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박주영은 스스로를 ‘그림으로 마음과 생각을 지킨다.’고 소개한다. 바람을 소재로 꾸준히 작업해 온 작가의 그림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수많은 잎사귀나 실타래 같은 형태가 늘 가득하다. 한 획, 한 획으로 이루어진 형태는 바람의 움직임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서 바람이란 공기의 흐름으로써 바람(wind), 바라는 바를 가리키는 바람(wish)의 이중적 의미이기에, 바람을 기록한 형태들 또한 작가 내면에 흐르는 여러 생각이나, 자아와의 싸움과도 같았던 기도의 흔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품 중 특별히 <선샤인 레이디>는 작가 어머니의 기도 의자를 그린 것으로, 어머니의 생신에 맞춰 작가가 헌정한 어머니의 초상화인 셈이다.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의자 디자인은 어머니의 여성성을 암시하지만, 닳고 헤어진 의자 모서리에 헌신과 인내, 기다림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의자 주변과 왼쪽 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의 흔적들은 과거와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는 어머니 내면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사실 내면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머니의 기도가 일방적인 소원 성취를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다. 어머니는 때론 두려움, 아픔, 고통이 요동치는 내면을 끌어안고 기도의 자리로 나아간다. 이 감정들은 한순간에 말끔해지지 않기에, 번번이 씨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움직이는 내면을 하나님 앞에 드러내고, 완전히 잠잠하여 내려놓을 때까지 인내의 싸움을 이어간 어머니의 기도는 결국 아름다운 빛으로 열매를 맺는다. 아니,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열매 맺도록 이끌어 주신다. 낡은 기도 의자는 이제 주변을 그림자가 아닌, 환한 빛으로 물들인다. 무엇보다 이 고백이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니라, 바로 자녀들의 고백이라는 사실은 하나님께서 기도의 자리를 지킨 어머니에게 주신 가장 특별한 선물이 아닐까. [복음기도신문]
이상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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