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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선 칼럼] 첫 부임지 부안 관사교회의 추억

ⓒ 안호성

공군 목사 이야기(2)

1. 천국 같은 곳

공군 첫 부임지는 전라북도 부안에 있는 의상봉 레이더 부대였다. 트럭을 개조한 차를 타고 출퇴근했다. 자가용으로도 오갈 수 있으나 한번 다녀오면 정비소에 가야 했다. 의상봉 부대에서 위도 등 섬이 있는 바다를 바라보면 환상적이다. 특히 해질 무렵이면 놀라운 절경이 된다. 저녁놀에 물들어 붉어지면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진다. 섬들은 두둥실 떠있고 구름과 새가 곁들여지는데 그대로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게 된다. 천국이다.

2. 나선심 할머니

교회는 산 위 부대에도 있고 산 아래 관사에도 있었다. 관사 교회에서 새벽예배 드리고 산 위 부대로 출근했다. 낮에는 부대근무하고 저녁에는 병사들과 함께 기타 치며 예배하고 야근자 위문을 했다.

겨울에는 바닷가라 대단히 추웠다. 아내가 당시 가장 좋고 두툼한 오리털 파카를 사주었다. 그것을 입고 관사에서 100미터 떨어진 교회에 새벽예배를 가는데도 추위란 놈이 오리털 파카를 뚫고 몸속으로 들어올 정도다.

부대 주변에는 ‘대광’, ‘소광’, ‘비득지’라는 마을이 있었다. 그러나 외져서 주변에 민간 교회가 없었고 마을 기독교인들이 군부대 관사교회에 출석했다. 하루는 주일에 예배를 드리려고 종을 쳤는데 미닫이 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나선심 할머니가 교회 안으로 들어섰다. 할머니는 대광 마을에 사시는데 교회로부터 약 2km 떨어져 있다. 해변에서 겨울의 눈보라는 수평으로 몰아친다. 허리가 90도로 휜 할머니가 그 눈보라를 맞고 2km를 걸어서 예배를 드리러 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 할머니가 들어서시는 모습을 보면서 눈을 감고 묵상기도를 했다. 그런데 할머니의 하얀 머리 위로 눈이 조금 쌓여있고 90도로 꺾인 등에도 눈이 조금 있었다. 그러자 내 마음에 이런 생각을 했다.

“네가 저 할머니 같으면 눈보라가 치는 이 날에 해변 길 2km를 걸어와서 예배를 드리겠냐?”

안 할 것 같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1991년 갓 목사가 된 나는 그렇게 신앙을 배우기 시작했다.

3. “목사 미안 혀”

비득지 마을 할머니 한 분이 예수를 믿기 시작했다. 이 동네에서는 예수를 믿으면 새벽기도부터 해야 하는 줄 안다. 그런데 예수를 믿는다고 하고서도 농번기(農繁期)여서 그 할머니는 한참을 못나오셨다. 하루는 새벽기도에 오셨는데 내가 기도가 끝나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계셨다. 그러더니 내 손에 줄 하나를 쥐어 주었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목사, 미안 혀.”

그리고는 가셨다. 손에 쥐어준 것은 마늘을 줄줄이 엮은 것이었다. 내 손엔 늘 그 할머니가 쥐어 주신 마늘 한 접이 있다.

4. 운전면허

나는 하나의 상상(想像)이 있었다. 그것은 산꼭대기 판자촌 사는 교인의 집을 버스 타고 땀 흘리며 걸어가 시원한 물 한잔 마시고 예배드리고 돌아오는 뭐 그런 목회다. 그러니까 자연히 자동차 운전을 배울 생각을 안 했다.

이런 나의 말을 들은 부대 지휘관이셨던 염 집사님은 그 생각 안 된다고 했다. 운전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하며 토요일 날 오후에 나를 불러냈다. 1호 지프차에 태워 격포 해수욕장으로 가서 운전을 가르쳐 주셨다. 내가 지휘관의 시간을 빼앗을 수 없어 꼭 배우겠다고 약속했다.

부안 읍 자동차 운전학원에서 연습한 후 전주에 가서 시험을 보았다. 운전 요령은 아주 간단했다. 비올 때 쓰는 와이퍼의 선에다가 맞추어서 S자 운전요령, T자 운전요령 등 한마디로 선을 밟지 않는 요령을 배웠다. 놀랍게도 그 요령 그대로 해서 단 한 번에 합격했다. 그 날로 운전면허증이 나왔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나를 태우고 전주에 갔던 심○○ 집사님(지금은 목사), 임○○ 집사님(지금은 장로)이 교회 봉고차 열쇠를 주시더니 나보고 운전하란다. 요령으로 운전면허를 딴 날, 나는 전주에서부터 부안 의상봉까지 운전을 했다. 운전하는 동안 너무 긴장을 해서 한 번도 고개를 좌우로 돌리지 못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잤는데 새벽 기도로 깰 때까지 밤 새 꿈속에서 운전을 했다.

심○○ 집사님과 임○○ 집사님은 회개하라! ^^

5. 이중년 장로

관사의 새마음 교회에는 장로님이 한 분 계셨다. 이중년 장로이신데 해군 중령으로 예편하셨다. 부안 사람이라 고향에 돌아와 살면서 공군교회를 섬겨주셨다.

장로님은 장례 신앙으로 유명한 이중표 목사의 형이다. 동생이 신학을 공부하도록 뒷바라지를 다 하셨다. 공군 레이더 부대 군목은 갓 목사가 되어서 오기에 나는 이중년 장로님을 통해 예배 의식과 목회에 필요한 것들을 더욱 많이 배웠다.

해군 지휘관이셨기 때문에 약간 깐깐한 데가 있으시다. 내가 의상봉 부대를 마치고 춘천의 미사일 부대로 배속된 후에 장로님은 새로 군목을 사귀는 것을 힘들어 하시고 부안읍 교회로 옮기셨다. 춘천 미사일 부대를 마치고 군산 비행단으로 와서 장로님 댁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지금은 돌아가셨겠지. 글을 쓰며 생각하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6. 피 묻은 도로

천국 가면 만나야 할 아이 중의 한 사람이 하나이다. 하나는 관사 교회인 새 마음 교회의 주일학교에 다녔다. 비득지 마을에 사는 아이였는데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도로에서 트럭에 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사고가 난 장소를 가보았다. 하나의 피가 검은 도로에 그대로 묻어 있었다. 아이의 집은 예수님을 믿지 않았다.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나가 버렸고 엄마가 하나를 키우고 있었다.

나는 교인들과 함께 위로 예배를 드리러 갔다. 그 엄마는 참 착했다. 순순히 함께 예배를 드렸다. 만일 성깔이 안 좋은 사람 같으면 “하나가 교회를 다녔는데 왜 그런 사고를 당해 죽었느냐?”고 따졌을 것이다. 나는 하나가 하나님의 나라에 갔다고 설교했다. 그리고 나와 하나는 이담에 반드시 천국에서 만날 것인데 어머니께서도 예수님을 믿으면 하나를 다시 만날 것이지만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다시 만날 기회가 없다고 했다.

슬픔 중의 은혜일까? 하나 엄마는 천국을 소망하기 시작했다. 하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은 그녀의 눈을 들어 예수님을 보게 했다. 문제가 있었다. 그 집에는 대대로 모셔오던 신주단지가 있다. 이제 예수님을 믿을 것인데 하나 엄마는 무서워서 자신은 신주단지를 없앨 수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목사인 내가 없애달라고 했다. 나는 다음 날 이중년 장로님과 함께 다시 그 집을 찾아 찬송하고 기도한 후에 신주단지를 없앴다.

지금 하나 얼굴과 하나 엄마의 얼굴은 어렴풋하게만 기억한다. 그러나 이담에 하나님의 나라에서 만날 때는 웃으며 만날 것이다. 내가 하나라고, 내가 하나 엄마라고, 그리고 내가 조용선 목사라고 그렇게 만날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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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선 선교사 | GMS(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선교회) 소속으로 중국에서 사역 중 추방된 이후 인터넷을 활용한 중국 선교를 계속 감당하고 있으며 세계선교신학원에서 신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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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선 칼럼] 하나님께 길들여진 목사, 공군 군목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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