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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예수님 버리고 유대교로 개종하는 알리야 운동… 선교사역에 ‘찬물’

▲ 기독교인의 유대교로의 개종 및 이스라엘 이주를 돕는 '샤베이 이스라엘'. 사진: 원정하.

인도 유대인 귀환작전 ‘알리야 사역’ 현장을 가다 (5. 끝)

인도 마니푸르에 자신들을 북왕국에 거주하던 므낫세 지파에 속하며 ‘브네이 므네세’라고 믿는 쿠키 종족의 후예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을 성경의 말씀대로 고토로 돌아가도록 돕는 ‘알리야 사역’에 한국교회가 적지 않은 규모의 재정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현지 기독교인들의 반응을 청취했다. <편집자>

샤베이 이스라엘 히브류 센터(Shavei Israel Hebrew Centre) 방문기

쿠키(Kuki)족 숨친붕 지파를 다녀와서, 일전에 인터뷰 했던 쿠키족 침례교회(Kuki Baptist Convention Centre Church)에서 주일 대예배를 마친 후, 걸어서 2~3분 거리의 유대교 회당에 다녀왔다.

사실 이번 취재의 목적은 쿠키족 유대인을 만나는 게 아니라 기독교인들을 만나는 것이었기에, 입장이 가능하면 사진이나 찍고 오자는 생각이었다. 또 회당 내부의 유대인들과 정식 인터뷰를 했을 때, 혹시 필자의 글로 인해 그분들이 불이익을 받게 될까 염려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분들이 등장하는 사진도 최소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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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색 티 입으신 분이 이스라엘 시민권 얻은 인도 유대안 여성이었다. 사진: 원정하.

회당 문을 열어준 사람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이미 받고 잠시 고향을 방문한 여성이었다. 그분은 알고 있는 대로 이모저모를 설명을 해 주셨지만, 원래 이곳에 사시는 다른 여성들은 모두 담배를 피우며 우리를 심드렁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당신 같은 외국인들 워낙 많이 왔다 갔지’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여성들은 모두 일종의 터번을 쓰고 있었다. 사실 이스라엘에서도 모든 사람이 쓰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니푸르 유대인 여성들은 일종의 유니폼처럼 늘상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들은 모두 카파(유대 전통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까만 머리카락에 까만 카파를 핀으로 고정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착용여부를 알기 어려웠다.

내부는 아주 작았다. 1층에는 회당 관리자(사찰)인 ‘다바이(?)’라 불리는 이들의 가족이 살고 있었고, 또 한켠에 ‘월경 중인 여성들이 격리되는 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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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경 중인 여성 격리하는 방. 사진: 원정하.

2층에는 50~100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회당이 있었다. 그곳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두 갈래로 나누어져서 한쪽은 여성용, 한쪽은 남성용을 구분해 사용되고 있었다.

회당 내부에는 토라가 설치된 지성소 비슷한 곳, 그리고 토라를 읽는 중앙의 제단, 그리고 여성들이 커튼 너머로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장소로 나누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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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라(모세오경)이 비치된, 예루살렘을 향한 벽. 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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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부분은 남성용, 커튼 뒤쪽은 여성용 예배실로 총 50명 정도의 규모였다. 사진: 원정하.

이분들의 복장이나 회당 구조가 아주 보수적이었다. 이스라엘도 가 보았지만, 거기서도 카파나 여성 머릿수건 안 쓴 이들이 더 많았다.

혹시 여성들을 위한 랍비가 따로 있냐고 물으니, 여성은 결코 랍비가 될 수 없으며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은 구분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이스라엘에 가 봤는데 개혁파에는 여성 랍비도 있다고 하니,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건물 외벽에는 몇몇 돌판들이 붙어있었는데, 연도가 5000년을 넘어가는 히브리 달력이었다.

제리 형제와 데이브, 그리고 차오 선교사가 이 연도가 무엇을 표시하는 것이냐, 혹은 저 회당의 구조는 어떤 의미이냐 등을 물었다. 그러나 안내해 주시는 여성은 전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나서서 이 회당의 지성소 비슷한 커튼(토라 보관된 곳)은 예루살렘의 방향이며, 또 이 히브리 달력은 모세와 백성들이 첫 번째 유월절을 지킨 해로부터의 기원이라는 것을 알려드리자 도리어 놀라기도 했다. 대화를 해보니 이분들은 유대 전승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다.

이곳에 랍비가 계신지 물었다. 그녀는 이스라엘에서 온 랍비가 어쩌다 한번 씩만 오신다고 했다. 그래서 마니푸르 유대인으로 랍비가 되신 분도 계신지에 대한 질문에 몇몇 이름과 함께 대여섯분이 있다고는 했지만, 모두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현재, 마니푸르에는 랍비가 상주하는 회당이 하나도 없는 듯 했다. 그리고 미조람 주에도 미조 종족이나 친 종족을 위한 회당이 있다고 들었지만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다.

더 이상 이분들과 대화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이미 이전 인터뷰에서 상당한 정보를 얻었던 데다가, 이분들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내용도 별로 없으며, 혹여 인터뷰의 내용이 공개되었을 때에 우리와 대화하신 분들이 이스라엘 정부나 마니푸르 유대인 공동체에서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다 싶어 대화를 멈췄다. 그리고 흔한 외국인 기독교인 관광객 중 한 사람 처럼 있다가 나왔다.

사진도 한 분의 뒷모습만 살짝 찍었다. 그나마 사진 속 분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얻은 지 오래된 분이고, 이곳에서 우리에게 주신 정보도 많지 않아 딱히 큰 피해는 없으실 것이라 생각했다.

취재 여행을 마치며

이것으로 마니푸르 ㅡ 추라참푸르 취재여행을 마친다. 끝으로 ‘알리야 운동’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마니푸르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큰 시나고그이며, 어쩌면 제대로 기능하는 유일한 시나고그인 이곳, ‘세바 이스라엘 히브류 센터’는 1976년에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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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에 세워진 마니푸르 주에서 제일 오래된 교회. 사진: 원정하.

그러나 마니푸르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는 1901년에 세워졌으며, 1950년대부터 극히 일부가 유대 정체성을 말하기 시작한 쿠키족 역시, 1914년부터 교회를 세웠다.

만일 이들이 진정 유대인들이라면, 교회보다 회당이 수백년 먼저 세워져 있었어야 한다. 실제로 내가 사역하는 뭄바이를 비롯해서, 푸네, 코친 등 인도 서부와 남부에는 그렇게 오래된 유대교 회당들이 적지 않게 있다.

하지만 마니푸르의 유대교인들은 100% 기독교 배경에서 개종한 이들이다. 그러므로 이들 유대교인을 이스라엘로 보내는 것은 과학적으로도(DNA 검사), 인류학적으로도(부족 내 유대전승 등), 무엇보다 선교적으로 합당하지 않다.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인도에는 심각한 코로나 재앙이 있었다. 이곳은 세계 2위 코로나 감염 지대였고, 국립병원마다 검은 봉지에 쌓인 시신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나와 인도 내 여섯 도시의 동료 선교사들은 매일매일 레드 존(감염지역)들을 다니며, 만화 전도책자와 더불어 식량, 마스크, 의약품, 비누 등을 나누었다. 우리 뭄바이 팀만 11개월에 걸쳐 빈민가 3만 7500여 집의 문을 직접 두드리며 목숨을 걸고 사역을 했다. 이들 숫자는 구호품 포장지 주문 수량이어서 비교적 정확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우리 팀의 리더였던 수라지 방게라 목사님은 코로나 감염으로 순직하기까지 하셨다.

그런데 바로 그 해에, 여섯 도시(뭄바이, 델리, 푸네, 세나파티, 방갈로르, 첸나이) 선교 팀의 긴급 구호 사역을 위해 한국에서 들어온 재정을 다 합한 것보다 더 많은 헌금이 마니푸르의 기독교인들을 유대교로 개종시키는 데에 쓰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정말 허탄함을 금치 못했다. 3억원이 넘는 재정 중 1% 미만, 단 300만 원만 들여서 현지답사를 했더라도, 이런 불확실한 목적을 위한 귀한 헌금을아낄 수 있지 않았을까?

코로나 때문에 두려워서 못 와봤다고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에도 어떻게 해서든지 들어와서 생명 걸고 사역한 선교사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리스도의 종이라면, 성도들의 헌금 집행을 위해서 그 정도의 각오와 결기는 있어야 한다. 필자 역시 한국 교회의 잘못으로 사랑하는 인도의 기독교인들의 유대교로의 개종을 막기 위해 이번에 100만 원 이상의 재정과, 7일의 시간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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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푸르 기독교 역사 박물관에서. 사진: 원정하.

어쩌면 대한민국의 선데이 크리스천들 중에도, 미국 시민권과 정착 지원 자금에 정착 훈련까지 해 줄테니 천주교 등으로 개종하라는 권유를 받는다면 분명 유혹을 느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인도 마니푸르나 에티오피아, 그리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등 제 3세계와 이스라엘의 삶의 격차는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알리야 운동을 통해 이스라엘에 간 이들은 대부분 제 3세계 사람들이다.

혹시 한국 성도들의 알리야 운동으로 인해, 동유럽의 기독교인들이나 에티오피아 테와히도 정교회 교도들, 우크라이나의 정교회 신자들 중 믿음이 적은 누군가가 ‘알리야’의 대상이 되기 위해 유대교로 돌이킨 일은 없었을까? 유대 피가 조금 섞였거나, 심지어 그나마도 없었던 이들 중 누군가가 말이다. 또 이로 인해서 갈라진 가정은 없었을까?

마니푸르에서는 그런 일이 확실히, 분명히 한국 성도들의 돈이 기독교인들을 유대교로 개종시키는데 쓰였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확인할 만한 제도적인 장치는 존재하는가?

누군가 알리야로 1만 명의 유대인을 이스라엘에 보냈더라도, 그로 인해 한 명이 예수님을 버리고 유대교로 개종했다면 그 운동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옷을 찢고 통회하며, 그 지역 목회자와 선교사들 및 이로 인해 유대교 – 기독교로 갈라진 가정들마다 찾아가 진심으로 사죄하며(알리야와 상관없는 필자 역시 가는 곳마다 사죄를 해야했다.) 회개의 여행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알리야’를 할 때보다 수고와 재정은 훨씬 덜 들 것이다.

‘영적인 자극’이 곧 ‘은혜’는 아니다. 그리고 가슴 뛰는 낭만적인 이슈를 만들고, 거기에 돈을 내는 것이 곧 선교는 아니다. 십자가는 핑크빛이 아니라 핏빛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전략 회의에 참석해서 예언을 성취하는 대단한 이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는 단순한 종들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고, 이미 믿는 이들에게 말씀을 가르치며, 그 외에 가난한 이들에게 조건 없이 사랑을 배푸는 것. 이것만으로도 우리의 짧은 인생은 부족하다. 더 이상 자극적인 주제들에 미혹되지 말고, 단순하고 거룩한 선교의 길에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 <끝>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목사 | 본지 인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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