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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세상이 기독교를 인정해주기를 기대하시나요? 

▲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 이영선

한때 많은 분들이 ‘오징어 게임’이라는 인기 드라마에서 기독교인들이 나쁘게 나왔다고 속상해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래서 전도가 되겠냐는 걱정도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미스터 션샤인’에서 기독교가 우호적으로 나왔을 때, 그것으로 전도하며 열매를 보신 분들은 얼마나 계셨을까요? 사실 그런 것들의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한번은 어느 승려 분이 한국 불교에 대해 비판적인 인터뷰를 하며, ‘불교가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세상이 불교를 걱정하고 있다!’고 일갈을 하시더군요. 글쎄요. 그분 보시기에는 출가하지 않은 제가 바로 ‘세상’이겠지요. 그런데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비(非)불자들은 불교를 걱정한 적이 없습니다. 관심 자체가 없었죠. 사실 교회에 대해, 세상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인의 대부분이 크리스천이던 신학생 시절, 저는 온 세상이 교회를 욕 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쩌다가 예수 안 믿는 사람을 만나면 되려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군목이 아닌 일반 장교로 군대에 갔습니다. 사관학교에서, 제가 목사가 될 예정이라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너무나도 여러 번 들은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아! 그러면 결혼 안 하겠네?”

“……”

말씀드렸다시피, 대부분의 비 기독교인들에게는 ‘개신교와 천주교’의 구분조차 모호합니다. 사관후보생 같은, 엘리트 집단에서 조차 그렇습니다. “그럴 리 없어.”라고 생각하시는 크리스천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조계종’과 ‘천태종’, ‘태고종’의 차이를 얼마만큼 설명하실 수 있습니까? 혹은 ‘불교’와 ‘원불교’는 무엇이 다르지요? 이들 간의 교리적, 전통적 차이는 개신교와 천주교보다 작지 않습니다. 또 불교의 교세는 기독교 못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별로 관심이 없지요. 마찬가지로, 교회 문턱을 안 밟아본 분들이 기독교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인식도 거의 그 정도입니다.

사관후보생들은 모두 4년제 일반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여러 면접도 통과한, 대한민국 평균 이상의 지성과 상식을 가진 예비 장교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조차, 개신교와 천주교의 구분은 희미했습니다. 대부분의 성도들은 기독교 커뮤니티 밖을 정말 너무나 모릅니다. 게다가 교회에 비판적인 아티클들만 읽다 보면, 교계의 온갖 담론들에 온 세상이 다 적대적인 관심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전도가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개혁의 동력이 되기도 하겠지만, 도리어 위축되어 잃는 부분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개신교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바꿀까?’를 고민하는 것도, 어느 불교학 박사님의 ‘어떻게 하면 한국 침례교인들의 태고종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큼이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백지에 가까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끔, 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글들을 읽다가 지치면, 불교나 천주교의 내부 비판 기사들을 한번 씩 훑어보기도 합니다. 그 쪽은 더욱 심각하더군요. 개신교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젊은이와 어린이가 사라져가는 중이고, 성직자(승려나 신부) 지망생의 감소와 고령화는 우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참담한 수준입니다. 또 그들 역시 여러가지 깨끗하지 못한 문제들로 씨름하고 있구요. 심지어 ‘개신교는 저렇게 선방하고 있는데!’ 와 같은 논조의 글들도 종종 나타납니다. 다들 남의 집 떡이 더 커 보이기 마련이라지만.. 이 경우에는 우리 집 떡이 그나마 제일 크긴 한 것 같습니다.(너무 절망하지 마세요.)

우리의 목표는 세상이 기독교에 대해 더 좋은 인식을 갖게 하는 게 아닙니다. 드라마 한 장면에 일희일비하고, 좋았던 예전을 추억하며 절망에 빠지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의 소망은 변화하는 세상이 아니라, 영원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있습니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세대는 계속해서 순환될 것입니다.

제 기억에도, 80년대 90년대에는 분명 교회가 부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교회만 부흥한 게 아니었습니다. 주일학교의 가장 큰 적은 아람단과 보이스카우트였고, 여름 불경학교를 위시한 경쟁 프로그램도 많았습니다. 다들 잘 되었습니다. CCC나 YWAM등 대학 내 선교 동아리들만 대 부흥을 맞이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총련 같은 곳은 전국적으로 더 엄청난 규모로 모이고 있었습니다. 하다못해 어느 골방의 작은 통기타 동아리도 지금보다 잘 되었습니다. 술자리나 회식도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 반 강제로 참여해야 하는 제사나 고사, 굿판도 지금보다 많았습니다.

그 당시 한국인들의 심령은 여름이었습니다. 여름에는 나무도 잡초도 다 잘 자랍니다. 아니, 잡초가 더 빨리 자랍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회가 좀 어려워졌습니다. 선교단체들도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 타종교의 젊은이 모임이나 당대의 영향력있던 모임들은 더 어렵다 못해, 아예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계절이 바뀐 것입니다.

겨울은 나무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입니다. 성장이 줄어들거나 멈춰 버리지요. 하지만 잡초는 아예 죽어버립니다. 그리고 계절이 또다시 바뀌면, 그 땅은 나무가 독점하는 땅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저희가 그 나무와 같습니다. 나무에게는 여름만이 축복이 아닙니다. 겨울도 축복입니다.

북한의 지하교회는 약하게나마 남아있지만, 지하 유교 서원이나 불교 사찰, 지하 성당은 없습니다. 나름의 독점입니다. 그러니 주체사상의 물결이 지나간 후, 그곳은 대 부흥의 터전이 될 것입니다. 게르만족이 로마제국을 박살낸 후, 제우스 신앙 등 기존의 종교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거의 사라져 갔지만 기독교는 오히려 야만족들에게까지 전파되어 유럽을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들은 장구한 교회사에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세속주의와 인본주의의 물결이 온 땅을 덮고 있습니다. 판이 기울고, 기후가 바뀌었습니다. 보수 성도들의 저지력보다, 혹은 진보 성도들의 개혁 속도보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습니다. 온갖 종류의 ‘긴급, 청원, 동의, 서명’ 카톡들이 돌고 돌지만, 그것으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을 때도 있습니다.

홍수가 나서 온 세상이 다 덮어버릴 때, 농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같이 휩쓸려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파종을 위해 씨앗을 잘 갈무리하는 것이죠. 우리의 씨앗은 복음입니다. 말씀입니다. 성결한 삶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입니다. 이것들을 계속 지켜나간다면, 세상에 아부할 필요도 없고 세상에 절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잘 기억하면 됩니다.

잠언 말씀에, ‘사람의 행위가 여호와를 기쁘시게 하면, 그 사람의 원수라도 그로 더불어 화목하게 하시느니라.’(16장 7절)라고 했습니다. 그 말씀을 우리의 깃발로 삼아, 최후 승리의 확신을 갖고 뚜벅 뚜벅 세상 속을 걸어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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