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나는 올해 오랫동안 기다려온 수술을 받았다. 이때까지 모든 시간이 은혜다.
폐동맥 판막이 없는 나는 20살이 되면 인공 판막을 넣는 수술을 받게 돼 있었다. 갓난아기 때, 기적적으로 수술이 잘 되어서 살아났고, 그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고 부모님께 전해 들었다. 고등학생이 되던 해에 하나님을 깊이 만나게 되면서 나의 인생을 그분의 손에 넘겼다. 선교사로 헌신하고 기독학교에서 훈련을 받았고, 수술이 예정됐던 20살이 됐다. 단기 선교사로 출국을 앞두고 병원의 검진 결과, 심장의 상태가 수술이 급하지 않다고 했다. 덕분에 예정대로 선교를 떠날 수 있었다. 나의 건강과 생명의 주관자가 주님이심을 경험하며 2년간의 단기 선교를 은혜 안에서 마쳤다. 그곳에서 2년간 추가로 선교사로서 삶을 드리고 24살이 된 2020년 올해, 드디어 판막 시술을 받게 된 것이다.
작년 한 해는 내가 거의 처음으로 심장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통증도 있고 몸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병원에서도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했다. 수술을 결정하면서 주님의 때를 경험할 수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었는데, 지금은 시술로 충분하다고 했다. 가슴을 열고 수술을 하면 오랜 회복기간이 필요하고 흉터도 크게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혈관을 뚫고 장치를 넣어 시술을 하게 되면서 여러모로 감사했다. 이 과정을 사람이 계획한다고 해도 이보다 정확한 타이밍과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까? 나는 그저 하나님께 나의 삶을 넘겼을 뿐인데 그분은 나의 모든 것을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신다.
시술은 생각보다 아팠고, 아직 회복 기간 중에 있지만 정말 감사하다. 시술 후 초반에 몸을 잘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전까지 마음껏 뛸 수 있고, 내 뜻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 모두 하나님이 허락하신 귀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어지럼증과 멍이 생기는 것을 보며 약한 나의 육신을 하나님이 돌보아 주셔야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 불쌍하다거나 약하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 나와 같이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면 연약함을 보며 함께 아파하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은혜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심장 수술의 흉터는 부끄럽거나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고비를 이겨내고 승리한, 새 생명을 얻게 된 증표와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겪지 못한 특별한 일을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배경에는 나를 매일같이 붙드시고 살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그분의 인도하심과 주권이 있다.
선교사로 살아가는 나의 삶에 이 시술과 회복의 시간은 숨차게 달려가던 사역과 현장에서 잠시 멈춰서 더 힘차게 주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충전하는 시간이다. 내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감을 오늘도 배운다. [복음기도신문]
최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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