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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이야기] “어느 날 우리 가족은 25년만에 세계 각지로 흩어졌습니다”

▲ 중국의 거리 풍경. 사진: 복음기도신문 자료사진.

아쉬움과 선택, 그리고 빛나는 영광 (1)

열방의 축복의 통로인 선교사의 자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중국 선교사의 자녀로 중국 땅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낸 필자 이하영 자매의 고백을 통해 MK(Missionary Kids, 선교사 자녀)들이 갖고 있는 생각, 고난, 은혜를 들어본다. <편집자>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MK(선교사자녀) 이하영입니다. 저의 믿음의 여정, 인생에 나타난 주님의 사랑과 보호하심을 되짚어보는 가운데 주님께서 우리의 아름다운 만남과 저의 부족한 나눔을 축복하여 주시리라 믿습니다.

1994년, 부모님은 성령의 부르심에 따라 낯선 땅 중국으로 가셨고 그곳에서 25년 동안 선교사로 생활하셨습니다. 저는 1996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26년간 생활했습니다.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중국 학교에서 중국어로 말하고 한자를 쓰면서 자라면서 어린 시절 저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안정된 생활환경과 교육환경이 어느 정도 저의 정체성에 대해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다시 그때를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도 많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많았습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이라면 왜 나는 주변의 애들과 다른지, 왜 부모님께서는 나를 중국에서 낳았는지, 왜 나는 자기 나라에서 생활할 수 없는지, 왜 나만 귀속감이 없는지, 그리고 왜 나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선택권이 없는지, 이런 복잡한 마음을 깊이 묻어두고 살았습니다.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처절한 몸부림의 순간들을 오직 하나님 아버지만이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전지전능하신 주님은 최적의 시기에, 최선의 방식으로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인도하여 주셨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는 고통스러운 많은 시간이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부터 대학생 시절까지 저와 같은 MK들과 만나게 해 주신 주님께 정말 감사합니다. 그들과 나눔을 통해 성장 과정과 고통에 대해 공감하면서 제 마음에 큰 자유가 생겼습니다. 질식할 것만 같은 고독과 이질감에서 점차 벗어나 마음의 충만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주님의 택하심을 받은 축복의 아이이며, 겪고 있는 이 모든 일이 전부 주님의 미쁘신 계획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나약함으로 인해 주님을 원망하고 멀리하기도 했지만, 울부짖는 기도를 주님은 항상 들어 주셨고, 두려움으로 잠 못 드는 밤과 처절한 몸부림들을 알고 계셨습니다. 무지함과 나약함으로 주님의 계획을 의심하고, 자신의 요구가 응답을 받지 못하면 주님을 원망할 때조차 기다려 주셨습니다. 나약함이 저를 삼켜버리려는 순간마다 주님은 기도와 회개를 통해 주님을 의지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주님에 대한 믿음으로 주님의 계획하심을 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 그의 판단은 헤아리지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로마서 11:33)

그때 처음으로 믿음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성령님의 일하심이 무엇인지, 왜 부모님께서 타국에서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기로 선택하셨는지 알게 되었고, 성령의 충만과 자유케 하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청소년 시절, 그리고 현재 성인이 되기까지, 주님의 보살핌과 보호하심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주님께서는 부족한 저를 크신 사랑으로 품어, 믿음을 주셨고, 가장 좋은 대학에 최고의 성적으로 입학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 모교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칠 수 있게 인도하셨습니다. 석사과정 1학기 때 오빠가 대학교를 졸업하여 한국으로 돌아왔고, 저는 계속 공부해야 했기에 극심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제 등록금도 해결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주님께 나아가 기도했습니다. 놀랍게도 주님께서 기도를 들으시고 아빠의 지인이신 한 형제님을 통해 1년 학비를 해결해 주셨습니다. 저는 주님의 일하심과 감동 속에서 주님의 영광을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여,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2019년에 저희 가정에 큰 변화가 불어 닥쳤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중국선교사역을 위해 헌신하셨지만, 중국 상황이 변화하여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길을 보여 달라고 기도하시는 중에 이탈리아 로마에 중국인 교회 사역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셨고, 새로운 선교지로 떠나셨습니다. 오빠는 한국에, 부모님은 이탈리아에 그리고 저는 홀로 베이징에서 공부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25년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던 우리 가족은 이렇게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2019년 말, 저는 25년간 생활했던 집을 떠나 독립해야만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저는 적응하기 힘들었고 영원히 안정적일 것만 같던 삶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독립에 대한 기대는 점점 현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변했고 2019년 말에는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한차례 큰 사고를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폭우가 내리던 밤, 저는 쓰레기를 버리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깜깜해 앞이 보이지 않았던 저는 실수로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하수구에 빠졌고 순간의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때 기억나는 건 상처로 인한 아픔과 공포의 적막뿐이었습니다. 얼굴을 때리는 비에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하수구를 기어 나왔고 옆구리 쪽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참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처음으로 느낀 죽음의 공포로 인해 완전히 탈진한 채로 복도에 쓰러졌습니다. 그때 미친 듯이 기도를 한 기억밖에 나지 않습니다. 움직일 수 없었던 저는 구조대에 신고를 했고, 구조대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그 밤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저의 갈비뼈가 골절되어 3달간 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날 밤의 공포와 고통은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홀로 버려진 고독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고 왜 이런 일을 당해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3개월 동안 몸과 마음은 점점 더 수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겁도 점점 더 많아지고 마음도 나약해 졌습니다. 비록 친구와 가족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 위로는 되었지만, 마음속의 아픔을 완전히 치유하여 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마음속 깊이 감추어 뒀던 원망과 고통이 저를 완전히 망가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밤이면 그 고통의 기억들은 다시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망가져 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너덜너덜한 채로 주님 앞에 와서 서러운 아이처럼 펑펑 울면서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제일 많이 했던 일은 병문안을 온 친구들에게 제가 겪은 일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해 준 것이었습니다. 한 번 두 번 이렇게 반복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마치 먼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전에 겪었던 많은 일과 같이 이 일도 그저 과거에 일어난 사고이고 제 생명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하수도 뚜껑을 보면 겁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 죽음의 공포를 느낄 정도는 아니고 그때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영원히 괴롭힐 것 같았지만 결국 사라졌고, 그리고 참으로 기도는 치유의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3개월 후, 상처가 거의 나을 즈음부터 다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계속> 빌리온선교회 제공 [복음기도신문]

이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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