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과 함께하는 교회를 꿈꾸는 송현주 사모(평안교회)
최근 경북 포항지역 최대 나이트클럽 건물이 교회로 탈바꿈했다는 소식이 본지 인터넷 속보(2015년 1월 21일자)를 통해 알려졌다. 술집구조로 설계된 모든 설치물들이 하나하나 뜯겨져 나가고 교회의 모습으로 다시 세워져가는 일은 생각만 해도 통쾌하다. 서울 강남 한 복판에도 그와 같은 교회가 있다. 어둡고 암울했던 술집이 지금은 누구나 찾아와서 영혼의 쉼을 얻게 되는 교회가 되었다. 만물을 충만케 하는 교회가 이 땅의 소망임을 보여준 평안교회 송현주 사모를 만났다. <편집자>
“그러므로 예수께서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가 무엇과 같을까 내가 무엇으로 비교할까 마치 사람이 자기 채소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자라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느니라 (눅 13:18-19)”
노숙자와 같이 세상에서 가장 소외되고 어두운 삶을 사는 이들을 조건 없이 섬기며 오히려 암울한 우리의 영혼이 새롭게 변화를 받는 영광을 보는 은혜를 누리고 있다고 고백하는 송현주 사모.
송 사모는 남편 임석택 목사와 함께 주님의 종으로 부르심을 받고 2002년 강남의 한 지역에 교회를 개척했다. 사택이 따로 없는 작고 아담한 교회에 어느 날 밤 우연히 찾아온 노숙자를 하룻밤 재워준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3년 동안 노숙자를 섬기는 일을 하게 됐다.
– 처음부터 구제사역을 하려고 준비하셨나요?
“아니에요. 저희는 사실 아무런 계획도 없었어요. 그저 주님의 인도하심이었죠. 밤늦게 찾아온 사람을 노숙자라고 해서 내쫓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하룻밤을 교회에서 같이 지내게 됐죠. 목사님은 잠이 든 그분의 양말을 벗겨서 물수건으로 발을 닦아주더라구요.
저희 목사님이 그런 섬김의 영역에 있어서는 저보다 한수 위에요. 하룻밤 잤으니 아침은 당연히 먹여서 보내드렸죠. 그런데 그날 저녁에 또 오시는 거예요. 그렇게 몇 일을 계속 오시더니 목사님과 같이 목욕탕도 다녀오더라구요. 그러다가 점점 많은 노숙자들이 오게 되고 교회에서 함께 지내게 됐죠.”
교회로 찾아온 노숙자를 섬기다
– 힘드시진 않으셨어요?
“아니요. 그저 할 수 있는 대로 섬길 뿐이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밥하는 것뿐이었죠. 주님이 원하신다면 밥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노숙자들을 섬기면서 오히려 더 큰 하나님의 영광을 봤어요. 하나님이 저의 작은 신음소리에도 응답하시는 것을 보게 됐죠. 노숙자들은 대부분 잠만 자고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고 나가는 식이었어요. 그리고는 하나같이 주일 예배시간에는 나오지 않았죠.
그런데 그들을 먹이시고 입히시는 하나님을 보게 됐어요. 하나님이 신실하게 부식을 공급해주시는 거예요. 게다가 노숙자의 숫자가 늘어나면 더 많이 공급해주셨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 잘 먹여주셨던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하는 게 아니구나, 주님이 하시는 것이구나, 그래서 나는 거기에 그냥 있으면 되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3년이 되던 해에 주님은 우리 교회의 터를 옮기셨어요. 그리고 주님은 본격적으로 저 개인에게 일하기 시작하셨어요.”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행하셨는지요?
“교회 장소를 옮기자 더 이상 노숙자들이 찾아오지 않았어요. 대신 성도들이 한 명, 두 명 출석하기 시작했어요. 성도들이 많아지자 성경공부가 시작됐고 제가 인도를 맡게 됐죠. 그런데 3년 동안 밥만 하며 정신없이 살다가 막상 성경공부를 시작하려니 제 영혼이 목 마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그때부터 저의 신음에도 응답해주셨던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 시작했어요.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훈련받을만한 곳을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한 선교단체에서 진행하는 중보기도학교 모집 공고를 보게 됐죠. 곧바로 등록하고 훈련을 시작했어요. 그곳에서 복음에 대해 듣게 됐죠.
복음에 대해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복음에 대해 갈망하게 되었고, 결국 5박6일 동안 진행되는 복음 앞에 서는 훈련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곳에서 비로소 저의 죄 된 실체를 발견하게 됐어요.
복음 앞에서 바라본 저는 인정과 평판에 목매고 사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들의 숫자가 중요했고 겉으로 드러나는 제 삶의 열매가 중요했죠. 제가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제 마음에 확증되었을 때 십자가 앞에 나가게 됐어요.
그제서야 십자가가 저에게 복음, 기쁜 소식이 되었어요. 안개가 걷힌 기분이었죠. 그때가 저의 삶이 바뀐 전환점이 되었어요. 아마 그때가 아니었다면 하나님을 누리면서 살지 못했을 거예요. 이제는 성도 수도, 좁은 사택도, 저의 옷차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십자가 복음으로 안개가 걷히다
– 주님 안에서 진정한 안식을 누리시는 것 같네요.
“전 여전히 부족한 것 투성이에요. 복음이 능력이죠. 저는 시간을 정해서 하는 열방을 위한 기도도 제대로 못할 때가 많아요. 그러나 그런 삶과 상관없이 하나님은 저의 삶의 구석구석에서 만나주세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가 신음할 때 주님이 들으셨다는 것을 저는 알죠. 어떤 날은 넋두리하듯 저의 삶을 주님 앞에 쏟아 놓을 때도 있어요.
제 감정도 표현하죠.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을 주님이 들으시고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시고 챙겨주시는 것을 경험할 때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요. 그래서 주님께 그저 모든 것을 맡겨요. 그랬더니 정말 편하더군요. 복음을 만나기 전에는 물 새고 곰팡이 피는 우리 교회의 모습이 마치 내 자신의 모습 같아서 누추하게 생각됐어요.
또 현재는 미약하지만 언젠가는 창대해지리라는 생각으로 힘든 시간을 버텼죠. 그러나 복음을 만나고 난 후 정말 목회를 누리게 됐어요. 이제는 모든 시선에서 자유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세우는 것도, 교회의 모든 대소사도 주님께 맡기죠. 주님이 친히 하시고 이 교회를 주의 뜻대로 사용하시는 것이 너무 감사할 따름 이예요.”
– 주님 은혜로 달라진 교회의 모습을 좀 들려주세요.
“저희 교회는 별다른 행사가 없어요. 전교인 하계수련회, 침례식과 성찬식 외에는 다른 프로그램이 없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딱히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안하고 있죠.
대신 반드시 1년에 4번씩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느헤미야52기도예요. 한 주 동안 144시간 쉬지 않고 열방을 위해 릴레이로 기도하는 시간이에요. 열방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교회가 놓쳐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교회는 그의 몸이니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이의 충만함이라는 말씀에 정말 ‘아멘’이예요. 교회의 규모는 상관이 없어요. 교회는 주님의 몸이기 때문에 마지막 때에 주님이 온전한 몸을 이루실 것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느헤미야 기도를 하면 할수록 열방의 교회들이 애매히 고난당하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요.
그런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너무 하는 일이 없죠. 그나마 1년에 4번 기도하는 것이 고작이에요. 의를 위해 핍박받는 교회의 소식을 듣게 하시는데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이제는 교회 성도들도 같은 마음으로 이 시간을 기다리며 기도로 준비해요. 특히 지금 교회에서 숙식하며 생활하는 지체가 있는데 그 형제는 이 시간에 기도의 제물로 바쳐지는 특별한 은혜를 경험하죠.”
무엇보다 열방을 기도하는 교회
– 교인들과 함께 교회에서 생활하셨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떠신가요?
“현재는 형제님 한 분만 교회에서 생활하세요. 처음 형제님이 교회에 온 것은 예배드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식사를 하기 위해서였어요. 그 당시 저희 교회 집사님과 같은 퀵서비스 일을 했었는데요.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방문하게 됐죠. 형제님의 첫 인상을 잊을 수가 없어요.
커다란 덩치에 검은색 우주복을 입고 헬멧을 쓴 채 나타났어요. 얼마동안 씻지 않았는지 냄새가 지독하고 옷은 또 얼마나 더러운지요. 거의 노숙자의 모습을 하고 한번에 5인분 정도의 밥을 퍼서 먹더라고요.
그 이후 몇 번 밥을 먹으러 교회에 오다가 결국 하나님의 말씀을 먹게 됐죠. 알고 보니 형제님은 경계성 장애가 있었어요.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더라고요. 수녀원에서 함께 살던 형들로부터 심한 구타에 시달리다가 결국 가출하여 청소년 노숙자로 살게 됐죠. 중국집, 공장, 신문 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40세가 될 때까지 집도 없이 살다가 우리를 만나게 됐죠.
다시 못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올 때마다 복음을 전했어요. 그 복음이 능력이 되어 이제는 주님밖에 없는 삶으로, 주님께 자신의 전부를 드리는 삶으로 살고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 점은 많아요. 그러나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자신감으로 매일 매일을 기쁘게 살고 있어요.”
동네 어르신들 초대해 섬기며 전도
– 앞으로 목회에 대한 어떤 계획이 있나요?
“저희 교회가 받은 비전은 열린 교회예요. 실제로 24시간 문을 닫지 않아요. 누구든지 오고 가는 것에 제한이 없죠. 그래서 현재는 동네에 사시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어요. 월 1회 어르신들을 초대해서 차와 간식을 대접하죠. 그리고 예배를 드리고 복음을 전한 후 돌아가실 때는 쌀을 1kg씩 나눠드려요. 그런데 철칙이 있어요.
이곳에 오신 어르신들은 우리 교회에 출석할 수 없고 헌금도 할 수 없죠. 이렇게 섬기는 목적이 영혼 구원에 있기 때문이에요. 저희 교회가 너무 작아서 오히려 우리를 도와주시려고 뭐라도 들고 오시는 분들이 계신데 정중히 거절하죠. 처음에는 불교 신자가 과반 수 이상이었어요. 지금도 예수님이 안 믿어진다고 손드시는 분이 많고요.
그러나 막차 탄 분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드리는 기쁨과 진지하게 복음을 들으시는 모습을 보는 감격이 너무 커요. 저는 주님이 우리 교회를 열방을 회복하시는 통로로 기쁘게 사용하셨으면 좋겠어요. 또한 보내는 선교사로서 기도와 재정으로 후원하고 또 저희 가정도 주님의 때가 되면 나가는 선교사로 불러주시길 기다리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기도제목 있으시면 나눠주세요.
“주님의 뜻을 빨리 알아듣고 즉각적으로 순종하며 살고 싶어요. 목회의 부르심에 순종하면서 고난의 시간도 참 많았어요. 그러나 그 시간은 오히려 정신을 차리게 되는 시간이었죠. 주님 앞에 깨어있게 되고 그분을 더욱 많이 경험하는 시간이 되죠.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얻게 된다니…
이것이야말로 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이예요. 주님의 깊은 마음까지 깨달아 그분이 부탁하시기도 전에 순종의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GNPNEWS]
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