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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포탄 소리, 찬양 소리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포탄 소리와 총소리가 들린다. 카렌군과 미얀마군의 전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들리는 소리가 있다. 유치원 아이들의 찬양 소리이다. 2022년 6월 26일 ‘티써래’에서 피신 나온 카렌 실향민 공동체 예배 중에 들리는 소리이다. 포탄 소리와 찬양 소리가 번갈아 들린다.

그날 새벽 6시에 그곳을 섬기는 ‘무무애’ 목회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무슨 특별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전투가 발생하였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아침 5시경부터 마을 주위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숙소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서 밖에 나가서 국경 방향으로 향했다. 귀를 기울이니 총소리와 포탄 소리가 들린다. 카렌군과 미얀마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일정을 당겨서 급하게 티써래에서 피신한 공동체로 향했다. 그곳에는 20명의 유치원생과 3명의 교사, 그리고 근처에서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과 무무애 목회자가 있다. 20명의 유치원생 가운데 8명은 고아이다. 나머지도 편 부모 자녀들 가운데 부모가 돌볼 수 없는 아이들이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 ‘티써래’라는 미얀마 카렌 지역의 학교에서 지냈다. 그런데 전투의 위협이 실제가 되면서 외부에서 온 유치원생들은 이곳 안전지대로 피했다. 전투가 발생하면 초등학생부터는 도망할 수 있었지만 유치원생들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약함이 겹겹이 쌓인 공동체이다.

이들에게 포격소리와 총소리는 실제적이다. 단지 큰 소리가 아니다. 인명 피해가 나온다. 이미 경험을 한 소리이다. 보름전에 그곳에서 같이 지내고 있던 친구의 아버지가 전사하였다. 여덟 살, 여섯 살, 네 살, 그리고 이제 한달 된 아이를 놔두고 아버지는 떠나갔다. 남은 가족은 안전지대로 이동되었다. 어린 나이에 깊은 트라우마가 드리운 것이다. 포탄 소리와 총소리는 정말 듣고 싶지 않은 소리이다.

무무애 목회자의 마음은 녹아지고 있었다. 사랑하는 300여 명의 학생들과 22명의 교사들이 있다. 이들은 그녀에게 자녀와 같은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녀의 막내 아들도 그 가운데 있다. 그 지역은 봉쇄가 되었다. 주일 예배를 교회에서 드릴 수 없었다. 학교도 문을 닫았다. 다행히 그 마을에서 사상자는 없었다. 유탄은 날아왔지만 다치지는 않았다. 전투가 그곳에서 1키로 정도 떨어진 ‘우끄래타’ 마을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태국 국경에서 불과 4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다. 태국으로도 몇 발의 유탄이 떨어졌다.

일정을 마치고 치앙마이로 돌아왔다. 밤에 업데이트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전투는 그곳을 떠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주일 아침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이어진 것이다. 전투는 미얀마군의 진지를 탈환하기 위하여 카렌군의 공격으로 시작되었다. 카렌측에서 2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미얀마군에서 1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부상자는 훨씬 많았지만 정확한 피해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설교하는 나를 돌아본다. 나의 설교가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다윗왕에 대한 메시지가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포탄 소리 가운데 전하는 메시지보다 포탄 소리로 인한 메시지가 훨씬 클 것 같다. 나의 한계를 많이 느낀다.

한편으로 이들에게 이번 방문 자체가 적지 않은 격려가 되었던 것 같다. 연약한 공동체에 잠시나마 함께 한 것에 대한 감사의 자세를 통하여 확인한다. 포탄과 총소리로 인한 긴장감은 이어졌지만 모두가 참 반갑게 맞아 준다. 구체적인 도움보다도 그 자리에 함께 한 것 자체가 더욱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또 한가지는 무무애 목회자로부터의 계속되는 소식이다. 그 날 밤에 상세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업데이트 된 내용을 전해준다. 왜 나에게 그곳의 상황을 소상히 알릴까 생각한다. 그것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그녀가 외부에 그 곳 소식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일 것이다. 나로서는 큰 부담이고 감사 제목이다.

내가 애써서 생각하는 것은 포탄 소리를 넘은 찬양소리이다. 깊은 트라우마를 간직한 고아들의 찬양 소리는 세상에 미미하기 짝이 없다.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복음이란 참 묘하고 신기하다. 전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미래의 전투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찬양하는 동안 아이들의 얼굴은 맑다. 그 순간만큼은 찬양 소리에 포탄 소리가 묻힌 느낌이다.

그들의 찬양과 오버랩 되는 모습이 있다. 열왕기상 18장 44절에 엘리야의 사환이 본 구름이다. ‘바다에서 사람의 손만한 작은 구름’이라고 기록하였다. 큰 비와 비교하면 손만한 구름은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것을 통하여 큰 비를 내리셨다. 연약하기 짝이 없는 고아들의 찬양 소리가 미얀마에 평화를 이루시는 하나님의 징조가 되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이 작은 소리의 찬양 가운데 계시기 때문이다. 복음이란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뿌려지고 자란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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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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