나눴는데,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말하는 중생이라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조금 알 것 같기도 해.” 

2012년 12월 17일, 할아버지는 55년 동안 함께한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의 출생지인 노스캐롤라이나 커리턱에서 추도예배를 인도하는 영광을 누렸다.

씨가 뿌려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년 동안, 나는 종종 할아버지의 영혼에 뿌려진 씨앗이 뿌리를 내렸는지 궁금했다. 하나님께서 그의 영혼에 회개와 믿음을 일으키셨기를 바라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러함에도 한 가지 믿는 건 성경 말씀이 참되다는 것이다. “사람을 두려워하면 올무에 걸리느니라”(잠 29:25). 두려움은 복음을 전하려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칼 헨리(Carl Henry)는 복음이 진짜 좋은 소식이 되려면 제시간에 도착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복음을 나누라는 주님의 부르심에 내가 항상 순종한 건 아니었다. 아니, 거의 순종한 적이 없다. 그러함에도 이런 나를 향한 하나님의 자비는 끊어진 적이 없다. 할아버지와 나눈 대화는 정말로 쉽지 않았지만, 그날을 돌이켜볼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곤 한다. 영원의 관점에서, 내가 오늘 느끼는 두려움은 근시안적이다. 영원의 무게는 오늘도 우리를 압박한다. 복음 전파라는 맡은 사명을 더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를 더 의지하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하나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정과 이웃, 그리고 학교와 일터에서 왕의 대사로 세우셨다(고후 5:20). 우리가 지금 속한 곳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그렇기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복음의 문을 활짝 열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라. 담대하게 그분의 이름을 선포하는 용기를 달라고 간구하라. 언젠가 우리가 그분의 아들 앞에 서는 날, 이 땅에서 나눴던 힘든 대화를 기억하고 더 감사하게 될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가렛 켈 | Dallas Theological Seminary(ThM)를 졸업하고,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한 Del Ray Baptist Church의 선임목사와 TGC의 이사로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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