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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통신] 나도 감출 수 없는 난민

▲ 때로는 기차, 버스를 이용해 이동한다. 사진: 김태한 선교사 제공

우크라이나 리포트 (12)

부카레스트를 다녀왔다. 아침 7시 기차를 이용해 수체아바로 올라왔다. 기차에 오르니 구소련 시대에도 사용하던 낡은 기차같다. 우크라이나의 그것과 비슷하고 객차 번호를 바곤(vagon)이라 부르는 것도 같다. 차창을 내다보니 루마니아 경치가 다가오고 지나간다. 난민들도 버스나 기차의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며 이런 낯선 감정을 느꼈으리라.

수체아바 역에 도착했다. 기차 안의 공기가 건조했던지 목이 말랐다. 역사를 빠져나오며 물을 찾았다. 가판대에 물이 보였다. 얼른 집어들고 가스가 없는 물인지 물었다.
“No gas?” 젊은 여자가 대답한다. “No gas.”
“How much is this?” 그녀가 대답한다 “No. Free.” 나도, 그녀의 영어도 서툴다. 다시 물었다.
“I know this water has no gas. How much is this?”
“No. it’s free” 파는 물을 공짜로 준다니. 이거 무슨 일이지?

옆을 둘러보았다. 검은 성의를 입은 정교회 사제가 내게 푸드팩(food pack)을 내밀고 있었다. 주변에 서 있는 청년들. 국경에서 보던 익숙한 모습. 기차역에 도착하는 난민을 위해 준비한 물건을 나눠주는 봉사자들이었다. 그곳에 놓인 물을 집어들었으니. 나름 단정하게 하고 다녔지만 숨길 수 없었다. 등에 진 검은 배낭, 손에 든 가방, 이발 후 두 달이 넘은 터벅 머리, 목마름에 애타게 물을 찾는 모습은 기차역에 도착한, 도움이 필요한 난민이었다.

아내에게 겪은 일을 말해주니 대답한다. “그 푸드팩 받지 그랬어요.”
우크라이나에서 19년의 삶. 그들을 닮는 시간이었나 보다. 루마니아 들판은 완연한 봄이다. 우크라이나의 넓은 땅도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겠지. 얻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난민들이 있는 국경으로 향한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김태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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