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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마다 끓던 니라공고 화산의 대폭발… 피난민이 되다

▲ 하루아침에 피난길에 오른 민주콩고 고마 시민들. 제공: 김경희 선교사

화산폭발, 지진, 전쟁을 경험해 보지 않은 나에게 주님은 이번 콩고민주공화국 니라공고 화산폭발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게 하셨다.

니라공고 화산은 우리 집이 있는 고마 시내와 10km 정도 떨어져 있는 산이다. 그래서 집에서도 육안으로 니라공고 화산을 볼 수 있을 만큼 가깝다. 저녁이면 끓어오르는 용암의 붉은 화염을 보고 때로는 감탄을 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달 전부터 유난히 화염의 양이 많아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문제는 불안함을 느꼈지만 화산폭발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설마 또 터질까?’하는 안전 불감증. 분명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땅 위에 서 있으면서도 문제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다. 화산 관측소도 이 미세한 진동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정말 어느 누구의 경고 한 마디가 없었다.

여느 때처럼 평온한 저녁을 맞으며 식탁에 둘러 앉아 막 식사를 하려 할 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화산이 터졌어요.” 그리고 시민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가재도구들을 간단히 꾸려 미친 듯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경고 없이 찾아든 이 재앙 앞에서 먹으려 했던 것, 일하려고 한 계획들, 그 모든 것들을 그대로 두고 황급히 이웃나라 르완다, 혹은 서쪽의 사께나 미노바로 피신을 했다.

용암분출 이후 지진은 일주일 간 지속됐다. ‘우르르!’ 잠을 자다가도 땅이 흔들리는 진동에 잠이 깨고, 밥을 먹다가도 진동이 오면 멈췄다. 진동이 거듭될수록 사람들은 두려움에 집안에서 잠을 자지 못하고, 건물 밖에서 잠을 잤다. 계속되는 지진으로 집이 흔들리고, 도로 곳곳에는 균열이 보였으며, 간혹 틈 사이에서 가스불이 분출되기도 했다. 지진 경험이 없었던 나는 지난 수요일 규모 5.5 강도로 지진이 왔을 때 두려움과 염려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다시 내려진 대피령으로 서쪽 사께 쪽으로 이동했다. 숨 막히는 두려움에 너도 나도 짐 보따리를 하나씩 들었다. 어떤 이는 매트리스를 메고, 그렇게 새벽에 다시 피난길에 올랐다. 비까지 내리는 새벽. 차들은 질주하고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와 그 가족들은 다시 그 먼 길을 걸어서 피난을 가고 있었다. 정말 부를 이름이 없었다면 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루아침에 피난민이 되었다. 땔감으로 밥을 하고 구수한 반찬이 화로에서 끓고, 기대감에 뭘 먹을까 하는 설레임이, 담요로 따뜻하게 잠을 자는 호사가 사라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피난민이 되니 아무것도 내 것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시간도, 공간도, 내일이라는 소망과 계획도 모두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나님이라는 부를 이름을 주셨기에 이 모든 시간을 더욱 열방의 아픔과 이웃의 고통, 그리고 나 자신의 연약함을 보고 통회하는 시간으로 바꿔주셨다.

짧은 피난의 시간을 지내고 다시 고마로 돌아왔다. 오직 주님의 일하심만 남기를 구하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지진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호수나 도시 지층에서의 가스분출도 멎었다. 짧다면 짧은 이 시간들을 겪으며 나에게 허락하신 가장 큰 교훈은 눈으로 본 화산이 폭발할 수 있는 것임에도 무시하고 무관하게 살았던 나의 삶이 마치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는 나의 태도요, 고마 시민들의 태도 같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다 사라질 것이다. 건물도, 사람도, 풀도, 꽃도. 그 어느 것 하나도 남지 않고 용암이 지나면 폐허가 되듯, 오직 말씀만 영원한 것임을 몸으로 배우게 하셨다. 그리고 또 하나. 언제든 피난민이 될 수 있기에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경외함이 얼마나 아름다운 진리이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삶인지 가슴에 새겨주셨다.

심판과 함께 주님이 다시 오시는 날도 이렇게 급히 아무도 모르게 갑작스럽게 오시리라. 그래서 날마다 주님과 죽고 사는 이 삶만이 더욱 소망 되게 하신다. 고마여 일어나라! 주의 길을 예비하라! 마라나타 아멘 주 예수여 속히 오소서! [복음기도신문]

콩고민주공화국 고마=김경희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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