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가 “모든 인간 생명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영국의 조력자살 합법화 법안을 완강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27일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영국 성공회 윌리엄 나이 사무총장은 다음 달 예정된 교단 총회에 앞서 상원에서 상정된 ‘조력자살 합법화 법안’에 대해 “영국 성공회는 의회와 언론, 의료계에서 현행법 개정을 단호히 거부해 왔다.”며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불치병에 걸린 성인들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치게 하는 ‘조력자살 법안’은 지난해 몰리 미처 영국 상원의원이 제안했다. 조력자살 합법화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자선단체 ‘존엄한 죽음(Dignity in Dying)’의 대표이기도 한 몰리 미처는 지난 4월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충분한 지지가 있다고 말했다. ‘존엄한 죽음’ 그룹은 84%의 대중이 조력자살을 지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안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반대하면서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법안 심의 과정 중에 있다.
미처 의원은 법안 발의에서 “이 선택권은 고통 완화치료가 효력이 없는 불치병에 걸린 성인 말기 환자들에게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면서, “또한 이 선택권을 결코 이용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단지 이런 법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과 통제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성공회 총회가 다음 달에 열릴 예정인 가운데, 평신도 사이몬 에어 박사는 이 법안에 대한 지도자들의 반대 여부를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또, 미처 의원이 영국 더 타임스의 여론 조사 결과 기독교인 대다수가 조력자살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 데 대해, 나이 사무총장은 여론조사는 “윤리적 주장을 검증하는 유효한 수단이 아니”라며 “여론조사는 뉘앙스나 맥락이 결여된 질문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경험해 본 적 없는 상황을 상상하도록 유도한다.”고 꼬집었다.
윌리엄 나이 사무총장은 조력자살과 같은 법안은 사람들에게 삶을 마감해야 할 것같은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면서 “법 개정이 모든 인간의 삶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와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도 이 법안이 “삶의 신성함을 훼손할 것”이며 약하고 취약한 사람들에게 삶을 마감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웰비 대주교와 브라운 전 총리는 잉글랜드‧ 웨일스의 가톨릭 주교회 의장인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 아일랜드의 수석 랍비 에브라임 미르비스 총대주교와 공동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모든 인간의 생명이 창조주 하나님의 소중한 선물이며 반드시 유지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며 “신앙인들은 물론 신앙이 없는 이들 모두 취약한 이들을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정책이나 행동이 공공의 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브라운 전 총리 역시 지난해 10월 더 타임스에 기고한 “조력자살 합법화 움직임 비판”이라는 글에서 “아무리 미묘하고 간접적인 압박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존재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는 취약계층에 가해지는 위험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크리스천퍼스펙티브
조력자살(assisted death)은 넓은 의미로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받지 않고 죽음에 이르도록 해주는 안락사(assisted suicide)의 일종이지만, 환자 본인이 약물을 주입한다는 점에서 의사가 약물을 주입하는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 말 그대로 자살이다.
지난해 10월 22일 영국 상원에서는 거의 8시간에 걸쳐 조력자살 허용 법안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영국은 1961년 법률로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조력자살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14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지만 역시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영국의 몰리 미처 상원 의원은 ‘인구의 약 52%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의 마지막에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 있다. 조력자살은 그런 죽음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면서 조력자살 허용법안을 제출했다. 18세 이상 성인으로 의사 결정 능력이 있고, 치료할 수 없는 병을 앓고 있으며 6개월 내 사망이 예상된다는 진단을 받았고, 2주간의 숙려 기간을 거치고, 의사 2명과 법원의 허가를 조건으로 조력자살을 허용하자는 법안이다. 영국에서는 2003년과 2014년에도 조력자살 허용 법안이 제출됐으나 통과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스위스가 1942년 처음으로 조력자살을 허용한 이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이 조력자살을 법적으로 허용했다. 캐나다, 뉴질랜드에 이어 올해 5월에는 콜롬비아가 중남미에서는 처음으로 조력자살을 허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안락사와 조력 존엄사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지난 6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서울 동대문구갑)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했다.
“진실로 생명의 원천이 주께 있사오니 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 (시 36:9)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자는 인본적인 생각을 파해주시길 기도하자.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뛰어넘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은혜가 있음을 복음 안에서 알게 하시고, 무엇보다 그 은혜의 하나님의 절대 주권이 생명 안에 있음을 겸손히 인정하는 나라와 영혼들로 회복시켜 주시길 간구하자. <UTT(Understanding The Times)제공>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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