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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뒤늦은 후회

사진: 프레이포유 제공

1년이 넘게 만나온 다동공원에 사시던 이가혜 자매님이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는다. 월요일 사역을 나가면서 혹시 오늘은 뵐 수 있으려나 기대를 갖고 다동공원으로 향하지만 벌써 한 달 가까이 보이지 않는다.

2주 전부터는 그녀의 짐들이 다 꾸려져 바깥에 나와 있었다. 가슴이 쿵 내려 앉았다. 이제 그녀를 영영 볼 수 없다는 말인가? 서운함과 함께 걱정이 되었다. 주인 잃은 그 짐꾸러미들이 너무 슬퍼보였다. 그녀가 덮던 이불, 옷가지들, 먹다 남겨둔 커피와 물병들. 저것들도 주인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는 걸까? 풀이 죽어 있었다. 아직 그녀가 예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좀더 열정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예수님께 죄송했다.

그러나 늘 후회는 너무 늦었다. 이렇게 떠나 보낸 거리 사람들이 몇 분이 또 계신다. 그 중에 얼마 전부터는 이도휼 형제님이 보이질 않는다. 옷맵시가 깔끔하고 수염이 멋진 도휼 형제님은 참 신사적인 사람이었다. 가진 음식을 나눌 줄 알았고 고맙다고 자주 말하던 사람이었다. 올해 어버이날이었다. 그날도 음식카트를 끌고 거리로 나갔다. 그가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음식을 전해드리고 근황을 묻고 기도를 해드리고 다른 분께로 옮겨 가려하는데 그가 뭔가를 꺼내더니, “왜 카네이션도 안 달았어요?”하며 내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주었다. 참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로 인해 잊지못할 아름다운 추억 하나를 갖게 되었다.

그랬던 그가 언제부터 보이지 않는다. 별 생각이 다 든다. 안타까웠다. 기도 받기를 거절하다 언제부턴가는 기도하는 시간을 아주 좋아했는데 복음만이 구원인데 안타깝다. 그러나 믿는다. 그는 분명히 거리의 삶을 이겨내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멋진 하나님의 멋진 자녀로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가 달아준 카네이션을 어느 거리의 자매님께 주어버린 것이 미안하다. 그러나 그는 나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오히려 잘했다고 말해 줄 것 같다. 비록 카네이션은 갖고 있지 않지만 내 가슴에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그 붉은 카네이션이 달려 있을 것이다.

해마다 오월이 돌아오면 그가 생각 날 것 같다. 도사님이라고 놀려도 웃어주던 그 멋진 거리의 신사 이도휼. <이제인 권사>[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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