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자율성
전 세계적으로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고 인권의 이름으로 인권을 억압하는 야만적 전체주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선악의 개념과 인간이 가진 인격권이 위협받고 있다. 사회, 경제, 교육, 정치, 의료분야 등 전 분야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무엇이나 할 수 있다.’ 라는 개인주의적 자유의 개념에 국한되어버리면 인간의 자율성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되어 버린다. 미국 케네디 의료윤리 연구소 소장 다니엘 카라한은 ‘고삐 풀린 자율성’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고삐 풀린 자기 권리주장이 사회 각 분야로 번져가고 있다. 더 나아가 나의 자유와 추구하는 이데올로기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때로 남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고 도덕과 사회 질서가 무너지더라도 나의 권리가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체주의자들은 도덕을 해체한다.
독일의 여성 사회학자 가브리엘 쿠비는 “정치적 권력에 의해 도덕이 해체될 때 첫째, 사람들로 하여금 윤리적 민감도를 떨어뜨려 방향을 잃게 하고 둘째, 양심을 따르려는 용기를 빼앗아 선을 악이라고 하고, 악을 선이라고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는 전체주의자들은 제일 먼저 성도덕과 윤리를 해체한다. 결과적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무너지고 생명 경시 사조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성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없애 버리는 것이 인간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유에 대한 가치를 파괴하게 된다. 충동, 습관, 감정을 부추기는 집단심리를 이용한다.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사고를 마비시킨다. 극단적인 쾌락주의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결국 사회 질서는 파괴되고 힘 있고 권력을 가진 자의 독재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부부간의 신의를 허무는 간통죄를 없애고, 자신의 성적 쾌락을 즐기는 외도를 하더라도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무책 이혼(no-fault divorce)제도를 도입한다. 자신들의 고통을 없애자고 이혼하면서 자녀들에게는 가정과 부모를 가질 권리를 파괴하고 이혼 가정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책임 없는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게 된다.
생명을 죽이는 낙태를 권리라고 주장하며 낙태를 합법화한다. 더 나아가 주변에 힘없고 병들어 나약한 노인들을 죽이는 안락사법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거나 지적 능력이나 육체적 부족함이 있은 사람이 경제적 손해를 가져오게 될 것 같으면 고통을 중단시키자는 명목으로 언제 죽음으로 내몰릴지 모르는 무서운 시대가 도래한다. 안락사를 도입한 나라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마약을 합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끄러운 경사길에 서 있는 나라들
책임 없는 자신들만의 자유를 쟁취하려는 전체주의자들은 입법 활동을 통해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윤리기준이 무너지도록 미끄러운 경사길로 몰고 간다. 영국의 경우 1968년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후 2001년에는 배아 파괴 연구를 허용했다. 1978년 시험관 아이를 탄생시키는 의과학의 발전은 여성의 몸을 착취하는 상업적 대리모가 나오게 했으며, 동성 커플의 대리모 출산, 비혼 출산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자기결정권만 강조하는 흐름을 타고 미끄러운 경사길의 논조를 따라 2017년에는 희귀병을 앓는 아이에게 안락사를 종용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독일은 1969년 이혼을 허용한 후 1973년 포르노를 합법화했으며, 1976년 낙태를 허용했다. 2001년에는 매춘업도 사회 보험 혜택을 받는 직종으로 채택되었다. 네덜란드는 1976년 아편법을 만들어 마약을 합법화한 후, 1984년 낙태를 허용하고 2002년부터 안락사를 허용했다. 1988년 낙태를 합법화한 캐나다는 2016년 안락사를 허용하고 2018년 19세 이상의 성인들에게 마리화나를 허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5년 간통제를 위헌판결하여 폐지 시킨 후 불과 4년 후인 2019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2022년에는 의사조력자살(PAS, Physician Assisted Suicide)을 합법화하지는 법안까지 나타났다. 메스컴에서는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연예인들이 혼전 임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가정을 지키기보다는 이혼을 택하라고 부추기는 막장 스토리를 담은 연속극이 범람하고 있다.
책임 없는 자유를 추구하고 있는 일부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도덕적 타락 현상을 따라가려고 기를 쓴다. 도덕적 타락 현상으로 인해 만들어진 제도와 문화를 따라가는 것이 지성인이고 남들보다 앞선 것이며, 최선의 것이라고 현혹하고 있다. 국민에 대한 지식인들의 기망 행위고, 자신들의 생각을 주입하려는 선동이다. 인기영합주의에 매몰된 무지한 정치인과 상업주의에 물든 언론계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는 전체주의자들의 선동에 아무런 비판도 없이 부초(浮草)처럼 따라가고 있다.
언어는 권력의 도구로 사용될 때 타락하게 된다.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는 전체주의자들은 뜻이 모호한 신조어(新造語 New Speak)를 만들거나 기존의 개념을 혼돈시키는 대체용어를 사용하여 언어를 타락시킨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고 신조어를 만들고 듣기 고상한 용어를 택해서 사용한다. 일종의 사기이고 속임수다.
이들이 이용하는 모호한 신조어는 선악의 경계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언론 매체가 정제된 거짓말을 할 때 조작이라고 하고, 정치인들이 이런 행동을 할 때 선동(프로파간다 Propaganda)이라고 한다. 일부 페미니스트들과 인권운동가, 젠더 운동가들은 20세기 공산주의자들과 전체주의자들이 사용했던 선동 방식을 모방하고 있다.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다가온다. 이들은 고의적으로 언어를 이용하여 사실을 다르게 묘사하려고 시도한다. 언어선동이고 거짓말이다.
성폭력 여성 피해자가 분명히 실재하는데도 ‘성폭력 피해 호소인’이라는 모호한 신조어를 사용하여 자기 측 인사를 감싸고 보호하려는 가짜 여성인권운동가들의 뻔뻔함을 알고 있다. 인권의 이름으로 이권만 챙기고 인권을 파괴하는 자들이다.
최근 모 의원이 ‘조력 존엄사법’이라는 법안을 주장했다. 내용은 의사에게 독극물을 처방받아 환자가 복용하거나 독극물이 혈관에 주입되도록 고안한 기구를 환자가 조작하여 자살하도록 하는 의사조력자살( PAS, Physician Assisted Suicide)이다. 존엄이라는 용어를 차용하여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 자살이라는 말을 고의적으로 감추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치료자(Healer)인 의사에게 사람을 죽이는 킬러(Killer)의 역할을 맡기려고 하고 있다.
일부 언론 역시 의사조력자살을 조력 사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시청자들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 사망(죽음death)와 자살(suicide)는 다른 개념이다. 죽음은 자연사(질병사, 노화사)와 비자연사 (사고사, 자살, 타살, 안락사)로 나뉜다. 조력 사망이라는 신조어는 피해야 할 비자연사를 포장해서 미화시키고 있다. 신중하지 못한 언론 관계자의 의도된 조작으로 판단된다.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가치를 파괴하거나 이성적 도덕적 판단을 흐리게 하면 안 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언론사나 오피니언 리더들은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
양의 탈을 쓴 전체주의를 솎아내고 몰아내야 한다.
자신의 자유와 유익만이 선이 된다고 주장하는 자들만 살아남는 무서운 전체주의적 야만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미래는 미래의 사람들의 몫이기에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 풍조가 가정과 사회 질서와 경계(經界)를 위협하고 있다.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고 인권의 이름으로 인권을 탄압하는 자들의 행동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양의 탈을 쓴 전체주의를 경계(儆戒)하고 이들이 우리들의 영혼과 자녀들의 교육 현장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행동이 사회 각 영역에서 일어나 들불처럼 번져가야 한다. 무너진 도덕을 바로 세우고 가정과 교육 현장을 지키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는 전체주의를 솎아내고 몰아내야 한다. [복음기도신문]
이명진 소장 | 명이비인후과 원장 겸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 신실한 신앙인이자 의사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성산 장기려 박사의 뜻을 받들어 성경적 세계관에 입각한 생명존중운동과 생명윤리 확산을 위해 의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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