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오영철 칼럼] 왜 우리는 헌금을 하지 않을까요?

▲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선교계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돈이다. 돈으로 선교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까지 할 정도이다. 선교 재정이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28년 예루살렘 세계선교협의회(IMC)에서도 이 내용이 분명하게 지적됐다. 선교사의 온정적인 재정 사용이 현지교회를 재정적으로 종속하게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현지교회가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1938년 인도의 탐바람에서 열린 세계선교협의회(IMC) 대회에서 선교사들의 재정 사용에 대해 많은 토론이 있었다. 이 대회에서 선교사들의 선교편지와 보고서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선교사들이 본국에 보내는 보고는 주로 선교지 교회의 어려움만 부각시키고 자립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서구교회가 동정적인 ‘자선(慈善)’ 선교의 위험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 선교지의 상황이 경제적, 사회적, 교육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더불어 동시에 현지 교회의 자립능력도 알려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선교사들은 선교지에 사용하는 선교비가 현지인들의 헌금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진지하게 고려하여야 함을 지적하였다. 선교사들이 과도하게 지원을 하면 현지인들의 헌금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헌금을 하지 않을까요?”

설교를 하고 내려온 나에게 실로암 신학교 학생회장 ‘따치’가 한 질문이다. 이 질문은 선교지의 ‘돈’의 흐름을 다시 깊게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다. 오늘은 마케도니아 교회의 헌신에 대해 설교했다. 고린도후서 8장 2절이다. “환난의 많은 시련 가운데서 저희 넘치는 기쁨과 극한 가난이 저희로 풍성한 연보를 넘치도록 하게 하였느니라.” 이런 헌신의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설명하고 오늘날에도 이렇게 헌신하는 교회를 소개했다. 미얀마카렌침례총회에 속한 뻐씨 지방회(The Pathein Myaungmya Sgaw Karen Baptist Association)이다.

▲ 제공: 오영철 선교사

이들은 극심한 가난과 환난 가운데에서도 풍성한 연보를 하는 교회이다. 이들은 지금부터 167년 전인 1854년에 자립을 선포했다. 목회자들의 사례비들을 미국 선교사들로부터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후에 이들은 그들의 경계를 벗어나서 다양한 민족 가운데 선교사역을 했다. 1880년 12월에는 태국 카렌에 4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태국에서 140년 전부터 선교사역을 시작했다. 가난한 중에도 풍성한 헌금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헌신은 신앙유산이 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뻐씨 지방회에는 약 5만여 명의 침례교인들이 있다. 일부 교인은 도시에 거주하는 여유 있는 사람이지만 대부분 가난한 어부와 농부들이다. 그런데 지방회가 지원하는 사역자들이 모두 350명이다. 150명은 지방회 내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이다. 160명은 지방회가 파송한 선교사들과 전도인들이다. 40명은 지방회 소속의 신학교인 꼬쌰뷰(Ko Tha Byu) 신학교 교직원들이다. 모든 사역자들은 지방회 교인들의 헌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버마족을 위하여 16명의 선교사를 파송하였고 묘족과 국경을 위하여 수십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였다. 태국 카렌을 위하여 매년 약 4000불을 지원하고 있다.

태국 카렌침례교회를 위한 4000불의 헌금은 특별하다. 왜냐하면 경제적으로 미얀마 뻐씨 카렌족이 가난하지만 그들보다 여유 있는 태국 카렌족을 위하여 선교비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직원들의 차량 보유현황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뻐씨 지방회에 있는 직원과 선교사와 전도인 그리고 신학교 교직원 가운데 개인 차량을 보유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가난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반면 태국 카렌침례총회의 경우 총회임원들과 신학교 교직원과 지방회 임원들 상당수가 개인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태국의 경제 상황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태국의 차량 소유에 대한 높은 욕구가 태국 카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무엇이 이것을 가능하게 하였는가? 미얀마 뻐씨 카렌 지방회에 속한 교인들의 엄청난 헌신 때문이다. 이들의 1년 상회비는 세례교인별로 정해져 있다. 지방회를 위하여 하루 임금, 시찰회를 위하여 하루에서 이틀 임금을 그리고 지방회의 특별프로젝트(건물 건축 등)를 위하여 하루 임금 그리고 신학교를 위한 헌금이 따로 있다. 물론 지역교회와 시찰회는 스스로 하고 있다. 평균 교인들의 평균 1년 헌금이 전체 수입의 20%정도라고 한다.

작년 2021년 2월부터 미얀마는 내전에 준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얀마군의 쿠데타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그들은 태국 카렌을 위한 헌금을 4000불 하였다. 2008년 사이클론이 미얀마를 덮쳤을 때 뻐씨 지방회 교인의 거의 10%가 사망하였다. 그래도 그들의 헌신은 계속되었다. 그들은 실로 사도행전의 마케도니아 교회와 동일한 헌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비교하면서 설명을 했다.

“만약 우리 태국 카렌침례교회가 미얀마의 뻐씨 지방회처럼 헌신을 하면 우리는 선교사들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도 적지 않은 선교사를 스스로 파송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설교를 들은 학생회장 ‘따치’는 자신들의 모습이 궁금했나 보다. 왜 우리들에게 복음 전한 미얀마 카렌침례교회의 헌신만큼 우리는 헌신하지 않은가를 질문했다. 사실 태국 카렌침례교회는 다른 단체보다 자립도가 높다. 지역교회와 지방회는 기본적으로 자립을 한다. 총회차원의 일들도 나름 자립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뻐씨 지방회와 비교하면 헌금의 수준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세계의 모든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로서 서로 유기적으로 관련을 맺어야 한다. 긴급구호비나 연합사역 그리고 사람을 키우는 일에 서로 힘써야 한다. 이런 면에서 상호 의존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명분들로 인한 선교사들의 과도한 지원이 현지 교인들이 해야 할 헌신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 하나님께서는 그들 안에 그들을 통하여 해야 할 사역의 자원들을 준비시켜 놓았다. 그들이 그런 헌신을 함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고 주인 역할을 하게 되면 자존감과 자긍심이 높아간다. 그리고 그들도 선교하는 성숙한 교회가 될 수 있다.

학생회장의 질문에 대하여 몇 가지 의견을 주면서 마지막 대답을 한다.

“어쩌면 나와 같은 선교사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인으로서 헌신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고 희생이 따른다. 반면 요청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선교사가 옆에 있다면 그것은 쉬운 일이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단체들도 있다. 교회건축을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가 그런 경우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런 문제점은 1928년, 1938년 세계 선교협의회에서 지적되었다. 100년이 거의 되었지만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이 안타까운 선교현장의 현실이다.

그래도 ‘따치’의 질문은 새로운 가능성과 해결의 실마리를 주고 있다. 우리도 이제 헌금을 열심히 해야 할 필요성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립, 자치, 자전을 넘어서 스스로 선교하는 카렌침례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태국보다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 길을 가고 있는 미얀마의 ‘뻐씨 지방회’가 분명한 롤 모델이다. 극심한 가난과 환난 중에 있지만 풍성한 연보를 넘치도록 하는 이들은 단지 태국카렌침례교회의 모델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은 헌신이 약화되는 한국교회가 배워야 할 교회라는 생각은 너무 지나친 것일까?

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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