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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일상의 갈등이 한계 앞에서 폭발”…“복음으로 회복”

아프리카 오지에서 부르는 믿음의 노래 이헌도 선교사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흠뻑 빠졌다. 그 감격은 안정되고 보장된 목회생활을 뒷전으로 밀치고 아프리카로 발길을 옮기도록 했다. 이헌도 선교사는 지난 10여년을 아프리카 선교사로 섬기면서 내전과 독충, 수없는 말라리아 등의 위협으로 사선을 넘나들었다. 많은 도전이 있었다. 그러나 이 선교사가 고백하는 가장 큰 위기는 자신의 최선과 최고의 헌신 이후에 찾아온 내면에서 일어났다고 고백한다. 주님이 어떻게 회복시키시고 믿음으로 나아가게 하셨는지 안식년 차 귀국한 그의 육성을 들었다. 사진 오른쪽은 부인 현여진 선교사

– 몇 해 전에 우간다에서도 더 오지로 사역지를 옮겼다고 들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삶과 사역의 현장이 분리된 선교가 아니라 현지인과 함께 살면서 제 삶을 오픈하는 정말 제대로 된 선교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그래서 수도 캄팔라에서 쿠미의 아싱에라는 시골 지역으로 들어갔어요.”

– 아싱에가 어떤 곳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아싱에는 우간다 동부 지역이예요. 나무도 없고, 비도 안 오고, 농작물도 잘 안 되는 열악한 지역 중 한 곳이에요. 사람들은 순수하고 열정이 있는 편이지만, 매우 가난해요.”

– 그곳에서 지금 어떤 사역을 하시나요.

“한 3년 반에 걸쳐 선교센터와 신학교, 진료실, 숙소 등 건물 7-8동과 부대시설을 지었어요. 앞으로도 이 작업을 조금 더 해야해요. 제가 건축을 해 본 사람이 아니라서 무작정 몸으로 부딪히며 하루에 15시간씩 노가다를 했죠. 공사일은 말로 다 못해요. 특히 땅이 너무 단단해서 정화조나 물탱크를 땅에 묻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리고 물이 없기 때문에 모든 건축에 필요한 물을 20년 된 트럭을 끌고 직접 떠와서 작업을 해야 하는 점도 난관이었죠.”

– 고된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결국 작년 여름에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 완전히 탈진한 상태가 되었어요. 정말 힘들었죠. 사실 육체적인 고단함보다 영적인 피로감으로 더욱 힘겨워 했던 것 같아요.”

– 육체적인 부분은 이해가 되는 데 영적으로는 어떤 부분인가요?

“현지인 사역자들에 대한 일종의 실망감이 있었어요. 아싱에는 제가 이동신학교 사역을 하면서 가깝게 지내던 현지인 사역자들이 있어요. 순수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라 죽을 때까지 동역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 만큼 이들을 신뢰했어요. 그런데 제가 직접 그들의 삶의 현장 안으로 들어가 피부로 부딪히며 살아보니 이 사람들이 말씀이나 기도보다 먹을 것과 입을 것, 자녀 교육비 등 현실적인 것을 계속해서 원하고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제가 이들에게 정말 주고 싶은 것과 이들이 제게 기대하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많이 힘들었죠.”

아프리카 문화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 현지인들과 부대끼면서 경험하는 문화 충격도 있을 것 같아요.

“네. 우리는 개인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하는 문화에 익숙해요. 하지만, 현지인들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공동체가 중심이 된 삶을 살아요. 그래서 다 빌려서 쓰죠. 아주 사소한 것까지, 불씨까지 빌려 써요. 그래서 제게도 수시로 물건을 빌리러 와요. 그런 과정에서 어려움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손수레를 빌려주면 나중에 고장 난 손수레를 가져와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죠. 합판 12장을 빌려 가면 8장을 돌려주면서 처음부터 8장을 빌려갔다고 거짓말을 해요. 그리고 공사현장의 일꾼들 밥 해주러 온 아주머니들은 식량이나, 빨래 줄에 걸린 옷이나 가방을 그냥 가져가요. 이런 사소하고 자잘한 일들을 자주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힘겨워지더라고요.”

–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선교 현장을 경험하는 시간이었겠어요.

“사실 저는 현지인들이 조금만 더 정직하고 솔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렇지만 정작 그들의 눈에 비친 저는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가 그들에게 뭔가를 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일 뿐이죠.

결국 쌓였던 게 폭발했어요. 하루는 제가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내일 공사를 위해 물을 트럭에 가득 실어서 오고 있는데, 누군가 뿌려놓은 가시들에 타이어가 펑크가 났어요. 트럭이 주저앉아서 한 밤중에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되었죠.

그때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죠. 현지인들이 원수로 보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적당히 할 걸. 이렇게 꼭 해야 돼? 괜히 시작했네.’ 등의 생각들이 밀려왔죠. 결국엔 하나님을 향해서 ‘내가 주님을 위해서 하루 종일 땡볕에서 수고하고 고생을 했는데 만족과 행복이 아니라 이런 허탈감을 주십니까?’라고 원망하고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했죠.”

– 뭔가 커다란 위기가 찾아온 것 같은데요.

“제게 선교지의 대도시에서 벗어나 오지로 가는 선택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어요. 그 결단 속에서 저는 낮아질 만큼 낮아지고, 헌신할 만큼 헌신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주님은 제 나름의 최선의 헌신을 하고 최대한의 결단을 한 그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고통들을 허락하셨고 저는 ‘내가 이정도 밖에 안 되나?’라고 매우 당황했어요. 이후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제 안에 ‘이 정도면 어떤 선교사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다’는 그런 우월감과 교만함이 있었던 거죠.”

– 그런 내면의 위기에서 어떻게 회복하실 수 있었나요?

“복음이에요. 작년 가을에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일단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주님은 저를 다시 복음 앞에 세워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허락해 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이미 저를 감격시키고 선교사로 삶을 바치게 했던 그 은혜의 복음을 잊고 있었더라고요. 제 안에 복음이 회복되니깐 모든 것이 회복이 되었어요.”

예상치 못한 위기의 순간, 복음이 능력임을 실감

– 그 은혜를 좀 더 나눠주세요.

“아프리카 오지의 경험이 이천년 전 유대 땅에서 육신을 입고 살아가셨던 예수님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복음 안에서 예수님이 죄인의 땅에 오신 그 사건이 얼마나 은혜인지 깨닫게 되었죠.

그리고 예수님은 공생애 시간을 보내시면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기까지 한 마디 신음소리도 하지 않으셨고 지치지도 않으셨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아! 이게 복음이구나. 그분을 위해 조금 일한답시고 불평하는 내가 얼마나 부끄럽고 나약한 존재인가.’라고 탄식이 나왔죠. 그리고 제 입에서 ‘힘들다.’, ‘지친다.’ 이런 말은 꺼낼 수가 없게 되었죠.”

– 복음을 다시 회복한 이후에 사역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원래 이동신학교를 시작한 이유는 아프리카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이고, 사람의 문제는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아프리카 교회의 문제는 곧 목회자의 문제이고 목회자의 문제는 올바른 신학교육이 없기 때문이죠. 사실 사역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잖아요. 이제 허락해 주신 건축 안에서 다시 사람을 세우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죠.

안식년을 위해 떠나오기 전에 현지인들과 함께 세미나와 수련회 등을 갖고 다음 사역의 중심은 철저하게 복음인 것에 대해서 나눴어요. 주님은 저를 복음으로 회복하시고 사역도 어떤 방향으로 섬겨야 할지 말씀해 주신거죠.”

– 이제 복음으로 본격적으로 섬겨나가실 선교 현장에서 돌파해야 할 영역이 있다면.

“오지로 들어와서 막상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예전엔 보지 못했던 아프리카 기독교의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놀램을 금할 수 없었어요. 많은 신자들이 아프리카 무속신앙에 기독교라는 옷을 걸친 형태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복음의 기반이 매우 약하고, 심지어 무당을 찾아가는 성도들도 적지 않죠.

예전에 가끔 한 번씩 찾아와서 함께 예배드릴 때에는 4시간씩 드려지는 열정적인 예배에 감동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점점 겪어볼수록 하나님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예배 모습들이 눈에 보여요. 설교가 끝나면 헌금시간에 들어온 닭, 계란, 과일 등 헌물들을 경매해서 서로 가져가요. 설교자로서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한 평신도에 의해 설교가 세상 이야기로 점철될 때가 많고, 목적 헌금을 모금하는 일로 낮 예배시간의 대부분을 허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죠. 때로는 어떻게 어디까지 개혁을 해야 할지 전혀 분간이 안돼요. 복음으로 돌파해야 할 숙제가 어마어마하죠.”

혼합된 무속 신앙 해결 위한 신학교육이 과제

– 오직 주님만 기대할 일만 남았네요.

“네. 이런 총체적 도전 앞에 더욱 교육 사역에 치중할 생각이에요. 내년에 우간다로 돌아가서 바로 유치원을 시작하려고 해요. 사실 주민들이 끊임없이 요청해 온 사안이죠. 그리고 주님이 허락하시면 5년 안에 고등학교를 시작할 생각이 있어요. 주변에 2000명이 넘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있는데, 반경 15km 내에 고등학교가 하나도 없거든요.

원래는 목회자를 양육하는 사역에만 집중하려고 했었는데, 이곳 시골에 있다 보니 평신도와 다음세대까지 복음으로 섬겨야할 절실한 필요성을 느껴요. 다음세대를 위한 도서관 건물 기초공사를 해 놓고 왔어요. 아직 노가다 인생이 많이 남아 있네요(웃음).”

– 기도제목이 있다면

“이곳에 세워진 선교센터를 통해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선교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선교 현장에는 정말 많은 필요들이 있어요. 남은 건축일과 필요한 일꾼들을 주님께서 공급해 주시도록 기도해 주시고요.”[GNPNEWS]

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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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들에게 ‘복음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하는 이 선교사(왼쪽), 신축한 선교센터에서 현지인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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