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호 / 뷰즈 인 아트
미국의 팝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는 LOVE 조각으로 유명하다. 그의 이 대표작은 대단할 것 없는 일상에서 시작되었다. 1964년 작가는 몇몇 지인에게 직접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는데, 다음 해 MoMA의 성탄 카드 디자인에 뽑혀 미술관 사상 최고의 매출을 올렸던 것이 계기로 전해진다. 이 카드 그림이 바로 LOVE이다. 글자 형태도 이렇다 할 만큼 독특하지도 않을뿐더러, 파랑, 빨강, 초록의 글자색 역시 작가의 아버지가 일하던 필립스66 주유소 색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른 작품처럼 잘난 척하거나, 어렵지 않았던 그의 작품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인기작이 되었다.
하지만, 인디애나가 말하는 사랑의 출발점이 어디인가를 예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갓난아기였을 때 인디애나 출신 양부모에게 입양되었던 그의 본명은 로버트 클락이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닌 양부모 덕에 고속도로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양부모가 이혼하자 편부의 손에서 자랐다. 성인이 된 후에도 인디애나는 심각한 애정 결핍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공허함을 채우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클락이라는 성 대신 인디애나로 다시 태어나고자 했던 점, 미술가 엘스워스 켈리와의 동성 관계에서 결핍을 보상받고자 했던 일화 등이 그렇다. LOVE는 전작 <사랑은 신>에서 파생되었다. 인디애나가 어릴 적 다닌 교회에는 ‘하나님은 사랑(God is love)’이라는 문구가 붙었는데, 이를 ‘사랑은 신’으로 바꾼 것이다. 그 교회는 재정난으로 앤디 워홀에게 팔려 작업실로 개조되었고, 인디애나는 워홀의 집들이 선물로 <사랑은 신>을 만들었다. 어쩌면 워홀의 교회 정복을 축하하는 전리품 같은 생각마저 든다.
그렇다면 LOVE의 속뜻은 뭘까. 불행한 소년에 무관심했던 교회에 대한 원망일까. 동성애인에게 갈구했던 욕망일까. 아니면 결핍된 부모의 사랑일까. 같은 글자이지만, 인디애나의 사랑은 성경이 말한 하나님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온갖 종류의 사랑을 주장했으나, 안타깝게도 하나님의 사랑만 제외하였다. 메인주 외딴 섬에서 평생 은둔하다 쓸쓸하게 생을 마친 인디애나의 마지막은 하나님 외에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은 사랑의 앙상한 결핍을 드러낸다. [복음기도신문]
이상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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