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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통신] 아름다운 국경의 자원봉사자들

▲ 국경의 봉사자들. 늘 웃으며 기쁨으로 난민을 맞이한다. 사진: 김태한 선교사 제공

우크라이나 리포트 (15)

죽음의 공포를 피해 국경까지 겨우 달려온 우크라이나 난민들. 국경에 도착하기까지 힘겨운 여정이었다. 선뜻 꺼내기 힘든 사연을 각자 마음에 품고 있다. 여기까지는 내 땅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는 순간 모든 것이 변한다. 등에 진 배낭, 끌고 온 가방의 무게보다 국경 너머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두려운 마음이 더 무겁다.

어린아이 손을 잡고 온 엄마는 그들에게 닥칠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렵기만 하다. 그래서 마지막 초소에서 입국심사를 끝내고 루마니아 땅 첫 자락을 밟는 이들의 얼굴은 초조하기만 하다. 하지만 국경수비대 경계 구간 울타리를 벗어날 즈음 그들을 감싸는 따뜻한 분위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환한 웃음으로 그들을 맞이한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루마니아 사람들은 선하고 밝고 따뜻하다. 사람들이 아름답다. 지난 몇 주간의 루마니아인들과 함께 지내며 확신하고 기도한다. 주님께서 루마니아 민족과 교회에 큰 복과 은혜를 주실 것을 믿는다.

국경의 분위기는 이렇다. 난민들이 걸어오면 보이는 좌편 첫째 텐트는 이스라엘-우크라이나인들이 만들었다. 전쟁이 나자 제일 먼저 그들이 달려왔다. 텐트 안은 많은 다과와 음식으로 가득하다. 우크라이나 보르쉬(전통 수프)가 있고, 마카로니, 끼니마다 다른 메뉴의 음식을 들통으로 하나 가득씩 준비한다. 그 옆에 커피와 음료가 있어 국경을 넘는 이들을 맞이한다. 루마니아 땅에 들어온 난민들은 그곳에서 따뜻한 음식과 음료를 받아 추운 몸을 녹인다.

그 다음 흰색 텐트는 여러 기관의 자원봉사자가 함께 사용한다. 난민들을 안으로 맞아 상황을 묻고 머물 곳 혹은 향후 행선지를 물어 안내한다. 그 다음은 루마니아 청년들, 루마니아 정교회에서 음료와 간단한 다과 및 식사를 제공한다. 그 옆으로 여러 개의 텐트가 있어 난민들은 그 속에 들어가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조금 더 내려가면 동물에게 먹일 사료를 분량만큼 담아 놓은 텐트도 있다. 반려견, 반려묘를 가족처럼 아끼고 돌보는 동유럽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우편 첫 번째 텐트는 적십자가 세웠다. 그곳에 많은 종류의 약품을 큰 텐트 가득 비치하고 간호사와 의료인이 대기하고 있다. 그 다음은 작은 컨테이너 미국인 이안(Ian) 부부가 부상자를 위해 대기하고 치료를 해준다. 그 다음은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 인형 등을 놓아둔 텐트, 여러 개의 화장실이 줄지어 있다.

그리고 서유럽 각국으로 향하는 버스들이 시간표에 맞추어 들어와 대기 중인 난민을 실어 간다. 그 옆에는 루마니아 국경 지역 혹은 캠프, 센터에 머물기를 원하는 난민을 위해 대기 중인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언론인, 카메라 그리고 현장을 중계하는 사람들까지 국경은 붐볐다.

제일 먼저 이스라엘 텐트 안의 형제들을 만났다. 친절하다. 영어로 대화를 하던 중 그들끼리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것을 듣고 “가바리쩨 파 루스끼?”(러시아어 하세요) 물었더니, “카니에쉬나.”(물론이죠)라고 대답한다. 이후로는 러시아어로 소통했다. 선교사라 소개했더니 필요하면 언제든 와서 음식을 먹으라 권한다. 그곳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50~7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그곳 텐트에서 식사를 했다. 일회용 그릇에 듬뿍 담아주는 스프와 마카로니 혹은 파스타는 맛도 좋아 집에서 일부러 식사를 거르고 오는 친구들도 있었다.

미국에서 온 친구들. 라스티슬라브와 그의 부인.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10대에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 부부다. 항공기 엔지니어. 전쟁 소식을 듣고 부인과 항공권을 구입해서 두 주간 머물며 국경에서, 센터에서 난민을 맞이하고 소통을 도왔다. 세심하게 난민을 챙기고 열심히 섬겼다.

미국 시애틀에서 온 기독 청년. 죠쉬, 캐빈. 죠쉬는 루마니아에서 캐빈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친구이다. 둘은 전쟁이 나고 난민이 늘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기도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후원을 요청해서 항공권과 체류비용을 만들어왔다. 두 청년의 밝은 모습과 믿음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표토르(Peter). 차량견인 업체를 운영하는 청년이다. 3대의 대형차량을 두고 직원도 두고 일하던 중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났고 난민이 국경을 통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난민센터와 국경을 오가는 30인용 버스 운행을 담당했다. 왕복 2시간의 거리를 언제라도 마다 않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달려가곤 했다.

타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오면 교인들 집에 민박을 하는데 그들도 차량이 없어 표토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러 명의 봉사자들을 집집마다 이른 아침에 태워가고 늦은 저녁에 태워오면 잠을 잘 시간이 부족하다. 하루에 2~3 시간 정도 잘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늘 행복하다. “힘들지 않는가?” 물었더니, 건강하기에 괜찮다고 답한다. 한 달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손해가 났지만 그는 돈은 아무것도 아니고 주님이 복의 근원이시라 했다. 그는 오늘도 기쁨으로 하루 종일 국경과 수체아바 센터 사이를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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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마니아,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온 봉사자들. 사진: 김태한 선교사 제공

플로렌틴. 영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설교자. 그는 구호물자를 구입해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일을 한다. 스프린터 크기의 차량에 기본 식량을 채우려면 약 3000불(360만 원) 정도를 구입해야 한다. 물건을 구입하기도 쉽지 않지만 무거운 것을 아래에 쌓고 점점 가벼운 것으로 위를 채워가야 한다. 그것을 체르니우치 도시까지 전달해 주고 돌아온다. 그의 형제들이 함께 담당하는데 3대 분량으로 다녀온다. 힘들고 피곤한 일의 반복이지만 그는 항상 기쁘다.

비탈리. 우크라이나 가까운 도시에서 국경을 넘어왔다. 국내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대한 미안함, 송구한 마음을 품고 우크라이나와 가장 가까운 국경에 머물며 자국민을 맞이하고 안내한다. 어느 날, 인근 도시에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며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하던 청년. 몸은 루마니아에 있지만 그의 마음은 국경 너머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 머물고 있었다.

루마니아 사람들, 청년들. 난민센터는 1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난민들에게 잠자리와 식사 그리고 필수품을 제공한다. 청소, 안내, 짐운반 등. 해야 할 일이 꽤 많다. 센터장 리비우 목사는 하루 종일 분주하다. 손이 닿지 않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 청년들이 조용히 다가가 일손을 채운다. 고등학생들, 대학생들, 일을 하다 반나절 혹은 하루 시간을 내어 기꺼이 봉사하는 귀한 형제, 자매들. 이 외에도 수많은 봉사자들이 함께 돕고 나누며 최선을 다해 섬겼다. 국경 너머 전쟁은 차갑고 잔혹했지만 이곳은 화사한 사랑과 화합의 마당이었다. 그래서 아픔을 안고 건너오는 난민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장소였다.

같이 머물던 라스티슬라브가 미국 집으로 돌아간다. 나를 꼭 안아주며 감사하다는 말을 건넨다.

“Thank you, pastor Daivd for your ministry for the Ukrainian people.” “데이빗 목사님,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사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에게 대답했다. “Not at all. They are my people.” “천만에요. 저분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인걸요.”

루마니아 국경, 어느 겨울이 이렇게 따뜻했을까. 함께 보낸 지난 몇 주간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으리. <계속> [복음기도신문]

김태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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