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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칼럼] 대업(大業)이라는 명분

ⓒ 복음기도신문

2008년, 개성 관광의 문이 잠시 열렸다. 그때 나는 전국대학원장 그룹과 함께 당일치기로 개성 관광을 다녀왔다. 기억에 남는 것은 박연폭포와 선죽교였다. 특히 나는 포은 선생의 27대손이라, 선죽교에 대한 인상이 남달랐다. 숭양서원에서 포은 정몽주 선생의 영정을 보고, 선죽교를 걸었다. 원래 선죽교는 919년 만들어진 것으로 동서남북을 돌로 난간을 쳐 놓았고, 그 옆에 또 다른 돌다리가 있었다. 나는 조상의 옛일을 생각하면서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했다. 고려말 충신이요, 유학의 거성이요, 존경받는 어른인 포은 선생이 새로운 세력 이성계와 그의 아들 이방원이 이끄는 이른바 <대업>을 꿈꾸는 개혁세력과 맞짱을 떴다. 그는 온갖 회유를 물리치고 단심가를 부르고 선비의 도를 지켰다. 그러나 이방원은 수하들을 시켜서 포은 선생을 척살하고 제거했다. 그곳이 선죽교라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최근 KBS 대하 드라마 <이방원>을 열심히 보고 있다. 극이 진행되면서 전개되는 내용에서 정치의 세계는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다르지 않고, 판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가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말끝마다 명분(名分)을 내세운다. 그런데 극중 대사 가운데 <힘이 곧 명분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힘을 가진 자 즉, 칼을 가진 자가 명분이고 그것이 정의란 것이다. 명분이란, 모든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한다. 그런데 권세를 가진 자들의 행동이 곧 명분이고, 정의가 된다는 것이다. 극중에서 이성계는 여러 번 <民>이라는 글자를 썼다. 백성 즉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의 뜻을 따르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民>을 지렛대로 왕권 찬탈, 좋게 말하자면 새 왕조를 만들었다. 흔히 대업을 위해서는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척살하고, 옥에 가두고, 귀양 보내고, 백성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으면서 이른바 역성혁명을 해서 보위에 오른다.

사실 ‘민심이 천심이다’라고는 하지만, 민심도 선전 선동으로 공작의 대상이었다.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에는 국민을 개, 돼지로 아는 정부가 있었다. 여기다가 좌파 법조인들과 좌파 언론들이 환상적인 콤비를 이루어서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광화문 광장에서 100여만 명이 모여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정부의 잘못을 규탄해도 꿈쩍도 안하고 제 갈길을 갔다. 참 낯도 두껍고 뱃장이 두둑했다. 그것은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잘 훈련된 조직적인 종북세력인 민노총이 결사옹위하고, 잘 조직된 전교조가 뒷받침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모든 정보를 독점한 정부는 이 땅에 사회주의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있었다. 특히 정치 공작자들은 젊은이들에게는 정치에 무심하도록 만들고, 종교계에는 정교분리를 교리화하여 현 정부에 대해서 비판하는 자들은 감옥에 가두고, 협력하는 자들은 대화의 창구를 십분 활용했다. 그동안 국민을 속이는 방법도 여러 가지였는데, 그것은 멋진 기획상품을 개발했다. 그것이 곧 촛불시위로 세상을 뒤집고 선동을 했다. 그러면서 항상 <民>이라는 글자를 앞세웠다. <미순이>, <효순이>를 앞세워서 국민 감정을 격동시키고 세상을 바꾸었다.

선거가 가까워 오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병든 박근혜 대통령을 사면 복권하였다. 그러면서 슬쩍 공산주의자요, 붉은 세력인 한 아무개, 이 아무개도 석방시켰다. 그러니 앞으로 선거판이 어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자들의 수가 만수이다. 공산주의자가 대통령이 돼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도 찍소리 못하는 영적 지도자들도 한심하지만, 전과 4범이 대통령 후보로 나와도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토록 일그러지고 망가졌는지 알 수 없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는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도 막장이고, 후보들도 막장이고, 언론도 막장, 법조계도 막장이다. 또한 그들에게 업혀서 칼춤을 추는 자들도 매한가지다.

드라마 <이방원>이 어찌 전개될는지 알 수 없다. 역사대로 하면 이방원은 형제들도 죽이고, 처남들도 죽이고, 스승도 죽였다. 그러고도 그는 그것을 <대업>이라고 했다. 결국 힘이 명분이고, 힘이 정의가 되고, 힘이 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자들이 박 대통령 석방을 무슨 시혜로 생각하면서 반전을 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미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물을 먹은 사람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가 짓밟히고, 교회의 예배가 통제되고, 감시되어도 어째서 영적 지도자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있는가? 그리되면 한국교회는 빛을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말씀은 <깨어 있으라!>였다. 파수꾼은 잠자는 사람들을 깨우는데 있다. [복음기도신문]

<자는 자여 어찜이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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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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