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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 마지막 희망이야!” 어디선가 듣던 목소리…

어둠이 희망이 되는 순간, 그 분이 함께 할 때
re_포스터
드라마 | 인도 | 블랙 | 124분 | 전체관람가| 2005

 

“저의 세상은 남들과 다릅니다. 소리는 침묵이 되고 빛은 어둠이 되는 곳, 그게 제가 사는 세상입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죠. 그 세상에 딱 맞는 이름. 제 이름은 블랙입니다”

이 독백으로 영화 ‘블랙’은 시작된다. 주인공 미셸은 앞을 보지도 못하고, 소리를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아다.

그녀의 집은 부유했지만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미셸 때문에 그의 가족은 슬픔의 나날을 보낸다. 더 이상 그녀를 담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그의 아버지는 그녀를 정신지체요양원에 보낼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사하이라는 한 선생님이 마법같이 등장하고 그녀에게 말과 소리 그리고 단어 하나하나를 수화로 가르치기 시작한다. 포기를 모르는 그의 굳은 믿음과 노력은 끝내 짐승과도 같았던 그녀를 새로운 인생으로 인도하고, 결국 일반인이 다니는 대학에 들어가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하이’ 선생님은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게 되고 그녀에게 알리지 않은 채 그녀 곁을 떠난다. ‘미셸’은 ‘사하이’ 선생님을 애타게 수소문하는 한편, 그의 가르침대로 세상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영화 ‘블랙’은 2005년에 개봉한 인도 영화이다. 헬렌 켈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어찌 보면 진부하고 우리가 흔히 보았던 교훈적인 영화 중 한 편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영화를 주의 깊게 본다면 이 한편의 영화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금세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 영화는 ‘빛’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 내내 빛(Light)이라는 말과 은유가 곳곳에 등장한다. 또한 이 영화는 ‘물’에 관한 영화이다. 주인공 미셸이 가장 처음 배운 말이 물(water)이라는 단어이며 그 말을 통해 세상에 눈뜨는, 빛으로 가는 문이 열린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던 물을 통해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빛일까? 왜 물일까? 미셸의 대사 중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어릴 적에, 전 항상 뭔가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찾은 것은 어둠뿐이었습니다.’

단순히 미셸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는 곳 마다 말썽을 일으키고, 부딪히고 다치고, 아무것도 배우지 못해 짐승처럼 자기 욕구에만 충실히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하나님을 모르고 철저히 어둠 속에 갇혀 헤매던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하다.

그때 사하이 선생님이 그녀에게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일어나. 미셸. 넌 반드시 이 어둠을 뚫고 지나갈거야. 네가 살아온 이 어두움을… 빛 속으로 들어오렴! 미셸. 빛, 빛 말이야. 그래! 그렇지!” 사하이 선생님은 돈도 명예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전 인생을 미셸에게 바친다. “넌 내 마지막 희망이야. 미셸.” 이 말….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아닌가?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 아닌가? 어둠 가운데 있던 미셸을 빛으로 인도하는 그의 모습. 무수한 단어의 의미를 가르쳐 주면서 포기하지 않고 그의 사랑을 보여주는 그의 모습이 마치 우리가 죄인 되었을 때 찾아오신 주님의 모습을 이 영화 속에 그려 낸 것 같다.

힌두교의 나라 인도에서, 그것도 익숙하지 않은 문화와 언어로 만들어진 영화 속에서도 나는 그분을 보았다. 그분의 목소리, 그분의 삶. 그분의 십자가를 보게 된다. 우리를 어떤 어두움에서 건져내었는지 온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영화에서 미셸은 짐승 같은 자신을 처음으로 한 인간으로 바라봐 주고 대해준 사하이 선생님을 통해 비로소 참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그녀도 그러한 존재가 된다.

끝부분에서 미셸은 졸업식 중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나님 앞에선 우리는 모두 장님입니다. 아무도 그분을 보거나 들을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전 그분을 만지고 그 존재를 느껴봤어요. 전 그분을 ‘티’(티처)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그분을 통해 빛을 보았다. 그분의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분은 우리에게 물(세례)을 통해 빛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셨다. 미셸을 떠나며 사하이 선생님이 이런 말을 남긴다.

“난 이제 떠나 미셸. 너에게 지팡이 만큼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게 있어, 그건 어둠이 필사적으로 널 집어삼키려 해도 항상 빛을 향해 가야 한다는 거야. 희망으로 가득 찬 네 걸음은 날 살아있게 한단다. 미셸.”

주님도 잠시 우리를 떠나셨다. 하지만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주님은 우리 안에 다시 찾아 오셨다. 어떤 어둠에서도 빛이 우리를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매순간 말씀하고 계신다.

그리고 이제 우리와 함께 그 어두움을 걸어가게 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감히 ‘블랙’(어둠)을 절망이나 좌절이 아닌 ‘희망’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빛 되신 그분만 함께 하신다면 말이다. 영화 속 미셸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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