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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하나님의 이야기로 커피가 식어간다

사진: Clay Banks on Unsplash

늦가을 교정이 아름다운 이대(梨大)를 다녀왔다. 예전 인기있던 영화 속 명대사를 기억하고 있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바로 그 이대이다.

정문에서 약속을 하였지만 일부러 일찍 도착한 나의 걸음은 가만히 서 있질 못한다. 교정을 들어서니 11월의 마지막 단풍들이 더 없이 무르익고 전통과 당대의 모습들이 어우러져 역사와 시대를 밝혀주고 있었다. 학생들이 여기저기 가을 캠퍼스를 만끽하고 있다.

‘서희하고 맛있는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발걸음은 바쁘게 식당가를 찾고 있다. 사실 서희와의 맛있는 데이트를 위해서 한 시간 더 일찍 도착해서 역 주변과 학교 정문 주변을 탐색했다. 마음이 닿는 먹거리, 식당을 좀처럼 찾질 못했다. 학교안의 식당가를 몇 번이고 돌고 돌고.. 서희를 기다렸다. 수업을 마친 서희가 저기서부터 환하게 웃으며 뛰어온다. 우리는 건강하고 헬시한 음식으로 마음이 딱 닿았다. 요즘 학교 식당가에는 이런 음식도 파는구나 했다. 음료는 학교 밖으로 나가기로 하고 안 시켰다.

‘사모님이 오시면 같이 오려고 계속 생각한 곳이예요’

정문에서 좀 내려와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옛 정취가 남은 다정다감한 작은 가게였다.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을 알고 인도한 마음이다. 우리는 커피와 쵸코케잌을 놓고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마음과 마음이 닿는다. 참 신기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하나님 이야기로 커피가 식어간다.

여리고에 살고 있는 라합에게 가보자. 그녀는 기생이고 이방여인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당시의 이야기이다. 라합은 가나안을 탐지하러 온 정탐군 두 명을 숨겨주는 용기를 보인다. 기생으로 이방여인이었지만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자는 믿음의 걸음을 걸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라합 자신과 가족의 구원을 이루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16:31) 늘 옆에 두고 묵상하며 선포되는 말씀이다. 그저 가족구원의 말씀일까?

아기 예수가 오는 족보를 보면 라합은 살몬과 결혼을 하여 보아스를 낳는다. 놀랍다. 라합의 믿음은 네 집의 구원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가 오시는 길을 여는 거룩한 신부였다. 하나님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어가는 것.

‘너는 일본사람이야? 한국 사람이야? 어느 나라 사람이야?’ 조선학교를 졸업하고 이대 교환학생으로 와서 받는 질문이란다. 서희는 일본에서 할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살고 있는 조선인 4대이다. ‘나는 조선 사람이야’ 서희의 답이다.

한국에서는 조선이라는 언어를 사용하면, 고개를 저으며 왠지 모를 거부감으로 낯설어도 하지만, 사실 일본 땅에서 조선은 흔하게 접하는 언어이다. 아직도 전자사전을 사용하는 일본은 한글을 조선어로 표기하고 있다. 일본 TV 일기예보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 한반도를 조선반도라고 말하고, 한국은 강코쿠, 북한은 기타조센(북조선) 이라 부르고, 조센진(조선사람) 이라는 호칭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조선은 자연스러운데 원래 조선이던 한국에서는 좀 그렇다.

아직도 일본 땅에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민족이 살고 있다.

서희 할아버지의 고향은 김천인데 와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시고 일본 땅에서 생을 마치셨단다. 금세 우리나라가 하나되는 줄 알고 기다리고 기다리신 세월이.. 지금의 서희다.

지금 이 딸의 마음에 예수님이 있다. 예수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딸이 믿음의 걸음에 용기를 내고 있다.

이 용기는 ‘너와 네 집의 구원을’ 이룰 것이다. 이제는 왕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여는 거룩한 신부의 여정이다.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 하나님의 충만함을 위해.

우물가 사마리아 수가성 여인의 구원은 사마리아 땅의 구원을 이루었다.

너희가 넉 달이 지나야 추수할 때가 이르겠다 하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도다 요 4:35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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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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