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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거리에 계신 분들의 잠자리

사진: 프레이포유 제공

살에 닿는 공기가 꽤나 차갑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거리에서 지내시는 분들의 잠자리가 신경이 쓰입니다. 저도 차가운 바닥에서 자고 일어나면 온몸의 뼈 마디마디가 아우성을 치는 듯 하는데 거리에서 밤을 보낸 분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리에 계신 분들께 따듯한 보금자리가 마련되길 기도드리며 사역지인 용산역으로 향합니다.

용산역에 도착해 준비한 간식에 김밥을 담아 포장하고 대합실로 걸음을 옮깁니다. 대합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사역자 분들과 모여 간단한 나눔과 시작 기도를 드린 뒤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저희를 기다리는 곳으로 가니 아버님 한 분만 저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근래 들어 저희를 기다리는 분들이 점점 줄고는 있었지만 단 한 분만 저희를 기다리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저희를 기다리던 아버님께 다가가 하소연이라도 하는 듯 다들 어디를 가셨냐고 여쭤보니 고개짓으로 대합실 방향을 가리키며 이제 올거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고개를 돌리자 거리분들이 한 분, 두 분 대합실 문을 빠져 나오고 계셨습니다.

저희를 향해 다가오는 아버님들께 어디 다녀오시는 거냐고 여쭤보니 밖에서 기다리기 추워 대합실 안에 있다가 저희가 오는 것을 보고 따라 나오셨다고 하였습니다. 순간 저는 아직도 너무 내 위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버님께 잘하셨다고 하고 다음주도 대합실 안에서 기다리시다가 저희가 오는 것을 보면 나오시라고 말씀드리는데 아버님은 웃음을 지으며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아버님 몇 분을 더 만나뵙고 텐트촌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텐트촌에 가면 처음으로 방문하는 고가 밑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 두 분이 계셨는데 한 분은 처음 뵙는 아버님이었습니다. 처음 뵙는 아버님과 잠시 대화를 나눠봤는데 크리스천에 대해 화가 많이 난 듯 보였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사실은 그 원망의 화살이 하나님께 향해있는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의 잘못된 시선을 바꿔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화제를 바꿔 이곳에 계신던 아버님들은 어디를 가셨냐고 여쭤보니 자활을 하면서 다들 고시원에 방을 얻어 생활하고 계신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자 한 편으로는 잘됐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씁쓸한 마음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용산 텐트촌이 거의 20년 전에 거리분들이 한 분, 두 분 생활하시며 지금의 텐트촌이 됐는데 이렇게 한 분, 두 분 빠져나가다 보면 텐트촌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재작년 겨울 용산 텐트촌에 각 텐트마다 철거 안내문이 붙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희 손 목사님을 비롯 많은 인권단체의 노력으로 철거를 막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텐트촌의 모습을 보니 구청에서 굳이 철거 안내문을 붙이지 않더라도 텐트촌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텐트촌에서 지내시는 분들이 고시원이든 쪽방이든 들어가는게 좋은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게 텐트촌이 없어지면 새로운 거리분들이나 고시원이나 쪽방에 들어갔던 분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다시 텐트촌으로 돌아오려고 해도 텐트촌이 없어졌기에 결과적으로 돌아올 곳이 없게 됩니다.

또한 그만큼 거리분들이 지낼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말입니다. 텐트촌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침에 사역을 나오며 거리분들께 따듯한 보금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도드렸는데 텐트촌을 돌아보며 그와는 반대가 되는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아시니 하나님의 뜻대로 이뤄지길 기도드립니다.<류연우>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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