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된 것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리고 지금 나는 어떻게 만들어져 가는 중일까? 사도 바울이 동일한 이 질문 앞에 섰을 때, 그는 ‘나’로 만들어지게 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나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고백은 곧 내가 얼마나 연약하고 유한한 존재인지를 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호와 하나님의 절대적 존재 앞에서 나는 절대적인 한계를 가진 존재일 뿐이며, 그래서 나 된 것은 은혜일 수밖에 없었다.
작가 조소희가 선택하는 재료들은 내 존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약하고 보잘것없는 물건들이었다. 이번에 전시된 실 사다리 작품에서처럼 끊어질 듯 가느다란 실이나, 금방 때가 타는 천, 또는 조금이라도 과하게 힘을 주면 허무하게 찢어지는 얇은 종이 등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매일 아침 작업실에 도착하여, 이 유약하기만한 재료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얇은 종이를 매일 한 장씩 십자가 모양으로 오린 후 차곡차곡 겹치고, 두루마리 휴지를 타자기에 끼워 그날 묵상한 말씀 중 한 구절을 타이핑하고, 뜨개실로 한 뼘 정도 되는 길이의 띠를 짜며 이런 저런 묵상에 잠기는 일 등이다. 그녀는 “이 작은 일상들이 쌓이자 어느덧 그것이 ‘나 된 것’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되어버린 이 작품들은 부서져버릴 것 같은 재료들의 유한함과 연약함 때문에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겨졌다.”고 하였다. 재료가 가지고 있던 치명적인 결함이 아름다움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바로 그 과정이, 바로 그 일상이 다 은혜였다. 끊어질 듯 가느다란 실 몇 가닥으로 만든 이 사다리 작품은 하나님의 은혜와 같이 눈부신 아름다움과 존귀함으로 빛이 났다.
어두컴컴하고 곰팡이 핀 폐허 안에 설치된 이 실 사다리들은 마치 집 안으로 새어 들어온 빛줄기처럼 보였다. 작품이 설치된 폐가와 같이 칠흑같이 어두운 마지막 때에, 아니 내 삶 역시 이 말세와 다르지 않은 천박한 내 안에, 하나님은 나의 유한함을 빛으로, 불의함을 아름다움으로 바꾸고 계셨다. 그분의 은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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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미술평론가)
필자는 현대미술사를 연구하고 있으며 미술사 속에서도 신실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의 흔적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서울대, 국민대, 한국 미술계를 사역지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