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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통신] 난민의 트라우마와 지원방안 제시

▲ 난민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쉽게 상처를 받는다. 그들을 위한 돌봄이 필요하다. 사진: 김태한 선교사 제공

우크라이나 리포트 (9)

듣는 일상. 센터에서 난민 형제와 자매들을 만나 그들의 사정을 듣는 것이 일상이다.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오는 과정에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지금 상태는, 어디로 갈 것이고,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등. 대화는 짧게 끝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 시간, 혹은 그 이상 길어지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선교사로 이들의 아픔을 비껴가지 못한다. 난민은 센터에만 있지 않다. 길거리에도 상점에도 식사를 하는 중에도 만난다. 우크라이나에서 우리가 함께 쓰던 말이 귀에 들리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어디에서 왔는지, 힘들지 않았는지. 이어지는 질문과 대화. 우크라이나에서 살았다는 사실로 우리를 그들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언어의 신비. 난민은 전장 속에서 겪은 참혹한 일을 그림을 그리듯 표현해낸다. 짧은 시간에 우리는 언어를 통해 그들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지난 몇 주간의 현장에 들어간다.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살던 집이 폭격에 맞아 부서졌거나 동네가 폐허가 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분노한다. 연로한 부모님과 가족을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연, 혹은 가족이나 아는 사람이 연락이 끊겼다며 속상해하면 우리도 속상하다. 러시아군이 주둔한 지역을 피해 어두운 밤 숲길로 숨을 죽이며 이동했던 날들, 여자들과 젊은 엄마들은 말을 시작하면 눈이 그렁그렁해지고 이내 눈물을 쏟는다. 함께 운다. 그리고 늦은 밤, 숙소로 돌아온다. 이렇게 몇 주를 지내다 보니 우리 부부에게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숙소에 들어와 있으면 눈물이 흐른다. 누군가의 아픔을 떠올리지 않아도 계속 울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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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쉽게 상처를 받는다. 그들을 위한
돌봄이 필요하다. 사진: 김태한 선교사 제공

트라우마. 처음에는 몰랐다. 낮에 함께 울었던 일의 연장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보고 우리 속에 트라우마가 커져 가는 것임을 알았다. 난민을 돕는 일을 멈추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감정을 추스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난민사역을 시작하는 동료 선교사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검색을 해 보니 전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War Traumatic Stress Disorder, PWTSD)라는 단어가 실제 있다. 전쟁의 참상을 겪은 후 나타나는 장애 증상이다. 실제 몇몇 형제, 자매들이 이런 증상을 보였다. 두려움에 잠을 깊이 못 이루거나 겨우 10~20분 정도 쪽잠을 자고 식은땀을 흘렸다. 이들의 손을 잡고 기도하고 말씀을 전하면 안정되고 위로를 얻는다.

캠프나 센터에서 복음과 말씀을 전하고 기도할 우크라이나 현지인 사역자가 절실하다.

한국교회가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영성을 소유한 현지 목회자를 주변국에 선교사로 파송하고 지원해야 한다. 구호물자를 보내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난민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하고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일부에게는 가능하지만 모두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늘까지 국경을 넘은 난민이 350만 명에 이른다.

대안. 최근에 기독기관의 임원을 만나 대화하는 중에 난민에게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책자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동의한다. 한국교회가 할 수 있다. 국내 기독 상담전문가들에게 의뢰해서 PWTSD를 자가 학습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과정을 제작하면 된다. 1회 분량은 15분 내외로 10회 연속으로 읽거나 시청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로 공개한다. 언어는 러시아어 그리고 우크라이나어. 이 과정을 홍보해서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에 대해 이해하고 극복 가능한 방법을 배우며 자가 연습을 통해 치유해 가는 과정이면 좋을 것 같다. 기도하며 협력하면 가능하리라 본다. 국내에 한국어에 능통한 다수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살고 있다. 이 과정에 복음을 제시하고 말씀을 담아내는 일도 가능하리라 본다. 이 자료의 대상은 우크라이나인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러시아 군인, 그 가족도 포함된다.

아름답고 선한 헌신이요, 많은 이들을 살리는 귀한 일이 될 것이다. 울고 있는 누군가 이런 책자를 손에 쥐고, 동영상을 시청하며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면 주님이 기뻐하며 칭찬하실 줄 확신한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이 글을 볼 수 있기를, 그리고 나서기를 기도한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김태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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